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애마는 중고 벤O"…커지는 중고차 시장
중고의 재발견/ 외제차 인증제도 활용하면 안심… '미끼 매물' 안 낚여야
노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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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
#. 여의도 증권맨 박모씨(35)는 얼마 전 까마득한 후배가 참 부러웠다. 같은 '뚜벅이족'이던 후배가 새 차 수준의 중고차를 끌고 출근한 것이다. 게다가 후배가 끌고 온 차량은 자신이 평소 꿈에 그리던 독일 B사의 인기 모델이었다. 상태가 말끔한 외제차를 동급 국산차와 비슷한 가격대에 구입했다는 후배의 말에 박씨는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에 접속했다. 후배의 말마따나 1000만원대 이하 차량부터 1년이 채 안된 신차급 중고차까지 시선을 사로잡는 제품들이 즐비했다. 들뜬 마음으로 구경을 하는 데만 하루를 꼬박 소진했다. 중고차의 매력에 흠뻑 빠진 박씨는 다음 달에는 기필코 중고차로 멋들어진 엔트리카를 뽑겠다고 마음 먹었다.
◆신차 넘어선 중고차 인기
박씨의 후배는 어떻게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신차급 수입 중고차를 2000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었을까. 한달간 주요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시세를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깜짝 이벤트나 긴급공지 등에 시간을 투자한 덕분이었다. 생애 첫차를 중고차로 결정한 만큼 더욱 신중하게 온·오프라인을 뛰어다닌 보람이 있었다.
"최근에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본인의 구입목적에 따라 차량을 선택하고 가격뿐 아니라 유지비, 세금 등도 함께 고려하는 실속파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박홍규 SK엔카 인터넷사업본부장의 말이다. 신차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사회초년생부터 유행에 맞춰 2~3년마다 차량을 바꾸는 트렌디족까지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층도 다양해졌다고 한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대수는 약 330만대, 추산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신차 거래의 2배를 넘어섰다. 한푼이라도 아끼고자 중고품을 찾는 소비자뿐 아니라 최근 유행하는 SUV나 고급 외제차를 저렴한 가격에 사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중고차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더욱 똑똑해지고 치밀해진 만큼 중고차 업체들도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우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중고차의 강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혹 중이다. 국산차 가격의 수입차, 새차 같은 중고차, 반값 중고차 등 매력적인 매물들을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중고차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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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고차시장에는 수입 중고차가 대세다. 수입 중고차의 유입률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시세가 하락한 것은 물론, 매물의 종류까지 다양해지면서 수입차 구입을 계획하는 소비자들이 중고차시장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SK엔카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수입 중고차의 등록대수는 전체 매물의 12.2%를 차지했다. 중고차시장에서 거래되는 매물 10대 중 1대가 수입차인 셈이다. 2009년 7.8%에 불과했던 것이 2010년 8.6%, 2011년 9.6%로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최초로 전체 매물의 10%를 넘겼다.
하지만 허위매물 등 불안요소가 많은 중고차시장에서 낯선 외국 브랜드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일반소비자에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럴 때 참고하면 좋은 것이 바로 인증제도다. 중고차 거래에서 흔히 문제시 됐던 주행거리 조작이나 사고유무에 대한 위조를 방지하고자 실시하는 것으로, 업체에서 구매 후에도 자동차 교환 프로그램이나 보증 수리시스템을 통해 책임을 진다.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현재 인증 중고차 사업을 펼치는 곳은 BMW(BPS)와 메르세데스-벤츠(스타클래스), 페라리(FAP), 포르쉐 등 4곳이다. 수입사가 인증하는 모든 제품은 각사의 품질 항목에 대한 엄격한 점검을 기초로 한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판매사가 별도 인증한 중고차사업부를 두고 있으며, 토요타는 자체 품질검사를 실시해 판매 중이다. 소비자뿐 아니라 온라인 중고차 매물사이트들도 점차 인증된 수입차를 선호하는 추세다.
독일브랜드업체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 인증 중고차는 일반 제품에 비해 10~15% 비싼 데도 재고가 모자랄 정도로 인기"라며 "엄선된 차량만을 판매하고 보증하므로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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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최인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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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최인웅 기자 |
◆신차급·반값 마케팅 봇물…허위매물 주의
수입차 못지않게 요즘 중고차시장에서 핫한 매물은 바로 새차 같은 중고차와 반값 중고차다.
신차급 중고차는 보통 출고된 지 1~2년 된 차로 신차에 버금가는 상태를 지닌 차를 말한다. 이런 신차급 중고차들은 새차와 다를 바가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소유자 변경이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큰 감가폭을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등록시점 기준으로 1년만 지나도 차량의 가격은 10~15% 감가된다.
카즈의 경우 아반떼MD 2013년형 GDI프리미엄 모델이 신차가격보다 205만원 떨어진 1955만원에, 그랜저HG 2013년형은 100만~200만원 저렴한 2800만원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카즈 관계자는 "신차급 중고차 대부분이 무사고인 데다 상태나 성능이 신차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경제적인 구입을 원한다면 신차급 중고차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신차가격의 50% 수준으로 감가가 이뤄진 반값 중고차 역시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이다. 노후 차량이나 사고이력 중고차를 떠올린다면 편견을 버려야 할 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값 중고차 매물들은 무사고차, 출고 이후 1인이 소유해 온 신조차, 신차급 중고차 등 선별된 차량이 주를 이룬다. 주요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들은 반값 중고차 카테고리를 따로 마련해 놓거나 반짝 이벤트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반값 매물을 소개한다.
한편 소비자단체와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날이 풀리면서 중고차 매물이 급증하는 이 시기에는 매물량이 많은 만큼 주의할 점도 많다고 전한다.
정상 차량을 저렴한 가격에 공시한 뒤 소비자가 방문하면 방금 차량이 판매됐다거나 압류가 많아서 판매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면서 다른 차량을 권하는 허위매물 사기가 대표적이다. 더불어 미터기 조작, 허위 안전검사 등 편법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 한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시세보다 현격하게 가격이 낮은 경우 한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며 "브랜드가 잘 알려진 업체 위주로 거래를 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확인매물서비스나 인증제도 등을 거친 제품을 우선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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