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경영에서 콘셉트의 중요성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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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7 |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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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냉면만’을 탈피한 이북음식 전문점
얼마 전 사무실 인근 이북음식 전문점에서 소주에 편육, 녹두지짐 등과 평양냉면으로 가벼운 접대를 했다. 이른바 선주후면(先酒後冷麪) 식사법을 따른 것이다.
편육(소고기)은 반 접시에 1만4000원으로 육우와 미국산, 호주산 등을 혼합해서 사용한다. 편육은 퍽퍽했고 냉동육 특유의 냄새가 났다. 음식을 거의 남기지 않는 필자가 남길 정도로 음식 만족도가 떨어졌다. 1만2000원짜리 녹두지짐도 기름 냄새가 너무 나서 가격에 비해 상품력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나온 평양냉면도 1만원으로 유명 평양냉면집 가격대지만 메이저 평양냉면집에 비해서 처지는 수준이다. 평양냉면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메밀 함유량과 면발, 육수의 만족도가 1만원을 받는 평양냉면으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연륜이 짧은 경기도 남양주 <광릉한옥집>과 경기도 부천의 <삼도갈비> 평양냉면이 훨씬 상품력에서 앞선다고 생각한다.
수육 반 접시, 녹두지짐, 소주 한 병과 냉면 두 그릇에 5만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했다. 순수한 손님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식당의 상품력은 지극히 평이했다. 그러나 이북음식 전문점으로 론칭 몇 년 만에 직영점을 여러 곳 개점한 추진력은 돋보인다.
구현하기 어려운 콘셉트인 이북음식 전문점으로 여러 곳의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식당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외식 전문가들은 비교적 객단가가 높고 한정된 수요층이 있는 이북음식 콘셉트가 전개하기에 용이하지 않은 아이템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음식점은 간판 상호에 평양냉면만을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지 않다.
온반, 만두, 어복쟁반, 불고기, 평양냉면 등을 골고루 배치하여 계절 판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하절기에는 평양냉면, 동절기에는 온반과 만두 등이 많이 판매될 것이다.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는 각 매장에서 평양냉면 판매가 꽤 활성화되고 있을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현명한 콘셉트라고 할 수 있다.
◇ 주로 수입육을 사용하는 시래기 전문점과 약선 음식점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시래기 전문점을 발견했다. 이 음식점은 웰빙 식재료인 시래기를 활용해 구매력이 비교적 높은 상권에서 단기간 내 4곳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곳 역시 좀 까다로운 소비자 견해에서 보면 건강 식재료인 시래기를 메인으로 사용하면서 대부분의 육류는 수입산을 사용한다. 수익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소비자가 인지하는 웰빙 콘셉트에는 국내산 식재료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또 시래기와 매우 밀접한 식재료인 장류도 전통 된장이 아닌 밀이 함유된 제조 된장 사용으로 웰빙 식당이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좀 어긋난다고 냉정하게 지적하고 싶다.
이것은 철저하게 손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급 상권에서 여성을 주 타깃으로 ‘시래기 콘셉트’를 명확하게 소구해 성공한 점포라고 볼 수 있다.
지방의 유명 약선 음식점이 약선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육류는 모두 수입육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스토리텔링은 강할지 모르지만 본질보다는 이미지에 의존한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그래도 이런 식당들은 콘셉트와 이미지 측면에서 나름 성공하고 있는 음식점들이다.
서울 모처에 대박 고깃집이 있다. 이곳 역시 예민한 고객 미각으로는 비교적 평이한 상품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식당은 저녁이면 늘 손님이 대기 중이다.
콘셉트에 절묘하게 일본 야키니쿠를 도입하여 나름 차별화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입육 사용으로 편안한 가격 책정을 해 젊은 고객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 외식 경영에서 콘셉트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 강력한 콘셉트로 단기간 내 브랜드화
서울 도곡동 고깃집 <잰부닥>은 오픈한지 약 4개월 정도 밖에 안 되는 신규 식당이다. 평일 저녁에는 꼭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현재 매출이 양호하다. 탁월한 상품력은 아니지만 참숯 직화구이에 전라도 콘셉트와 잰부닥(전라도 사투리로 ‘모닥불’)이라는 흥미로운 상호가 매치된 결과다.
완전한 참숯직화구이 도입으로 기존 인근에 있는 영업이 잘 되는 고깃집들을 압도했다. 즉 독특하고 개성 있는 콘셉트가 고객과 불특정 다수에게 제대로 인식된 것이다.
최근 핫 이슈가 되고 있는 경기도 부천 <삼도갈비>도 한우갈비와 평양냉면의 선육후면 콘셉트로 단기간 내 브랜드가 많이 올라간 사례다. 이곳은 새로운 경영자가 인수하여 리뉴얼한지 3개월 밖에 안 된 신규 음식점이다. 부천과 인천의 인근 고객도 선호하지만 인터넷상 블로거들도 이곳에 대한 평가는 아주 우호적이다.
그것은 상품력과 서비스 등도 뛰어나지만 한우갈비와 평양냉면이라는 ‘선육후면’ 메뉴 콘셉트를 고객에게 제대로 인식시켰기 때문이다. 전국의 식당 중에서 한우갈비와 평양냉면이라는 강력한 복합 콘셉트를 구현하는 곳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우갈비와 평양냉면이라는 일반적으로 실현하기 난해한 메뉴를 업주의 실천적 의지로 실행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삼도갈비>는 단순한 매출 증진 외에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역시 콘셉트가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반면 서울 구로동의 모 식당은 수준급의 상품력과 가성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때 그때마다 미봉책으로 도입한 메뉴와 시스템으로 인해 콘셉트가 좀 애매한 음식점이다.
대부분의 음식과 상품력은 양호하지만 그 점포가 딱 어떤 점포라는 명확한 인식이 미약하다. 즉 콘셉트가 모호하다는 이야기다. 또 리뉴얼한 상호도 여러 번 들어도 딱 인지되지 않는 취약점이 있다.
외식업소를 경영하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상인적 현실 감각과 서생적 문제 인식 모두 필요한 요소다. 식당 운영에서는 냉철하고 현실적인 안목과 더불어 상상력 있는 감각으로 자기만의 개성 있는 콘셉트를 설정하는 것이 성공 음식점으로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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