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기상예측 기술력은 세계 7위권 수준으로 매우 높다. 하지만 기상시장은 턱없이 적다. 기술력에 맞는 우리나라 기상산업의 시장규모는 최소한 2조원은 돼야 한다." (조석준 기상청장)

"세계경제의 80%가 기상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기업과 정부도 기상정보를 활용한 날씨경영을 도입하고 기상정보 활용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

기상산업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상관련 상품을 제조하거나 공급하는 기상산업은 단순히 기상관련 콘텐츠 제공을 주업무로 하는 예보업 외에도 기상감정업·기상컨설팅업 등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전통적으로 날씨는 기상청과 같은 국가기관의 소관이지만 지난 2009년 12월 기상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 민간기업들이 하나둘씩 기상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힘입어 민간예보사업제도가 도입된 초기만 해도 4억7000만원이었던 기상산업의 매출은 지난해 1069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여기에 기상정보유통과 보험사, 금융사 등의 기상파생상품까지 추가하면 전체 시장규모는 2219억원에 달한다.

'천기누설'한 민간 예보업체 3년새 폭풍성장

여름에도 겨울에도 날씨에 대비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진은 태풍의 한반도 상륙 뉴스 속보를 시민들이 시청하고 있는 모습(뉴스1 이정선 기자).

◆민간 예보업체 급성장…기상시장 '다크호스'

1000억원대의 기상시장 형성을 이끈 주인공은 바로 기상기후 시장에서 가장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기상정보, 즉 예보서비스 업체들이다. 현재 기상청에 기상사업자로 등록된 업체는 총 147개사나 되지만, 이 중 민간 기상예보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8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표적인 예보기업이자 '국내 민간예보 사업자 1호'인 케이웨더의 경우 직원수 100명, 연매출 100억원에 이를 만큼 민간 예보업체들의 성장세가 최근 들어 무섭다. 

현재 민간 기상업체는 예보사 자격증을 갖춘 1명의 전문가와 상근직원 2명만 있으면 기상청장의 승인을 얻어 쉽게 설립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위성·레이더 영상 등 기상청이 제공하는 관측자료뿐 아니라 외국의 기상자료, 자체 기상관측망에서 측정된 자료를 추가로 활용해 정확도를 높이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면서 매출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부 민간 예보업체의 경우는 아예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생산한 예보와 기상청의 예보를 실제 날씨와 비교해 보여주며 기상청과의 정면승부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 1904년 부산·목포·인천 등 전국 5곳에 임시기상관측소를 설치한 이래 100년 넘게 이어져온 기상청의 독점적인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상업체 관계자는 "최근 기상청이 예보업체의 자료를 바탕으로 올 여름 기상전망을 내놓은 민간 연구소에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는 것도 민간 예보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천기누설'한 민간 예보업체 3년새 폭풍성장
 
날씨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사진_머니투데이)
 
◆기상시장 진출 대기업 '러시' 뜨거워

기상시장이 '블루오션'으로 점차 주목받으면서 중소기업 일색인 기상산업에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드는 것도 2012년 기상산업의 현주소다.

자산규모 2조7000억원대로 군용 레이더를 국산화한 STX엔진은 송수신기, 안테나 등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기상용 레이더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STX엔진이 확보 중인 원천기술은 소형 'X-밴드' 기상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로 우리나라 주요 국책 과제 중 하나다. X-밴드 기상레이더는 이중편파 기상레이더 시스템으로 펄스를 압축해 신호를 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여기에 신호발생기와 송·수신이 가능한 기술을 통해 국내용 기상레이더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일본 기상정보 전문업체인 웨더뉴스와 제휴를 맺고 '웨더볼'(Weatherball)이라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농어촌은 물론 골프, 등산 같은 레저분야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웨더볼은 기상청에서 수집하고 관측한 데이터는 물론 자체적으로 전국 41곳에 설치된 웨더볼 로봇에서 수집한 정보를 제공한다. 활용도는 꽤 높다. 전국 유명 등산지역이나 골프장 날씨정보, 여름철 전국 해수욕장 날씨, 10개의 월드컵 경기장, 유명 야구장 날씨까지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골프장용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설치해 기상산업에 뛰어든 케이스다. 잔디 보호를 주목적으로 하는 장치인 AWS는 잔디관리예보시스템(TWS)과 함께 작동하는 것으로, 케이웨더가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AWS가 설치된 골프장에서 정확한 잔디관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 측은 현재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을 포함해 총 5군데 골프장에 이 장비를 설치했다.
 
◆기상정보 유료화 '초읽기'

성장국면인 기상산업에 있어 또 다른 관심의 추는 기상정보의 유료화 여부다.

최근 기상청은 '맞춤형 기상정보'에 대해 유료화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주장하고 나선 기상정보의 유료화란 일반 기상정보는 국민들에게 현재처럼 무료로 제공하되, 특정 수요자를 위한 맞춤형 기상정보는 민간업체를 통해 유료로 배포하겠다는 의미다. 

예컨대 조선업체가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필요한 특정지역의 날씨 및 습도, 바람세기와 같은 정보를 상업적 차원에서 유통되게끔 하겠다는 식이다.

조석준 기상청장은 "기상정보는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앞으로 기상청이 개발하는 첨단 맞춤형 기상정보는 민간업체를 통해 유료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오는 9월 선보일 예정인 '웨비게이션'(날씨정보를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기술을 비롯해 '도시·농림 맞춤형 스마트 기상서비스' 등의 기상정보를 모두 유료화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공재에 가까운 기상정보를 유료화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기상업계 관계자는 "연간 3300억원의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기상청이 개발한 기상정보를 민간업체를 통해 국민에게 유료로 배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기상정보가 '공공재'인 만큼 모든 국민에게 무료로 전달돼야 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