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입찰 경쟁률이 61대 1까지 치솟는 등 전에 볼 수 없던 인파로 시장이 북적이고 있다.

1억~2억원대 소액 물건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어 평소 내 집 장만을 꿈꾸던 이들에게 경매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 투자자들이 아닌 내 집 마련을 위해 접근하는 실수요자들이 증가하면서 중·소형 아파트(전용면적 85㎡ 이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과 취득세 감면 연장에 대한 기대감 등이 겹치면서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봄바람 부는 아파트 경매시장

◆1억~2억대 중·소형 아파트에 실수요자 몰려

지난달 7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감정가 2억5000만원의 노원구 공릉동 비선아파트(48.6㎡) 경매에는 무려 61명이 몰렸다. 소형아파트로는 이례적으로 3회나 유찰돼 감정가의 절반인 최저가 1억2800만원부터 입찰에 붙여졌다. 이 물건은 많은 수의 입찰 표가 제출되면서 1억7699만원(낙찰가율 71%)에 낙찰됐다. 투자금이 소액인데다 6호선 화랑대역이 가까운 역세권이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경기·인천 지역의 경매 열기도 뜨겁다. 지난달 22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입찰에 붙여진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 송촌토파즈아파트(60㎡)에는 38명이 몰렸다. 2회 유찰돼 감정가 1억1000만원의 절반 가격인 5390만원에 경매가 시작돼 8176만원(낙찰가율 74%)에 낙찰됐다. 29명의 응찰자가 경합한 인천 서구 당하동 신대진아파트(85㎡)도 감정가 2억1000만원에서 2회 유찰되면서 결국 1억5288만원(73%)에 낙찰자가 정해졌다.

경매 물건이 늘어나면 입찰 경쟁률이 하락하면서 낙찰가율도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최근 경매시장 상황은 낙찰가율과 입찰 경쟁률이 동시에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평소 낙찰가보다 높은 가격대에서 입찰경쟁이 붙고 있는 것은 투기성 투자자들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경매시장에 뛰어들었다는 방증"이라며 "이들은 주로 저렴한 가격대의 중·소형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 일반 매매시장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수요자들의 경매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은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평균낙찰가율이 1월 74.2%, 2월 76%를 기록했고, 평균응찰자수는 1월 5.5명, 2월 6명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올해 들어 입찰자가 급증하면서 2월 현재 평균응찰자수 6.4명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 8월 이후 1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또한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1월 법원경매를 통해 낙찰된 전국 주택 물량이 일반매매시장에서 거래된 주택의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경기가 호황이던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봄바람 부는 아파트 경매시장


봄바람 부는 아파트 경매시장

◆전셋값에 웃돈 보태 경매에 도전

경매는 아직도 일반 서민들에게 익숙한 내 집 마련 방법은 아니다. 낯선 용어가 난무하는데다 관련 법 지식도 부족할 뿐더러 '꾼'들이 모여 있을 것 같은 부정적 인식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매시장이 어려운 경기 속 서민들의 내 집 마련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는 한달 평균 6000건의 아파트와 3000건의 다세대·연립주택 경매가 열린다. 그중 전용면적 45~60㎡ 규모인 소형아파트와 빌라 경매물량이 매달 2000~2500건에 달한다.

매달 쏟아지는 경매 물량을 토대로 사전조사를 충분히 한 다음 경매시장에 뛰어든다면 전셋값에 웃돈을 약간 보탠 가격으로도 내 집을 장만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통례상 경매를 통하면 시세보다 15~20% 싸게 낙찰을 받을 수 있는데, 세입자들의 경우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요즘 자금계획만 잘 수립하면 소형아파트 장만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금이 다소 부족한 경우에는 은행의 경락잔금대출제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수요가 많고 인기가 몰리는 대단지나 인지도 높은 아파트만 고집하면 경쟁이 치열해 높은 값에 낙찰 받을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실거주가 목적이라면 잘 아는 동네의 비역세권, 중소규모 단지, 비브랜드 아파트나 나홀로 아파트를 고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권리분석 중요하지만 '뻥튀기 물건' 주의

그렇다고 경매를 통하면 무조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낙찰을 받는다는 맹신은 금물이다. 경매시장 수요자가 급증하면서 되레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낙찰 받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에서는 특히 권리관계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입찰 전에 해당 아파트를 찾아 임차인 조사를 철저히 하고 대항력이 없는 세입자라도 직접 만나 명도저항 여부와 이사계획을 확인해야 한다.

다만 중·소형아파트의 경우 상가건물 등 복잡한 경매물건과 달리 권리와 세입자 관계 파악이 손쉬워 권리분석에 매달리는 사례는 비교적 적다. 오히려 자금상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은 편이다. 경매시장의 특성상 최저가가 5~6개월 전에 사전 공지되는 만큼 본인의 자금 정도에 맞춰 시세보다 쌀 경우에만 입찰에 응해야 한다. 기존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큼 한두번 유찰된 물건이라도 급매물 시세와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비쌀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리비 연체의 변수도 조심해야 한다. 채무자나 임차인이 수개월간 관리비를 미납해 체납관리비가 수백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낙찰자는 관리사무소와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 연구원은 "사전조사를 충실히 하고 몇가지 주의사항만 숙지한다면 초보자들도 큰 어려움 없이 적은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