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2.50%로 떨어졌다. 7개월 만의 전격 인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연 2.5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달 금통위는 정부와 정치권, 시장 등 전방위차원의 금리인하 압박 속에 열렸다.

 

기획재정부는 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투자와 수출 등 실물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에둘러 시사한 것이다.

 

정치권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도 거셌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금통위 전날인 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추경예산안이 통과됐지만 규모와 내용 면에서는 충분하지 못하다"면서 "민간 투자가 본격화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한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동향도 금리인하의 주요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 유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이어 지난 7일 호주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2.75%로 내렸다. 인도중앙은행(RBI) 역시 1월, 3월에 이어 올해 들어 세번째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 같은 주요국의 경쟁적인 통화완화로, 금통위도 더는 동결 카드를 고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내부에선 '금리 동결'을 고집했던 김중수 총재의 변심보다는 금통위원들의 '반란'이 재현됐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달 금리인하를 주장한 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위원 외에 '정통 모피아 출신'인 임승태 위원이 인하 기류에 합류했는지 주목된다.

 

2004년 11월에도 금통위원 4명이 한은 집행부 의사에 반해 금리인하를 이끌어낸 바 있다.

금통위가 금리를 전격 인하함에 따라 향후 경기부양 정책은 좀 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소비 심리를 개선하고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위축된 가계의 숨통을 터 줄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지수는 즉각 화답했다. 9일 오전 10시5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17포인트 오른 1970 초반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일회성 금리인하로는 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금리인하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7월 추가 인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