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확보 순항중… KT 반격, SKT도 비슷한 행보 예상

통신시장이 '요금제 삼국지'로 요동치고 있다. 지난 3월21일부터 한달 새 SK텔레콤을 필두로 KT와 LGU+가 차례로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 것. SKT가 망내 무료 음성통화를 핵심으로 하는 'T끼리 요금제'로 포문을 열자 KT 역시 이와 유사한 '모두다 올레'로 맞섰다. 여기에 LGU+는 망내외 무제한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무한자유 요금제'로 초강수를 뒀고 또다시 KT가 망내 유무선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유선무선 완전자유 요금제'를 한시적으로 출시했다.

무엇보다 업계의 눈길이 쏠리는 건 '강펀치'를 날린 LGU+의 '무한자유 요금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200억원대로 반토막난 LGU+가 연간 6000억원(LGU+ 추산)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출시한 파격적인 요금제이기 때문이다.
 
이 비장의 카드가 과연 LGU+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100만 공략 U+의 '6000억 베팅' 파괴력은?

'무제한 요금제'는 보조금 과당 지급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통3사가 포화상태의 통신시장에서 선택한 생존 무기다. 최근 두 회사를 합쳐 가입자 기반이 80%에 이르는 SKT, KT가 자사 가입자간 망내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요금제를 잇달아 내놓은 바 있다. LGU+로서는 똥줄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에 LGU+는 KT와의 '동맹'으로 양사 가입자간 무료 음성통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했으나 상호접속료 문제 등으로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했고, 홀로 1, 2위 사업자에 맞설 초강력 무기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LGU+는 자사 가입자가 망내뿐 아니라 SKT, KT 가입자에게 거는 음성통화도 무료로 제공하는 '무한자유 요금제'를 출시했다. 휴대전화 사용자 10명중 8명이 SKT, KT 가입자인 상황에서 LGU+가 제공하는 망내 무료 음성통화 요금제로는 승산이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 이에 따라 월 6만9000원짜리 'LTE음성 무한자유69' 요금제 이용자들은 망내는 물론 망외 무제한 음성통화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 요금제 도입으로 인한 손실액은 LGU+ 추산 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의 5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LGU+가 그만큼 급했고 불가피했던 선택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다.
 
관심은 이러한 초강수가 과연 LGU+에게 득 혹은 실이 될 것인지에 모아진다. 시장의 잠재적인 변수가 워낙 많아 앞으로의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경쟁사들의 반응인 탓이다.

 
◆年 6000억 손실…100만 가입자 확보가 관건

LGU+에 따르면 자사의 기존 LTE 통합요금제인 LTE72·85·100·120 가입자가 'LTE 음성 무한자유 69' 요금제로 변경할 경우 평균 약 1만원의 ARPU(가입자당 월평균 매출)가 감소한다.
 
기존 LTE72 이상 이용자의 'LTE 음성 무한자유 69' 요금제로의 전환에 따른 ARPU 감소, 기본료 요금할인분, 초과음성 통화량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감안하면 약 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SKT가 무제한 요금제 'T끼리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밝힌 손실액 1억2000만원의 5배에 해당한다.
 
다만 수익 감소분은 경쟁사 LTE가입자를 연간 100만명가량 유치함으로써 상쇄한다는 게 LGU+의 계산. LGU+가 평균 5만원인 ARPU의 타사 가입자를 연 100만명 확보하게 되면 연간 약 600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번호이동으로 LGU+가 연간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요금제의 성패가 달렸다. 

이와 관련 타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요금제 하나만 보고 이동하지는 않는다"며 "그동안 LGU+ 요금제가 타사보다 저렴했는데도 가입자가 가장 적었다. 사용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LGU+의 100만 가입자 확보전을 경계했다.

◆"7일 천하 될 수도"… KT, 유사 요금제로 방어
 
'고(高) ARPU 가입자' 연간 100만명 확보를 향한 LGU+의 항해는 현재 순항중이다. LGU+는 주말 예약 가입자를 포함해 16일까지 해당 요금제에 7만6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가입자 가운데 경쟁사에서 이동해 온 가입자가 절반에 이른다.

약정이 종료되는 시점에 타사에서 LGU+로 갈아타겠다는 가입자들도 속속 나오는 상황이라 LGU+는 가입자 유치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시각은 조금 다르다. 당장 KT가 타 통신사 이용자와도 무제한으로 유무선 음성통화와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유선무선 완전무한 요금제'를 22일 출시했고 SKT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
 
KT의 경우 LGU+ 요금제보다 2만2000원 더 저렴한 기본료로 망내외 유선 무제한 통화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 차별화 포인트를 뒀다. 이로써 KT는 무선에서 유선으로 거는 통화가 잦은 가입자의 LGU+로의 이탈을 막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같은 KT의 신속한 맞불에 'LGU+의 돌풍'이 '7일 천하'에 그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SKT의 망외 통화 무제한 요금제 출시도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의 유사 요금제 출시로 LGU+의 가입자 유치 돌풍도 '7일 천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SKT는 유사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선무선 완전무한 요금제'를 출시하기 전에 시치미를 뗐던 KT처럼 SKT도 느닷없이 대항마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류승희 기자
류승희 기자

◆'무제한 환경' 가입자 통화패턴도 변수


'무제한'이라는 환경에서 가입자가 어떤 통화 패턴을 보일 것인가도 LGU+에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존 LTE62 요금제에서 'LTE 음성 무한자유 69'로 전환한 이용자가 타 통신사 가입자에게 거는 통화량이 증가할수록 LGU+가 부담해야하는 상호접속 비용은 커진다.

기존 LTE 요금제와 새로운 'LTE 음성 무한자유 69' 요금제의 기본료 격차는 7000원. 상호접속료를 27원으로 계산할 경우 다른 회사 가입자와의 통화가 260분 이하면 상호접속료는 7020원이 된다. 이는 LGU+의 요금 인상분으로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월평균 통화량이 200분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망외 통화에 따른 상호접속료는 LGU+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과거 커플 간 무료통화 요금제를 선보였다가 이용자들의 과도한 음성통화 사용으로 출시 5개월여 만에 가입자 모집을 중단한 신세기통신 사례처럼 소비자들이 망외 음성통화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망외 통화 무제한'이라는 풀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며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월평균 통화량이 200분 내외라고 하지만 통계는 통계일 뿐 대부분의 통화량이 자기한테 주어진 한도 내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망외 통화량이 무제한으로 주어진 상황에서는 이용자들의 통화량이 확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