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필 연구위원
서동필 연구위원
우리네 속담 중에 ‘일 다하고 죽는 무덤 없다’란 속담이 있다. 일은 하려고 들면 끝이 없어서 죽을 때까지도 다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 은퇴 이후 고령자들의 현실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상당수의 고령자들이 일은 하고 싶어 하지만, 일이 없어서 곤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경험하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결국 일이 없어서 발생한 어려움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많은 어려움으로 나타난 ‘소일거리 없음’이나 그 외 ‘직업이 없거나 고용이 불안정’, ‘외로움 소외감’등의 어려움 역시 결국은 일과 관련된 것들이다.


따라서 고령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 중 50% 이상은 일을 가짐으로써 직간접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이라 볼 수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 다음으로 고령자가 경험하는 가장 큰 어려움인 ‘건강문제’도 실은 일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일을 하는 고령자가 그렇지 않은 고령자보다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료: 통계청(2011년),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고령자 : 60세 이상
자료: 통계청(2011년),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고령자 : 60세 이상
보건복지부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고령자들의 연평균 의료비 지출금액을 조사해 본 결과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고령자들이 그렇지 않은 고령자들보다 연간 18만 원 가량의 의료비를 덜 지출해 상대적으로 더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자리 참여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7만 원 가량의 의료비가 추가로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거나, 소외감, 외로움 등의 해소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건강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안겨준다. ‘부수적’이란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사실 고령자에게 있어 건강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고령 취업자수 꾸준히 증가

이 같은 현실적 어려움과 필요성을 반영해 고령자들이 노후에 주로 하고 싶은 활동으로는 역시 근로활동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궁하면 통한다고 실제로 고령자의 취업자수도 최근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2000년 196만 명이었던 고령 취업자수는 지난해 288만 명까지 증가해, 같은 기간 30대의 취업자수가 613만 명에서 578만 명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에 힘입어 고령자의 일자리가 실제로 많이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것도 사실.

그나마 일을 하고 있는 고령자들의 근로 만족도도 여타 연령대보다 많이 떨어진다. 근로여건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보면,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불만족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고령이어서 젊었을 때만큼 많은 보수를 바라지 않음에도 임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 외 복지나 근로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점도 이유로 꼽혔다.

이는 현실적으로 취직 가능한 직종 대부분이 단순노무 등 근무환경과 처우가 열악한 업종에 치우쳐 있는 점 때문이다.


▶봉사가 일을 대신할 수 있다. 그리고 행복도 줄 수 있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고령자가 많은 반면, 그만큼의 의지를 모두 수용할 만큼 고령자의 일자리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고령자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일이 주는 기쁨이나 만족감을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도 있다.

그 대안이 바로 봉사다. 봉사는 규칙적인 생활과 정기적인 움직임 등으로 일을 가진 사람들과 유사한 생활패턴을 유지함으로써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기본이고,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해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봉사와 관련한 인식수준은 매우 낮아, 고령자들에게 있어 봉사의 효용성과 관련한 공감대 형성이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2011년 기준으로 최근 1년간 봉사활동에 참여한 비율을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 고령자 층의 참여비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으며, 향후 봉사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중도 60세 이상의 비율이 확연하게 낮은 모습이다.

물론 건강상의 문제도 일정부문 고려됐겠지만, 40대를 넘어서 전반적으로 봉사활동에 대한 참여의식이 떨어지고 있는 점은 분명히 개선이 필요한 부문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돈이 너무 많을 필요도 없다

행복이란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효용(utility)’인데, 이 효용이란 것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비례해서 상승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맘에 쏙 드는 멋진 옷을 사서 처음 입었을 때의 만족감은 대단히 크다. 하지만 그 옷을 입는 날이 늘어날수록 만족감은 누구나 그렇듯 맨 처음 입었을 때의 그 날만 못하다. 갈수록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돈이 주는 효용성, 즉 만족감과 행복도 마찬가지다. 일정 수준까지는 돈이 주는 물질적 풍요와 행복의 크기가 비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행복의 크기가 좀처럼 커지지 않는다.

우리가 종종 접하는 뉴스 중에 하나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와 관련한 뉴스다.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항상 최상위권에 오르는 나라들은 대부분 부탄이나,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베트남, 나미비아 같이 소득수준이 지극히 낮은 저개발국가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소위 선진국들이 상위권에 오르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절대조건이 아닌 셈이다.

결국 물질적 보상을 전제로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봉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런 측면에서 일과 봉사는 상당 부문 유사한 점이 많다.

일 혹은 봉사를 함으로써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나의 존재감을 사회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은퇴 이후 고령자들의 만족감과 행복감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그것이 물질적으로 커다란 보상이 주어지느냐 마느냐는 어쩌면 다음 문제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