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숨죽인 재계
경제민주화 3법 통과 파장/ ①'乙을 위한 전주곡' 시작되다
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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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사진=뉴스1 박철중 기자) |
정부가 최근 경제민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민주화 중점 법안 7개 중 6개가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뜻하는 경제민주화는 얼핏 정부의 시장경제 간섭으로도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헌법 제119조 2항의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며 대기업에 쏠린 부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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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
◆ 경제민주화, 갑자기 '뜬' 이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트리클 다운 효과'(trickle-down effect·적수효과 또는 낙수효과)를 노리며 기업, 특히 대기업이 잘 살아야 국민, 나아가 정부도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했으나 부의 이동은 경색됐고 자금은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등장한 것이 경제민주화다. 박근혜 정부는 선거 당시 대기업 위주의 성장 대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후보자시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김종인 전 국회의원을 영입, 경제민주화를 최우선 화두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경제민주화에 앞서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경제민주화가 슬그머니 뒷선으로 밀리는 듯했다.
물론 지난 4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세간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CU 등의 소위 '갑의 횡포'가 줄이어 발생하면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전사회적으로 다시 부각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제민주화가 재차 힘을 얻으며 관련법들이 잇따라 국회에서 통과되는 상황이다.
◆ 줄줄이 통과된 경제민주화 관련법
현재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관련법안을 살펴보면 지난 4월 국회 통과로 경제민주화 1호법이 된 '하도급법'이 있다. 하도급법은 소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또한 정년 60세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과 연봉 5억원 이상의 등기임원 연봉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같은 달에 통과됐다.
5월에는 유해물질을 배출한 기업은 해당사업장 매출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전부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6월 들어서는 ▲프랜차이즈업체가 적은 예상 매출과 실제 가맹점주의 매출에서 차이가 나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담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프랜차이즈법) ▲산업자본의 은행자본 보유한도를 줄여 금산분리를 더욱 강화한 '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금산분리 강화법) ▲금융거래 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할 때 당사자에 보고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보고 및 이용법'(FIU법) 개정안 등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지난 2일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거래행위가 금지됐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진한 것이 조금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중점 법안들이 몇가지 빠졌지만 (이 정도면) 됐다"고 말했다.
◆ 대기업 '떨떠름'…중소기업 '기대'
아직까지는 경제민주화 관련법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과정이다. 이에 따라 이에 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만 해도 지속적으로 국회와 대립각을 세우는 형편이다.
전경련은 지난달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관계법 이슈와 대리점업법·중소기업 적합업종제 등 동반성장 이슈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 입법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우려된다"면서 "'을'만을 보호하는 정책은 산업 자체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일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추광호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공정거래법의 본질적 위법성요소인 경쟁제한성에 대한 입증 없이도 계열사 간 거래를 손쉽게 규제할 수 있는 재량권을 공정위가 갖게 됐다"며 "향후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논평했다.
전경련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중 43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제민주화 입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회사경영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이 52.3%였다고 밝혔다.
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기업도 5.3%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기업의 58.1%가 경제민주화 법제화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경제민주화법의 시행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일 "경제민주화는 지난 총·대선부터 논의해온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정책과제"라며 "이번 법률 개정이 우리 경제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시점에서 경제민주화는 아직 진행 중이다. 따라서 경제민주화가 앞으로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를 짚어내기는 수월치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이 최초 방안에서 많이 '뒷걸음질'쳤으며 이미 나온 법안들도 구멍이 많아 대기업들이 피해가기 좋고,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은 공약들이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용두사미'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경제민주화 추진과 관련 "경제민주화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잊어버리지 않아야 과잉되거나 왜곡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연 이번 경제민주화법이 진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구도를 만들어낼지, 아니면 생색내기 수준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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