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한강 르네상스사업의 일환으로 2007년부터 진행한 세빛둥둥섬(사업 초기 이름은 플로팅 아일랜드) 조성사업이 9월 그랜드오픈을 앞두고 여전히 말썽이다. 시민들의 문화공간을 표방하던 세빛둥둥섬에 첫 행사를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모피쇼로 개최한 데 이어 공사 준공 후 불과 한달 만에 도교를 급히 철거하고 해체했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빛둥둥섬에 관한 문제들을 짚어봤다.

◆공기 2배 늘고 사업비 60% 늘어

2007년 획기적인 문화공간 조성을 고민하던 서울시는 한강에 랜드마크적인 수상문화복합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모를 통해 2008년 3월28일 한강변 인공섬 조성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C&우방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6월9일 첫삽을 뜨며 사업은 수월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같은 해 말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C&우방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인공섬 조성사업은 좌초 위기를 겪었다. 2009년 9월 완공 계획이 미뤄진 이유였다.
 
세빛둥둥섬, 공기·사업비 모두 '껑충'뛴 이유는

사진/ 지영호 기자

C&우방의 사업포기로 등장한 것이 효성그룹이다. 효성은 2009년 5월 사업 시행자인 ㈜플로섬(과거 법인명 소울플로라)의 C&우방 지분 67% 중 47%를 인수하고 사업을 이어받았다(2011년 6월7일 효성은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57.8%까지 늘렸다. 계열사인 진흥기업 보유지분 4.5%까지 합하면 효성의 지분은 62.3%까지 늘어난다). 완공 목표는 2010년 3월로 재조정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완공일정은 계속 미뤄졌다.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2010년 11월로 목표치가 변경됐지만 이 역시 순탄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사업 참여자이자 대표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사업비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0년 11월 예정된 G20 정상회의 개최 장소로 한강의 플로팅 아일랜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플로섬 측은 “C&우방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공백이 생겼고, 강 위에서 진행하는 유례없는 공사여서 수월하게 진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부당 거래 의혹에 대한 서울시의 해명자료와 동일하다. 서울시는 준공기간을 1년 넘게 지체한데 대한 이행지체상금을 사업주체에 부과하지 않은 이유로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대규모 부유체 고난도 공사라는 점과, 하천이라는 제약이나 절대공사기간(2년) 등을 감안할 때 사업시행자의 귀책사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협약서에는 사업시행자가 공기 지연으로 인한 귀책사유가 되지 않는 조건으로 지진이나 자연재해, 전쟁이나 전국적 파업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문제는 사업이 늦춰지면서 늘어난 사업비다. 당초 C&우방 등 소울플로라에서 제시한 사업비는 662억원. 하지만 사업자가 플로섬으로 바뀌면서 964억원으로 부풀려졌다.
 
실제 집행된 사업비는 이보다 더 많다. 김정태 서울시 의원이 공개한 ‘플로팅 아일랜드 조성사업 공사원가 심사현황’에 따르면 사업비는 1053억1100만원이다. 심지어 일부 내부제보자는 사업비가 16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SH공사는 플로섬에 2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C&우방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10%의 지분을 늘렸다. 서울시의 보증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섬 입지, 지형적으로 불안하다

세빛둥둥섬에 제기되는 문제는 또 있다. 안전성 문제다. 최근 사업권자인 플로섬이 도교를 급히 철거하고 해체작업을 진행한 것을 두고 한강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기존 매뉴얼대로 진행한 것인지 아니면 설계상 하자가 발생한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형적으로 불리한 지역에 인공섬을 짓는 것이 당초부터 무리였다고 지적한다.

보통 유속은 물의 흐름이 꺾이는 부분과 교량을 통과하는 곳에서 빨라지는데 세빛둥둥섬은 한강이 꺾이는 시작점에 위치해 있고 교량과 가까워 물의 저항을 크게 받는다는 것. 세개의 섬과 한개의 부속섬(미디어아트갤러리)으로 이뤄진 세빛둥둥섬 중 가장 상류에 위치한 2섬은 반포대교 및 잠수교와 불과 60여m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게다가 2섬과 이어진 도교(가설 다리)는 사실상 붙어있다.

인공섬이 와류 지형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통 수상구조물은 한방향으로의 저항을 고려하지만 와류 지형에 있으면 사방의 압력을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구조물이 취약해지기 쉽다. 게다가 해당 지형은 강바닥이 빠르게 깎이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중호우로 붕괴된 왜관철교 역시 와류로 인한 세굴(물의 힘으로 구조물이나 토사가 깎여나가는 일)을 붕괴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세빛둥둥섬 하부구조물의 세굴이 염려스러운 이유다.

세빛둥둥섬 자체가 물의 흐름에 장애요소라는 지적도 있다. 저항이 크면 그만큼 주변 유속이 빨라지고 도교 등에 더 강한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조 교수는 “사고가 안 나기를 바랄 뿐이지만 학자 입장에서 위험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200년 빈도의 홍수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하는데 이는 곧 홍수가 났을 때 0.5%의 확률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위험도가 매우 높은 건축물이라는 생각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세빛둥둥섬, 공기·사업비 모두 '껑충'뛴 이유는

◆서울시, 안전성 이상없다

하지만 사업 주체인 플로섬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플로섬 관계자는 “문제가 있었다면 수리영향평가나 하천점용허가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못박았다.

수리영향평가를 진행한 서울시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수상사업부 관계자는 “교수 및 연구원이 참여한 한국수자원학회 전문가들이 참여해 평가한 결과 안전성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집단이 판단한 만큼 안전은 신뢰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학회에서 진행한 모형실험은 한강과 인공섬을 실제 크기의 수평 120분의 1, 수직 5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에 폭우 등을 가상한 한강수위에 따른 안전도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대 홍수 시 안전빈도에 따른 지적에 대해 “설계기준으로 보면 200년만에 한번 올 정도의 강우에서도 안전하다는 뜻”이라며 “팔당댐에서 초당 3만7000톤을 방류해도 견딜 수 있는 설계”라고 설명했다. 팔당댐은 한강 수위를 결정하는 댐으로 수문 15개를 모두 열 경우 초당 방류량은 3만7000톤이다.

6월 말 장마 시 팔당댐의 초당 방류량은 8000톤 수준이었며, 일산 일대의 제방이 무너지고 풍납동, 성내동 일대가 침수된 1990년 대형 홍수 시에도 팔당댐의 초당 방류량은 2만톤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도교 철거 역시 팔당댐의 초당 방류량이 5000톤 이상일 경우 도교를 안전한 곳으로 이송한다는 매뉴얼에 따라 옮겼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1990년 대홍수 때 팔당댐의 초당 방류량은 3만200톤까지 접근한 바 있다. 당시 유람선이 교각에 충돌하면서 마포대교 붕괴 위험까지 갔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섬에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수상사고가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린 사건이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 안전문제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