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권력서열 3위' 하원의장 해임… 미국 헌정 사상 최초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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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권력서열 3위에 해당하는 하원의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구성원들에 의해 해임됐다.
4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케빈 매카시(공화당·캘리포니아) 미 하원의장이 지난 3일 당내 강경파와 민주당의 합심에 의해 해임됐다. 미 하원은 지난 3일 매카시 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극우성향의 공화당 강경파는 불과 8표를 통해 수장을 교체하는 것에 성공했다.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 208명은 전원 찬성표를 던진 가운데 공화당에서도 법안 발의자인 맷 게이츠(플로리다) 의원 등 8명이 찬성표에 동참하면 과반을 채웠다. 게이츠 의원은 투표 이후 매카시 의장을 '늪지대 생물'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그는 "메카시 의장은 특별 이잣돈을 모아 호의의 대가로 돈을 재분배함으로써 권력을 내세웠다"면서 "이제 (의장이 해임됨으로써) 열나는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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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미 헌정 사상 유래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취임 후 9개월 만에 강제로 끌어내려졌다. 매카시 의장은 "내가 믿는 것을 위해 싸워왔다"면서 "다른 방식으로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의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매카시 의장 취임당시 비공개로 제출한 명단에 따라 패트릭 맥헨리 의원(공화당·노스캐롤라이나)이 임시로 의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임시의장은 실질적 권한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카시 의장이 이끌고 있는 공화당 내부에서 쏘아올린 이번 사태는 내년도 하원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비롯됐다. 공화당 강경 우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의 게이츠 의원 등은 민주당은 물론, 매카시 의장과 꾸준한 갈등을 빚었다. 특히 매카시 의장 주도로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전날 임시예산안이 통과하자 공화당 의원들은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지난 2일 밤 의장 해임결의안을 하원에 공식 발의했다. 매카시 의장이 내년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민주당과 결탁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이 이에 강경한 입장을 굳히면서 사안이 확정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3일 회의를 통해 해임 찬성에 당론을 모았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투표로 매카시 의장이 해임되면서 추후 하원 의회 업무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이 재차 의장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미 의회는 셧다운을 막기 위해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킨 만큼 내달 중순까지 새로운 예산안에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장 공석이 이어지면 예산 협상에도 지장이 빚어질 수 있다.
이번 해임은 매카시 의장이 취임 당시 당내 극우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내건 조건들에 스스로 발목을 잡힌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당지도자가 아닌 일반 의원 개인도 해임결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15번의 투표 끝에 하원의장이 됐다. 이후 부채한도 인상, 셧다운 방지 등 국면에서 공화당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내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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