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S+] '탱크주의' 옛 영광 어디로… 위니아전자 잔혹사
이한듬 기자
2,054
공유하기
|
위니아전자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영난이 지속되며 임직원들의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위니아전자는 지난 20일 회생법원에 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은 법원의 관리 아래 진행되는 기업 구조조정 절차로 경영상황이 악화된 기업이 신청한다.
위니아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셧다운과 글로벌 가전 시장 불황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2021년 175억원, 2022년 736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았으나 1000억원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 상황이 악화되면서 직원들에게 급여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근로자 412명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 약 302억원을 체불했고 이로 인해 지난 19일 박현철 대표이사가 구속됐다.
위니아전자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유그룹이 인수하기 이전부터 수십년 동안 경영난과 매각, 부활 등의 혹독한 역사를 잔복해왔다.
위니아전자의 전신은 1974년 설립돼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외 가전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우전자'다. 제품의 튼튼한 품질을 강조한 '탱크주의'를 앞세워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고 삼성전자, LG전자와 3대 가전업체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95년 전 세계 22개국에서 대우전자 33개 제품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당시 한국 가전제품 수출의 38.8%를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높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전자도 큰 위기를 맞이한다. 당시 에어컨, TV 등 주요 사업부를 매각했지만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2006년 파산했다.
이후 소형세탁기 '미니' 등 차별화된 1인 가전제품으로 다시 부활을 알렸고 2013년 DB그룹(당시 동부그룹)에 매각됐다.
'동부대우전자'로 이름을 바꾸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했지만 경영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당시 DB그룹이 대우전자를 인수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1350억원의 자금을 빌리면서 ▲3년내 순자산 1800억원 이상 유지 ▲2018년까지 기업공개(IPO)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FI와의 약정에 따라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와 2018년 대유그룹에 매각됐다.
대유그룹 인수 이후 위니아전자는 다시 부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인수 직전까지 적자에 시달렸으나 2020년 26억원의 흑자를 내며 인수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은 위니아전자는 2020년 '대우' 간판을 완전히 떼고 위니아전자로 거듭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재도약을 시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경영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업계에서는 '대우' 간판을 뗀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 브랜드는 여전히 중남미와 유럽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라며 "해외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대우 간판을 떼버리고 생소한 '위니아'를 내세운 게 실적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이한듬 기자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