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업계가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는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미 지난해 지점을 통폐합하고 인원을 줄였다. 심지어 경영이 어려운 일부 증권사들은 매물로 나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이 없다.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오고 있는데, 증권업계에는 여전히 기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쉬이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박스권에서 횡보하던 코스피마저 지난 22일, 1950선이 붕괴되는 등 지수조차 맥을 못 추고 있다.
사진_류승희 기자
사진_류승희 기자

◆ 예견된 실적 실망… 대형사도 '위태' 

대한민국에서 증권사들을 순위별로 '줄' 세울 때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이 자기자본이다.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 증권사는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으로 이들은 '빅5'로 불린다. 

이 가운데 하나인 현대증권은 지난 2월27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실적을 공시(잠정치)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2012사업연도 3분기)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98.3% 늘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16.5% 감소했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다. 이 회사는 같은 기간에 332억9500만원의 영업손실과 672억18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5대 증권사 중 1곳이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관계자는 "과거 투자한 금호산업 등 유가증권 손상인식에 따른 상품운용 실적이 악화된 데다, 선박펀드 손실반영에 따른 영업외 손실 등으로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이 적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일회성의 손실을 털었기 때문에 다음 분기(4분기)에는 직전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증권업계가 여전히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적자전환'만 아닐 뿐이지 다른 대형회사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KDB대우증권의 실적을 살펴보면 '어닝쇼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전분기대비 30~70%, 전년대비 20~40%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심지어 우리투자증권은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9.11%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95.47% 감소했다.

중소형사는 더욱 심하다. SK증권의 경우 지난해 3~12월(2012영업연도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17억100만원을 기록, 전기대비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손실도 90억6300만원을 기록해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전체 증권사의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당기순이익은 누계기준 7877억원으로 전년동기(1조7498억원) 대비 55.0% 감소했다. 3분기만 놓고 봐도 1131억원으로 전분기 4706억원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조성경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5개 증권사의 어닝쇼크는 공통적으로 비용절감 노력에 따른 판관비 축소, 거래대금 축소 및 금융상품 판매 부진에 따른 수수료수익 하락, 금리상승 압력에 따른 트레이딩 이익의 감소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의 저조한 실적에 대해 "시장의 거래대금이 줄어든 것이 주요인"이라며 "금리상승으로 인해 채권관련 손익이 나빠진 것도 또 다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어닝쇼크' 증권사, 봄은 언제 오나

◆ 증권업계, 어쩌다 이 지경까지 몰렸나 

현재 증권업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 것은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크게 감소하며 전통적 수익구조인 브로커리지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너무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이러한 상태가 조금만 더 이어지면 중소형사를 필두로 대형사들도 위험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해를 넘긴 현재, 그 관계자의 예측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증시상황이 좋지 않아 줄어든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수수료마저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업계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훼손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연구위원에 따르면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2011년 3월만 해도 10조원이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3조3000억원대로 감소했다. 특히 거래회전율이 높은 개인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개인의 거래대금 비중은 75%에서 64%로 크게 낮아졌다.

더불어 IPO(기업공개) 건수도 줄어들었고, 증시의 약세로 주식형펀드 판매가 위축되면서 마진 경쟁이 심화돼 펀드부문의 수익도 줄었다.

◆ 증권업 애널리스트들,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증권사의 주식에 대한 매력도 바닥수준이다. 실적 없는 주가상승세가 나타내며 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 이상까지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렇다면 증권사의 증권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업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들이 내놓은 증권업 관련 리포트(개별종목 제외)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총 50개다. 이 가운데 투자의견이 없는 리포트가 20개이며, 중립(Neutral)은 10개, 비중확대가 20개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증권업계의 자기자본비율(ROE)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수료율 하락 및 자기자본 증가 등 구조적인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2012회계연도의 ROE 2.8%는 적정수치를 하회하는 것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올 회계연도 ROE는 4.8%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당장 ROE가 회복되고 업황이 좋아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김 애널리스트는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ROE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증권업이 5% 이상의 ROE를 시현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증권업의 평균수수료율은 이미 한계수준에 와 있어 추가적인 수수료율 인하경쟁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헤지펀드시장이 과도기에 있는 만큼 프라임브로커 관련 수익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