삼성전자가 지난 7월 국내 시장에 선보인 89형 마이크로 LED TV.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 7월 국내 시장에 선보인 89형 마이크로 LED TV. / 사진=삼성전자


'초대형·초프리미엄' TV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마이크로LED TV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대중화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소형화에 어려움이 큰 데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아서다.


16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TV 시장에서 중국은 금액기준 42.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은 36.9%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2020년까지만해도 한국이 1위를 지켰지만 중국이 LCD 시장에서의 파이를 크게 확대하면서 주도권이 중국에게로 넘어갔다.

반면 OLED TV 분야에서는 한국이 앞선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발표한 세계 TV 시장 실적을보면 OLED TV 시장에서 LG전자가 출하량 기준 55.7%의 점유율을 확보해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BOE, 티엔마 등이 OLED 패널 생산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OLED TV 시장의 주도권을 뺏기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OLED 맹추격하는 중국… 마이크로 LED로 초격차 확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가 OLED를 넘어 차세대 시장을 선도할 디스플레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차세대기획그룹 상무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된 TV사업 브리핑에서 중국의 TV 공세를 넘을 차세대 기술에 대해 "마이크로 LED가 향후 미래 전략 디스플레이로 자리 잡아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LED를 이용해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같은 구조를 없애고 LED 자체가 스스로 빛과 색을 내는 진정한 자발광 TV다. 무기물 소재를 사용해 수명이 10만 시간에 이르기 때문에 화질 열화나 번인 걱정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LED를 상업용으로 상용화했고 가정용으로도 110인치에 이어 올해 89형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89형 모델을 시작으로 76·101·114형까지 마이크로 LED 라인업을 확대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가 지난 8월 공개한 118형 마이크로 LED TV. / 사진=LG전자
LG전자가 지난 8월 공개한 118형 마이크로 LED TV. / 사진=LG전자


LG전자도 마이크로 LED를 눈여겨 보고 있다. 지난해 136형 마이크로 LED TV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북미지역에서 118형 'LG 매그니트' 마이크로 LED 신제품(모델명: LSAL006)을 출시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국가에도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백선필 LG전자 HE상품기획담당 상무는 "마이크로 LED는 매력적인 기술인건 맞고 우리도 투자하고 있다"면서 "대신에 약점이 있어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기술 문제로 소형화 한계… 가격 높고 배송·설치 어려워

백 상무가 언급한 마이크로 LED의 단점은 소형화 한계와 가격, 배송·설치 등의 어려움이다. 마이크로LED는 초소형 발광다이오드(LED)를 기판 위에 배치해야 한다. TV 크기가 줄어들 수록 더 적은 면적에 LED를 촘촘하게 배치해야하기 때문에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가격도 웬만한 외제차에 버금간다. 삼성전자의 89형 제품은 1억3000만원이며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118형은 3억원을 넘어선다. 백 상무는 "TV는 1000만원 언더로 들어오지 않으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기가 큰 탓에 배송과 설치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TV 시장의 트렌드는 '거거익선(크면 클 수록 좋다)' 이지만 110인치를 넘을 경우 일반 가정에는 사실 배송과 설치가 어렵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운송이 불가하고 사다리차를 이용하더라도 창문을 통과하기 힘들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따라 대중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는 2030년까지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최대 5170만대까지 늘어나지만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의 1.2%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민수 옴디아 수석연구원은 "89인치 4.5k 마이크로 LED TV 기준 유리 기판에 3300만개 이상의 마이크로 LED 칩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함 없이 제조하기 쉽지 않다"며 "대량 전송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향후 몇 년 동안은 결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개의 소형 모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만 제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