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건강, 다이어트 트렌드에 따른 도심 속 걷기 문화의 확산, 올레길, 둘레길 등을 비롯한 트레킹 코스의 인기 등으로 워킹화의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운도녀’(운동화 신은 도시 여자)라 불리는 여성 고객들이 대거 유입되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편한 신발을 선호하고 건강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힐을 벗어던지고 출퇴근용으로 워킹화를 착용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워킹화의 인기는 불황에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 워킹화 시장 현황

워킹화시장은 최근 급팽창하고 있다.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워킹화 시장은 2005년 5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09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 작년에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30%가량 더 커져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워킹화 시장 1위는 프로스펙스가 점하고 있다. 2009년 첫선을 보인 워킹화 ‘W(더블유)’를 히트시켜 한 제품으로만 지난해 3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휠라, 아식스, 르까프, 나이키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휠라가 올해 손연재 워킹화로 불리는 'S-WAVE(에스 웨이브)'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을 비롯해 아식스의 'G1(지원)', 르까프 '헥사 네오' 등도 선전 중이다.

 

또한 아웃도어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워킹화를 선택하면서 기존의 스포츠 브랜드들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아웃도어 브랜드의 기능성에 대한 신뢰성을 기존 브랜드 대비 경쟁우위로 삼고 있다. 일례로, K2와 코오롱스포츠는 작년 동기대비 신발부문 매출 150%, 135%의 성장세를 기록하였다.

 

또한 블랙야크는 실제 워킹화 고객 구매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45%로 나타났다. 한편 시장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업체간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을 활용하는 '스타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스포츠화 브랜드-프로스펙스(김연아), 휠라(손연재), 아식스(하지원, 이종석), 르까프(엠블랙), 리복(원더걸스 소희, 전지현)

 

아웃도어 브랜드-K2(현빈), 노스페이스(송중기), 아이더(소녀시대 윤아), 블랙야크(조인성)

 

◇ 시장과열에 따른 부작용 우려

문제는 이러한 경쟁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워킹화 시장의 과열에 따라 한때 아웃도어 시장에서 논란이 일었던 ‘가격 거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치열해 진 시장 속에서 스타 모델 기용 등으로 증가한 마케팅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부터, 고가격 설정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 등이 그것이다.

 

특히 후발주자인 아웃도어 브랜드가 이러한 가격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들의 워킹화 가격은 평균 20만원을 웃돌며 워킹화 제조사 평균보다 약 2배 정도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

 

한때 ‘등골 브레이커’라 불린 패딩 점퍼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제품의 품질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작년 2월 소비자시민모임의 워킹화 품질 조사(공정위 지원)결과, 가격대비 품질에서 유명브랜드들의 워킹화가 이름값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시모는 워킹화 품질을 비교하기 위해 마모도, 접착력, 내구성, 미끄럼 저항력, 변색 등 5가지 기준에 따라 워킹화 성능을 시험하였는데, 가격이 비싼 축에 속한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제품들이 각각 미끄럼 저항력, 마모도 및 접착력, 변색에서 다른 제품들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 정부와 소비자의 합동 견제가 필요해  

이와 같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앞장서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지난해 리복 ‘이지톤’ 신발 과장광고 사건은 적절한 정부 개입이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허위광고 여부 조사 및 워킹화의 최소 품질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유통 질서를 왜곡하는 경쟁업체간 ‘가격담합’이나 판매업자들에게 상품을 일정한 가격 이상에 팔 것을 강요하는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등 불공정거래 행위 단속으로 시장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여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더욱 필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진실을 가려내는 눈이다. 워킹화가 런닝화나 기타 신발에 비해 분명 ‘걷기’에 보다 적합하게 제작된 신발은 맞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걷기의 특성상, 최소 ‘십여킬로 이상’을 ‘꾸준히’걷지 않으면 운동 효과뿐만 아니라 신발의 기능적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워킹 트렌드가 장애물이 거의 없는 도심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출퇴근 시 운동용으로 워킹화를 신는 것은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으며, 일반적인 도시생활자에게는 워킹화든 런닝화든 크게 상관이 없다. 앞서 이지톤 사례도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기업이 운동효과를 왜곡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인 셈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무조건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주체적 소비를 통해 진실된 제품과 정보를 제공하도록 기업을 압박해야 하며, 이러한 소비에 필요한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리는 한편 정부 역시 전용 방송 채널 설립 등의 방법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감시 체계가 자연스럽게 운영될 때 소비자를 진실하게 대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