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회원수의 비밀
골프회원권 월간 시황 읽기/ 회원수 적을수록 여유로운 플레이 가능, 시세와 직결
우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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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골프장을 구분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의 하나로 회원수도 꼽힌다. 우리나라처럼 부킹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회원수는 회원권의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골프장 회원수는 어떻게 결정될까. 회원수는 어느 정도가 적정하고 회원권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
홀당 회원 수 15명 이내면 ‘명문’
국내 골프장 가운데 공식적인 회원수가 가장 적은 골프장은 남부다. 18홀인 이곳 전체 회원수는 194명. 홀당 회원수로 환산하면 11명에 불과하다. 반면 회원수가 가장 많은 곳은 리베라로 36홀인 이 골프장의 전체 회원수는 3836명이며 홀당 107명에 이른다.
남부에 이어 회원수가 적은 곳은 남촌, 비전힐스, 일동레이크 등으로 홀당 회원수는 남부와 마찬가지인 11명 수준이다. 가평베네스트가 12명, 마이다스밸리, 아시아나 등이 13명이며 이스트밸리는 14명이다. 이들 골프장은 골퍼들 사이에 소위 ‘명문’으로 불리는 곳이다. 명문이 되려면 홀당 회원수가 적어도 15명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블루원용인, 블루헤런(이상 33명), 광릉포레스트(37명), 발리오스(38명), 서서울, 은화삼(이상 39명)은 전국 평균 홀당 회원 수 35명에 근접한 골프장들이다.
당연한 설명이지만 회원수가 적을수록 예약이 수월하고 라운드 대기시간이 짧아 여유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반대로 회원수가 많으면 아무리 접근성이 뛰어나고 서비스나 코스 상태가 좋아도 예약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고액 분양 시발점은 사업투자비 이내 회원모집
우리나라에서 골프장이 최초로 법률적 관리 대상이 된 것은 지난 1961년 8월 관광사업진흥법 제정 때 골프장업이 관광시설 중 오락·운동시설업으로 분류되면서부터다. 80년에는 골프장의 시설 기준이 개정되면서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수 상한 기준(18홀 기준 1800명 이내, 초과 9홀마다 600명 이내)이 마련됐다.
그러나 골프장회원권의 투기붐과 함께 골프장의 회원권 남발에 다른 폐해 등으로 규제 강화 필요성이 높아지자 83년 5월에 골프장 회원의 추가 모집이 금지됐다.
94년에는 홀별로 회원 모집을 제한했던 단서 조항을 없애고 회원수를 골프장 사업투자비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게 함으로써 회원권 고액 분양의 시발점이 됐다. 2000년 1월 개정 법률에서는 투자비 범위 내에서 회원모집을 할 수 있도록 했던 기존 조항이 사라지고 투자비와 상관없이 초기 회원모집수를 명시하면 얼마든지 모집할 수 있도록 완화됐다.
이때를 전후해 회원수를 적게 해 가격을 높이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5억원 이상 초고가 회원권이 탄생하게 된다. 회원수를 더욱 과감하게 줄여 언제든지 예약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남부(194명), 남촌(199명, 이상 18홀), 이스트밸리(375명, 27홀) 등으로 월 4회 주말 예약을 보장할 정도로 적다. 홀당 회원 수가 많게는 100여명에 달하는 여타 골프장과는 예약 만족도 면에서 월등히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말한 골프장들은 주 1~2회 예약 보장이 아닌 원하는 시간에 상시 예약이 가능한 ‘프리 부킹(Free Booking)’을 지향한다.
일반적으로 회원권 이용가치 중 예약 보장 수준은 18홀 기준 회원수로 판가름한다. 비회원 예약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18홀 기준 회원수가 700명 이하면 월 1회 주말 예약이 무난한 정도로 보는데, 초고가 회원권은 예약 보장 면에서 독보적이다. 비즈니스 접대가 필요한 법인은 자연히 초고가 회원권을 찾게 되고, 그런 법인 수요가 밑바탕이 돼 회원권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초고가 회원권은 거의 매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사고 싶어도 살 매물이 많지 않다. 사려는 수요는 어느 정도 형성되지만 공급 물량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회원권 시세 하락으로 차액 손실을 염려한 법인의 매물이 나오지는 않는 것도 이유다. 한 달에 많으면 3건 정도 매매가 이뤄지고 아예 매매가 없는 달도 더러 있다.
저가 다수냐, 고가 소수냐…선택은 골퍼의 몫
최근 분양 중인 회원권의 가격은 지역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지방의 경우 골프장 공급이 크게 늘었으나 불황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분양가를 최저 수준으로 낮춰 회원수를 늘리고 있다. 고가 분양을 진행하다 사업비 회수가 어려워지자 분양금액을 전부 반환하고 퍼블릭으로 전환하는 골프장도 상당수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불황에 연연하지 않고 고가 명문을 지향하는 골프장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끄는 곳이 여주지역이다. 제주 나인브릿지 성공으로 수도권에 해슬리나인브릿지를 조성한 CJ건설은 세계적인 프라이빗 클럽을 지향하면서 적은 회원수에 고가 분양을 했다. 신세계그룹에서 여주에 건설한 트리니티는 아직까지 베일에 싸인 골프장으로 수도권 골퍼들과 보유 자금이 넉넉한 법인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 골프장들은 분양가와 회원수가 공식적으로 명백히 드러나 있지 않다.
신규 골프장들은 회원 모집에 있어 투자비 한도 내에서 저가 다수냐, 고가 소수냐를 놓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추세에 따르기만 하면 됐던 과거와는 달리 공급의 증가로 영업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지역은 물론 지역 내 개별 골프장마다 사정이 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선택은 이제 이용 주체인 골퍼의 몫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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