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명소, 카페로 재탄생했네
[머니위크]북악산길 '산모퉁이' 홍대앞 '커피프린스'
이정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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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바리스타 고은찬과 백마 탄 왕자 최한결, 그리고 당당해서 아름다운 여자 한유주와 달콤한 로맨티스트 최한성. 지난 여름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MBC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완소(완전 소중) 커플들이다.
이 두 커플이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던 보금자리가 최근 로맨틱한 카페로 탈바꿈했다. 지난 7월 극중 최한성의 집이 커피전문점 '산모퉁이'로 재탄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은찬과 한결의 일터인 커피프린스도 홍대에서 실제로 문을 열었다. 드라마의 이미지를 현실 세계로 불러들인 두 커피숍의 특별한 창업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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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드라마 때문에 오시지만 두 번째는 카페 풍경과 독특한 소품에 반해 오시는 분들이 더 많답니다."
산모퉁이라는 이름이 이보다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북악산길 산책로를 따라 20여분쯤 걷다 보면 산모퉁이에서 반갑게 행인들을 마주하고 있는 그곳. 바로 <커피프린스 1호점> 최한성의 집인 카페 '산모퉁이'다.
산모퉁이는 아시아 각국의 목각 인형으로 유명한 목인미술관의 김의광 관장이 운영하는 카페다. 산 한쪽 어귀에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는 아담한 이층집으로 푸른 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풍경과 김 관장이 직접 모은 독특한 소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여유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곳이 특별한 이유는 지난 여름 온 국민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최한성과 한유주가 로맨틱한 사랑을 나누던 바로 그 장소라는 점이다. 그 둘이 사랑을 나누었던 조그만 뒤뜰도 살가운 장난을 건네던 말 모양의 석상도 그대로다.
최한성이 한유주를 향해 달콤한 멜로디를 흥얼거리던 이층 테라스에 서면 왠지 모르게 더욱 낭만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 드라마 속 유주가 그렸던 미술 작품을 보면 주인공들의 달콤한 사랑 장면이 떠올라 괜스레 설레기도 한다.
지금은 이토록 예쁜 카페가 된 이 곳은 원래 평범한 주택이었다. 집 주인인 김 관장 또한 '박물관' 운영을 목표로 사들인 집이라 처음부터 카페 창업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인기를 더해가면서부터 이 곳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자연스럽게 '카페'를 떠올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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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창업을 결심한 뒤 창업 준비는 순탄하게 이어졌다. 카페 창업이 처음이어서 공간 구성부터 메뉴까지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커피프린스라는 기존 이미지를 활용해 그를 바탕으로 기본적인 틀을 잡아나갔다. 그렇게 아담한 주택은 커피숍에 알맞은 장소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김 관장은 "이왕 카페로 운영할 것이라면 드라마의 이미지에만 기대는 것은 원치 않았다"고 한다. 일회성에 그치는 드라마의 이미지에만 기대서는 언젠가는 잊혀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카페 사업은 특히 '한 번 찾은 손님을 다시 불러들이는' 매력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고 그 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드라마를 떠나 '산모퉁이'만의 독특함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김 관장의 전략이었다. 때문에 '드라마의 이미지를 잘 살리면서도 '산모퉁이'만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김 관장이 '산모퉁이'를 창업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또 가장 많이 연구한 부분이라고 한다.
김 관장은 MBC로부터 드라마에 사용됐던 소품들을 직접 사들여 카페 곳곳에 배치하며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손님들이 자연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넓은 통유리 창문을 정원 쪽으로 내어 드라마 속 '최한성의 집'이 아닌 카페 '산모퉁이'만의 특징을 살렸다. 공간 구성에서부터 다른 카페와 차별점을 두다 보니 서비스 역시 '산모퉁이'만의 독특한 방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카페는 음료수 주문부터 서빙까지 모든 것이 셀프로 운영된다. 손님들이 드라마 속 공간을 느끼거나 카페 주변 경관, 김 관장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해진 규칙이었다. 물론 지금의 방식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커피 몇 잔 주문하신 분'을 목청껏 외치던 때가 있었고 '번호표 사용'을 궁리했던 적도 있었다.
