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라
페트라


<인디아나 존스>, <트랜스포머>,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의 배경이 된 나라. 성서와 소설 <람세스>의 모세가 이집트로부터 탈출해 만난 광야. 요르단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요르단, 우리가 알고 있던 나라



비슷한 크기의 두 나라가 척박함을 자랑한다. 한국의 70%는 산, 요르단의 80%는 사막이다. 사계절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살기 좋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그렇지만 황량할 것만 같은 사막에도 사람 사는 흔적은 있다. 



요르단은 모를 듯 알 듯한 나라다.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 시끄러운 주변국들 사이에서 비교적 얌전하다. 외신에 자주 등장하지도 않는다. 요르단에 가보면 동서양의 문화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이는 요르단이 대상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사막의 상인들이 홍해와 지중해로 향할 때 거치는 곳이었으니 이곳이 결코 고요한 사막은 아니었을 것이다.



기독교인에게 요르단을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모세의 출애굽’이다.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동안 생활 했다는 ‘광야’가 바로 이 요르단이다.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 이삭의 에서가 정착했던 곳이 페트라 부근이고, 유황불로 멸망을 당한 ‘소돔과 고모라’가 사해바다 근처라고 한다.



그래서 곳곳에 기독교의 흔적과 유적이 있고, 이스라엘 다음의 성지순례 코스가 되기도 한다. 처음에 요르단이라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도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하!’ 하게 된다. 여기에 몇편의 친숙한 영화 제목을 보태면 요르단은 더 이상 ‘듣지도 보지도 못한, 중동 어느 나라’가 아니다. 

페트라 낙타
페트라 낙타
와디럼
와디럼


◆바위 속의 보물, 페트라



요르단 하면 페트라(Petra)다. 사실, 요르단의 수입 대부분이 페트라 관련 사업이라고 할 정도로 국가 대표 상품이 된 데에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빼 놓을 수 없다. 이후에 <트랜스포머>의 배경이 되기도 했지만 페트라에선 역시 인디아나 존스의 주제가를 흥얼거리는 게 제맛이다.



페트라를 향해 가는 길은 1.2km 시크(협곡)다. 지각 변동으로 거대한 바위가 갈라진 것인데, 그 틈으로 짧지만 땀 깨나 쏟는 트래킹을 해야 한다. 자고로 사막이라 함은 땡볕이 진리. 한낮엔 더위를 먹거나 탈수가 되기 십상이니 일찍 서두르는 게 좋다. 엄청난 규모라 아예 이틀권을 끊어서 아침과 저녁의 햇빛에 따라 달라지는, 붉은 사암의 도시를 여유 있게 관람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시크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특별한데, 드디어 만나는 알카즈네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의 순간이다. 기원전 1세기경, 이곳에 살았던 나바테아인들은 커다란 바위를 파내어 높이 43m, 너비 30m의 이 놀라운 작품을 완성했다. 페트라의 뜻은 ‘바위’인데, 알카즈네의 뜻은 ‘보물창고’이니 ‘바위 속의 보물창고’인가? 말이 된다. 아니 이 자체가 보물이니 ‘창고’까진 필요 없다. 그래도 이름이 이름인 만큼 보물을 기대하고 내부로 들어서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곳. 사실은 나바테아 왕 아테라스 3세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그렇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시작으로 고대도시가 펼쳐진다. 아랍계 유목민 나바테아인은 기원전 7~2세기까지 이곳에서 살았는데, 인구가 3만명이나 됐다고 한다. 시크를 걸으며 보았던, 일정하게 둥근 홈이 파여 있던 것은 고대도시의 세라믹 수도관 자국이다. 이곳은 상수도 시설을 갖춘 첨단 도시였던 것이다. 무덤군, 로마식 극장, 온수 목욕탕, 열주 대로 등 붉은 바위를 파내어 만든 기원전 도시의 모습이 기가 막히다.



영광의 도시는 106년에 로마에게 빼앗겼고, 서서히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대상의 경로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쇠퇴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 극장 등의 흔적이 있는 걸로 보아 갑자기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6세기에 큰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흙으로 묻히면서 페트라는 잊혀진 도시가 됐다. 미스테리가 될 뻔 했던 페트라는 19세기에 발굴됨으로써 마침내 세상에 다시 나왔다.인구 3만의 고대도시를 사막의 땡볕에서 둘러보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게 겨우 4분의 1만 발굴한 상태라는 것이다. 알카즈네로 대표되는 페트라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볼거리가 많다. 그러니 페트라에 갈 때는 잘 먹고, 잘 쉬고 각오를 단단히 한 후 가야 한다. 


