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싼타페(Santa Fe·프로젝트명 CM) 출시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신형 싼타페(프로젝트명 DM)는 올해 현대차의 유일한 신차다. 2000년 첫 모델이 등장한 이후 벌써 12년을 맞았음에도 여전히 '싼타페'라는 이름을 고수했다. 이미 250만대가 팔린 차다. 그만큼 자부심이 가득한 국내 대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현재 신차 구입신청을 해도 두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주문량이 많다. 사전예약 건수는 1만8000건. 쏘나타와 그랜저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주문 대수다.
 
현대차는 최근 강한 외관과 조용한 내부를 강조한 TV광고를 방영하고 있다. 그동안 디젤 차량이 가진 소음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이 광고의 포인트다. 과연 그럴까. 3일간 시승한 신형 싼타페의 느낌을 정리해봤다.


왜 타나 했더니…가솔린 세단 같은 탄력과 정숙성

 
1. 성능

달리면 달릴수록 매력적이다.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2.0 4WD(4륜구동) 모델이다. 최고 184마력, 최대토크 41.0kg·m를 통해 부드러우면서 힘찬 주행이 가능하다. 정속 주행 때는 스키를 타듯 도로 위를 사뿐히 미끄러지지만, 일단 가속하면 묵직한 탄성력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변속시기도 흡족하다. 주의해서 운전하지 않는다면 좀처럼 변속시점을 느끼지 못한다. 6단 자동변속기가 적절한 타이밍에 제 기능을 하도록 세팅돼 있다. 차체가 낮아지면서 SUV가 갖는 커브길의 쏠림현상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작동했는지 알 수 없지만 4WD 차량에는 국내에서 처음 적용된 ATCC(Advanced Traction Cornering Control) 시스템이 커브길 구간에서 안정성과 민첩성을 향상시켜준다고 한다.
 
가속페달을 밟고 고속주행을 경험해봤다. 속도에 대한 불안감이 크지 않다. 속도계는 240km/h를 한계로 삼고 있지만 이마저도 능가할 듯 했다. 속도를 올리면서 느낀 안정성을 담보로 법정 최고한도를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엔진이 속삭이듯 가속페달을 밟으라고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자유낙하하는 기분으로 감속상태를 확인해봤다. 일종의 퓨얼컷 주행이다. rpm 수치는 확연히 떨어졌지만 속도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연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탄력주행 습관을 가진 운전자라면 만족스러울 듯하다.
 
연비는 도로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비교적 우수한 편이었다. 도심구간에서 스포츠모드로 1시간 동안 달린 뒤 확인한 연비는 9.2km/ℓ으로 나타났다. 반면 평소 운전습관대로 도심과 정체구간이 포함된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렸을 때 연비는 11.4km/ℓ, 정체가 거의 없는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14.1km/ℓ를 기록했다.  
 
에코모드로 정속주행을 하고 외곽순환고속도를 1시간 주행했을 때 최고 18.9km/ℓ까지 나오기도 했다. 공인연비인 13.0km/ℓ를 월등히 능가하는 수치다. (2.0 2WD 모델의 공인연비는 14.4km/ℓ) 주행습관이 연비에 미치는 영향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2. 각종 편의사항
 
기아차의 K9에 적용된 차선이탈 경보시스템은 신형 싼타페에도 적용됐다. 방항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어서면 경고등과 경고음이 울린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적용했으며 기어를 구동에 놓더라도 차량이 움직이지 않다가 가속페달을 밟을 때 움직이는 오토홀드 기능도 구비했다.
 
국내 SUV에서 찾기 어려운 주차 가이드 시스템(PGS)도 장착됐다. 후진 시 사이드미러의 조향각이 조절되고 내비게이션 액정화면을 통해 주차 시 차량 궤적을 그려준다. 또 평행주차 시 주차조향보조시스템을 통해 초보운전자의 주차 편의를 돕는다.
 
이외에도 차량용 직류전압을 220V의 가정용 교류전압으로 변환시켜주는 기능이나 개방감이 탁월한 파노라마 썬루프 등도 갖췄다.
 
왜 타나 했더니…가솔린 세단 같은 탄력과 정숙성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블루링크(Blue Link) 서비스를 확인할 수 없는 점은 아쉬웠다. 차량을 원격 제어하는 스마트 컨트롤과 사고로 에어백이 작동할 때 차량 정보를 센터로 전달해 긴급구조나 사고처리를 돕는 세이프티, 소모품 교체 주기를 알려주는 카 케어, 상담원 서비스와 개인정보 관리를 하는 어시스트, 무선인터넷 기능 지원 서비스인 인포 등을 스마트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자 시승회에서 실제 적용돼 호평을 받았지만 안드로이드마켓을 통해 확인된 사용자의 평가는 냉정했다. 아직 사용하기에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3. 정숙성
 
신형 싼타페는 확실히 이전과 다른 정숙성을 선보인다. 기존 모델에 비해 한층 가솔린 세단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다만 광고 수준의 정숙성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디젤차량이 갖는 투박한 엔진음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가속페달에 힘을 가할 때마다 경쾌한 엔진음이 귓전을 때린다. 다행히 정속주행에서는 엔진음을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현대차는 대쉬부, 엔진룸 부위 등 차량 곳곳에 흡음재를 추가로 적용하고 윈드쉴드 글라스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하는 등 설계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노이즈 설계대책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한층 나아진 정숙성으로 인해 사운드 품질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모비스가 처음 구현해 적용한 액튠(Actun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의 성능은 마치 차 안에서 무대 위의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이 시스템은 차량 곳곳에 설치된 10개의 스피커와 고성능 우퍼를 통해 작동한다.
 
신형 싼타페의 판매가격은 2.0모델이 2802만~3604만원, 2.2모델이 2996만~3776만원(자동변속기 기준)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