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행복주택, 청사진은 나왔는데…
기존 공공임대 물량과 중복… LH 부채 20조 늘어나는 셈
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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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행복주택 시범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심 내 복합주거타운으로 내세운 행복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20일 서울 6개 지구, 경기도 1개 지구 등 7개 지구 48만9000㎡ 면적에 행복주택 1만50호를 공급하기로 하고 이르면 연내 사업승인을 받아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행복주택으로 선정된 지역은 오류, 가좌, 공릉, 목동, 잠실, 송파, 고잔 등 7곳이다.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좋고 인근에 교육시설과 상업시설을 갖춘 곳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부지는 철도 유휴부지와 유수지(일종의 범람구역)를 활용한다. 각각 4곳과 3곳이다. 정부는 이들 지역을 임대주택과 더불어 업무·상업시설이 공존하는 친환경 복합주거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박근혜표 행복주택, 어떻게 개발되나
국토부는 행복주택을 지역 특성에 맞춰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복합기능공간 ▲일자리 창출 ▲친환경 소통공간 등이 주요테마다. 운영방식 및 기준은 기존에 LH가 공급하던 국민임대와 영구임대, 장기전세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선정지역별 개발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선 오류동지구는 친환경 건강도시로 조성된다. 10만9000㎡에 1500가구의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이 지구는 노인복지 차원에서 창업과 취업지원이 병행된다.
경의선 가좌역 일대 철도부지를 개발하는 가좌지구는 2만6000㎡에 650가구 규모다. 인근 연세대, 홍익대 등 대학가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만큼 대학생들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경춘선 폐철로 부지를 활용하는 공릉지구에는 1만7000㎡에 200가구가 들어선다. 역시 과학기술대 등 4개 대학이 밀집한 지역인 만큼 대학생 주거공간과 인근 지역주민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많은 주택 공급이 예정된 목동지구는 공영주차장과 쓰레기선별장, 테니스장 등으로 무분별하게 활용되던 10만5000㎡ 공간에 2800가구가 터를 잡는다. 복개된 유수지인 만큼 현재 유수지 기능을 유지하면서 물과 문화를 주제로 한 친수공간 및 문화예술거리로 조성한다.
7만4000㎡에 이르는 잠실지구는 잠실종합운동장과의 연계성을 고려, 체육시설공간으로 활용한다. 1800가구 건설이 계획돼 있다. 아울러 홍수조절기능을 갖춘 유수지의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11만㎡의 송파유수지를 이용할 송파지구는 벼룩시장 같은 오프라인 오픈마켓으로 활용한다. 인근 가락시장과 더불어 교류와 나눔이라는 지역특화 색채를 띠게 될 전망이다. 모두 1600가구가 건립될 예정이다.
유일하게 서울 외곽지역인 안산 고잔지구에는 4호선 철도부지 4만8000㎡를 활용해 1500가구가 들어선다. 외국인 거주비율 1위 도시답게 다문화 소통을 테마로 삼고 문화예술공간과 다문화 교류센터 등이 계획에 포함됐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행복주택은 신혼부부·대학생·사회초년생에게 저렴하면서 직주근접이 가능하도록 공급하는 주택이자, 노인들에게 이동의 편리성과 살기좋은 안식처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기획한 것"이라며 "주택수요, 주민생활 편리성, 기반시설 구비여부 등을 검토해 올해 수도권 시범사업으로 1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향후 5년간 20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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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오류지구 |
◆임대사업자 울상, 재원마련도 물음표
현재 알려진 행복주택의 임대료는 주변시세의 30~70% 수준이다. 통상 50~60%에서 맞추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문제는 낮은 임대료로 인해 주변의 민간사업자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행복주택의 공급면적은 모두 전용 60㎡ 이하다. 도시형생활주택의 주택면적과 비슷하다.
이들 지역의 도시형생활주택은 행복주택과 임대료 경쟁을 벌여야 한다. 행복주택의 공급물량이 적지 않은 데다 사실상 반값 임대료를 표방하고 있어 기존 임대사업자에게는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적지 않은 물량이어서 임대사업자에게 미칠 영향도 크다. 행복주택지구 중 안산 고잔지구를 제외한 6개 지구가 속한 서울시 자치구는 모두 5곳. 이들 자치구가 4년 전부터 인·허가한 도시형생활주택은 1만6265가구다. 반면 이들 지역에서 공급되는 행복주택수는 8550가구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들 지역에 4년간 공급된 물량의 절반이 올해 행복주택으로 풀리는 셈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다섯번에 걸쳐 도시형생활주택 등 임대사업 관련규제를 완화해왔다. 임대 공급자를 늘려 전세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만 믿고 시장에 뛰어든 임대사업자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우려가 있다.
기존 공공임대 물량과의 충돌로 인해 과잉 중복투자에 대한 문제도 거론된다. 건산연에 따르면 경기도 내에서만 미착공된 공공임대 물량은 12만호가 넘는다. 이미 지정된 공공택지만도 12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경기도는 행복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의견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차라리 지연되고 있는 도내 사업부지에 행복주택 부지를 선정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다.
사업주체인 LH의 부담도 상당하다. 행복주택 1채당 1억원 정도의 채무가 LH에 쌓이는 구조다. 20만호면 단순 계산으로도 20조원의 부채가 더 늘어난다. 이미 138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LH다. 선정 지구 주변으로 아직까지 삽을 뜨지 못하고 있는 사업지구도 여럿이다. 중복투자의 비효율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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