와디럼 캠프
와디럼 캠프
아이쉬 후무스 팔라펠
아이쉬 후무스 팔라펠



◆와디럼, 밤낮으로 아름답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아는가. 1962년 작품으로 자료를 찾아보기도 힘든, 조상님들이나 봤을 법한 영화다. 그런데 스필버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이 영화의 광팬이라고 하면 조금 더 흥미롭지 않은가? 그 당시 70mm 필름으로 제작된, CG가 없던 시절에 놀랍도록 정밀한 표현을 실현한, 상영시간 216분, 피터 오톨, 오마 샤리프 등 전설적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서사 영화로 뽑히는, 바로 그 작품이다. 주인공 T.E 로렌스는 1차 대전 당시 터키인과 맞서 싸웠던 영국군 장교로 실제 인물이다. 요르단의 와디럼(Wadi Rum)은 이 인물의 실제 배경임과 동시에 영화의 촬영 배경이다. 



와디럼은 상상할 수 있는 사막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싶다. 가장 높은 곳은 해발 1,745m, 평지로 보이는 곳도 해발 1,000m는 되는 고지대 사막으로 해발고도 보다 낮게 위치한 사해 바다와 오묘한 대칭을 이룬다. 오랫동안 아라비아 상인들의 교역로였던 만큼, 그들의 흔적을 찾는 것도 이곳의 포인트이다. 그들이 낙타를 타던 모랫길에서 지프차를 달리는 스릴과 지평선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경험은 여행자의 기억 속에 보물이 될 것이다. 하루쯤 베두인 천막에서 캠핑을 한다면, 쏟아지는 별빛을 보며 그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도 있겠다.



여행에 바람 나 본 일이 있는가. 이번엔 사막의 바람을 만났다. 모래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그 바람 맛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자연이 만든 붉은 사막과 인간이 이룬 바위 도시로의 여행은 평생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여행 정보]




● 한국에서 페트라 가는 법 

인천공항-암만공항 : 한국에서 직항은 없으며 도하, 이스탄불, 두바이 등을 경유해 갈 수 있다. 

암만공항-페트라 : 공항버스를 타고 7서클에서 하차 - 길 건너 제트터미널 - 페트라 행 제트버스 탑승 

페트라 관문의 도시 : 와디무사 

제트버스 홈페이지 : http://www.jett.com.jo

택시 이용시 : 약 70JD




● 페트라에서 와디럼 가는 법 

매일 아침 7시경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 이용.

택시이용시 : 약 30JD




● 요르단 정보 

수도 : 암만

언어 : 아랍어, 영어 

기후 : 지중해성 기후. 5~10월이 건기로 낮에는 덥지만 비가 오지 않아 여행하기 좋다. 

종교 : 회교 90%, 기독교 10%

통화 : 요르단 디나르(JD: 1JD≒1,600\)



● 페트라, 와디럼 여행 Tip


암만을 비롯한 여행자의 주요 스팟에는 페트라나 와디럼 여행을 도와주겠다고 하는 소위 ‘삐끼’들이 많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므로 적당한 시세가 어떻게 되는 지를 알려면 다른 여행자들의 정보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와디럼 여행이다. 페트라는 이미 사진을 통해 유명해진 곳이니 크게 염려할 것은 없지만, 와디럼은 사막이다 보니 초행길의 여행자들을 엉뚱한 사막으로 데려갔다는 에피소드가 가끔 들린다. 현지 투어를 계획한다면 숙소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 



● 페트라

입장료 : 55JD 

당나귀나 마차 낙타 등을 타고 둘러볼 수 있음. 가격은 천차만별이니 적당한 흥정은 필수. 알마드바흐에서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음. 

알데이르 사원 : 800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절벽 위의 사원으로 해 질 녘 최고의 절경을 보여준다. 



< 음식 >

중동지방의 음식인 후무스나 팔라펠 등은 주 재료가 병아리콩으로 요즘 채식인들 사이에서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아이쉬(Aish) : 이 지역의 주식으로 속이 텅 비었고, 화덕에 구운 빵이다.

후무스(Hummus) : 요르단 식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페이스트. 병아리콩과 올리브유, 마늘, 레몬 등을 넣어 만들어 향이 강하지 않고, 부드럽고 구수하다. 아이쉬에 발라 먹거나 샐러드와 먹는 등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다. 

팔라펠(Falafel) : 동그란 완자 튀김처럼 생겼는데 콩으로 만든 크로켓쯤으로 생각하면 쉽다.



< 숙소 > 

Crystal Hotel: 암만 시내에 위치한 삼성급 호텔로 객실이 다양하고, 모던하고 깔끔한 호텔이다. 

http://www.crystal.com.jo / 전화: +962 6 552 1221 

싱글룸: 7만원~ 

Petra Panorama Hotel: 페트라의 관문인 와디무사에 위치하였고, 호텔에서 페트라가 보인다. 대형 연회룸과 수영장, 뷔페 레스토랑 등을 갖춘 대규모 호텔이다. 

http://www.petrapanorama.com / 전화: +962 6 5684704

싱글룸 : 9만5000원~ (조식 포함)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