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센트럴 IFC몰에서 바라본 홍콩 금융가의 모습./사진= 이지운 기자
홍콩 센트럴 IFC몰에서 바라본 홍콩 금융가의 모습./사진= 이지운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르포] 중국 리스크에 커지는 불확실성… 韓 금융시장에 불똥 튈까
② [르포] "중국 얘기는 익명으로 해주세요" 눈치 보는 홍콩 금융인들
③ [인터뷰] 오기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홍콩법인장 "글로벌 금융허브 홍콩, 이미 AI 투자 본격화"
④ [인터뷰] 남광우 NH證 홍콩법인 재무이사 "싱가포르보단 여전히 홍콩, 대체불가능한 아시아 금융허브"



"방금 언급한 내용은 익명으로 나갔으면 합니다. 현지 상황 상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홍콩에서 만난 한국 금융인들은 대부분 기사에 실명이 언급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정치적인 문제와 동떨어진 질문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괜히 홍콩 정부 나아가 중국 정부에 불리한 언급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있었다.


홍콩에 진출한 한국 금융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반간첩법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금융사 A법인장은 "아마 홍콩에 나와있는 주재원은 물론 홍콩 현지사람들도 대부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며 "(홍콩) 체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들은 이민을 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젊은 친구들이 지난 2~3년 동안 이민을 정말 많이 갔다"고 설명했다.

한국 B전문가도 "하지만 글로벌 IB(투자은행)의 경우엔 홍콩이 여전히 사실상 아시아 최대 금융허브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면서 싱가포르 쪽으로 확장을 노려보기도 하지만 홍콩의 장점을 대체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한국정부도 지난 9월4일 비행기가 홍콩 공항으로 이륙한 직후 곧바로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 외교부 문자는 "7월1일부로 중국의 반간첩법이 강화 시행되는 바 우리와의 제도·개념 등 차이로 예상치 못한 피해가 생길 수 있으니 유의 바람"이라는 당부가 적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주중 한국대사관 역시 여행객과 교민들에게 "민감할 것으로 보이는 자료나 지도, 사진, 통계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저장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국 C금융인은 "중국 정부는 외신까지 다 체크하고 있다"며 "말 한마디가 회사에 어떤 피해를 줄지 모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실명을 걸고 언급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7월 개정된 반간첩법에 따르면 중국 공안당국은 간첩혐의가 의심되는 사람의 휴대물품 등을 강제수색할 수 있고 조사를 위해 8시간에서 최대 24시간까지 구금할 수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국에서도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중국 사업은 물론 주재원 등 인력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현지 한국 금융인들이 업무상 중국 인사들과 교류가 잦은 탓에 간첩 관련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사안이든 반간첩법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다른 국내 금융사 D법인장은 "반간첩은 여전히 홍콩사회의 문제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홍콩에 진출한 기업인들은 당연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최대한 두리뭉실하게 돌려서 답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