카페의 김경숙 실장은 "손님들도 처음에는 불편해하시지만 카페를 한번만 둘러보고 난 뒤에는 절로 이해를 하게 된다"며 "예전에 다녀가셨던 분들은 '그새 카페가 진화했다'며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런 김 관장의 전략이 주효했던 것일까. 카페는 주말이면 200~250명의 손님이 찾아와 꽉 들어찰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CF나 영화 촬영 장소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도 끊이지 않는다.
김 관장은 "드라마를 이미지로만 받아들이기 보다 그 장소를 직접 찾아와 느끼고 체험하고자 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잘 살린 결과"라며 "하지만 단순히 드라마 속 공간을 재현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 카페의 무기는 '자연 풍경'과 '독특한 소품'이었다. 굳이 '드라마 때문'이 아니더라도 손님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자기만의 장점'을 잘 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상상의 공간이 현실로-커피프린스
"이곳에서는 누구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상상 속의 이미지를 현실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게 커피프린스의 매력이죠."
자갈이 깔린 뜰에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는 커피테이블, 한유주가 그렸던 해바라기 벽화, 까만색 수트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점원들까지. 흡사 드라마 속 한 장면으로 빨려 들어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MBC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은찬과 한결이 사랑을 만들어가던 그들의 일터, '커피프린스'가 지난 10월 홍대떼아뜨르 추 극장 1,2층에 첫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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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커피업체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카페 사업에 뛰어들면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렇게 사업을 구체화하기로 마음먹은 변 대표는 국내 여러 업체를 통해 커피 메뉴 개발을 진행해 온 대표적인 바리스타 강다원 씨를 영입하고 MBC에 직접 접촉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커피프린스에서 개점한 카페 '커피프린스'는 바로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변 대표와 함께 ㈜커피프린스 창업을 준비해 온 김원진 실장(31)은 "MBC와 구체적으로 사업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시작한 시점도 MBC에서 <커피프린스 1호점>을 방영하기 한참 전인 5~6월 무렵이었다"며 "드라마에서처럼 현실의 '커피프린스' 또한 바리스타를 중심으로 한 정통 커피전문점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저 드라마의 인기에만 기댄 채 손쉽게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변 대표는 "카페 '커피프린스'는 드라마의 이미지를 현실 세계로 불러들이는 작업인 만큼 드라마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커피전문 브랜드 ㈜커피프린스가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커피전문점다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카페 '커피프린스'는 변 대표의 이런 경영 철학이 곳곳에 묻어 있다. 인테리어나 메뉴 구성, 서비스 등 많은 부분에서 드라마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색색의 앙증맞은 그림이 그려 넣어진 메뉴판이나 시멘트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 모던한 인테리어도 드라마를 통해 낯익은 것들이다.
앞으로는 '커피'뿐 아니라 '와플' 또한 주요 메뉴로 올릴 것이라는 구상도 마찬가지. 커피를 배우고 싶어하는 손님들에게 전문적인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는 점 또한 드라마의 주인공 고은찬을 떠올리게 한다.
김 실장은 "처음에는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점원들의 구성도 남자 바리스타로만 채용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현실에서 사업을 구체화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남자보다 여자 바리스타들이 훨씬 많은 국내 커피업계의 현실에 맞춰 현재는 남ㆍ녀 점원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카페 곳곳에서 드라마를 그대로 재현해 낸 '커피프린스'는 손님들이 마실 커피만큼은 드라마를 뛰어넘어 고급스런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더 좋은 커피 맛을 위해 향이 부드럽기로 유명한 스페인의 원두 '카페로비'를 직접 수입해 사용하는 것은 물론 개장 전에는 2~3달 간 카페에서 일할 바리스타들에게 합숙 훈련까지 시켜가며 바리스타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커피프린스는 앞으로도 엄격한 바리스타 교육도 실시했다. 앞으로도 바리스타 강다원 씨를 주축으로 한 지속적인 메뉴 개발을 통해 '커피 맛'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커피전문점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변 대표는 "카페가 개장한 지 한 달이 겨우 지났지만 벌써부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며 "하지만 드라마의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면 점차 잊혀지게 마련이다. '커피프린스'라는 카페를 실제로 운영한다는 것은 드라마 속 환상이 아니라 현실의 비즈니스다. 커피를 진정 즐길 줄 아는 사람, 커피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바리스타를 중심으로 ㈜커피프린스를 믿을 수 있는 브랜드로 키워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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