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순환출자라고 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언제든 순환출자 상태를 해소할 수 있다. 지금은 위기상황이 아니다."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재벌 지배구조 개선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화그룹이 '순환출자' 규제와 관련해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순환출자와 관련 "지배구조 전환에 수십조원이 드는데 그룹을 해체하라는 것이냐"며 강경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황에서 주요 대기업군 중 하나인 한화의 반응이 다소 이채롭다.

한화가 다른 대기업에 비해 비교적 순환출자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삼성과 현대차 등 순환출자 해소에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과 달리 한화의 순환출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부담이 적어 보인다.

최근 재벌닷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재 순환출자 해소 대상이 되는 지분가치가 6조860억원으로 가장 높다. 삼성그룹은 4조3290억원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15개의 순환출자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 최소한 8개사의 연결지분을 해소해야 한다.

롯데그룹은 19개 순환출자 연결고리 중 최소 6개사의 연결지분을 해소하는데 2조4570억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개의 순환출자 연결고리를 해소하는데 1조5550억원이 필요하다. 한진그룹은 6개 순환출자 연결고리를 끊는데 최소 1개사의 지분을 처리해야 하며, 순환출자 해소에 해당하는 지분가치는 2130억원 수준이다.
 
40억이면 순환출자 해결, 어디?
40억이면 순환출자 해결, 어디?


이에 반해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기타 계열사-한화손해보험-한화'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지만 한화손해보험이 보유한 한화 지분 0.19%(약 40억원 상당)만 처분하면 순환출자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화 관계자는 "우리는 순환출자 문제가 제기될 경우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며 "현재로선 지배구조를 당장 바꾸겠다고 결정한 사항은 없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돼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에 맞춰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요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규제 움직임에 '울상'인데 반해 한화만이 나홀로 '너털웃음'을 짓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