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열과 아홉개의 풍경
송세진의 On the Road / 괴산 화양구곡
송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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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서재 |
◆우암의 집과 서재가 되다
이곳에 우암 송시열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이 3000번이나 올랐던 인물, 조선 중기 성리학을 집대성한 학자, 후에 효종이 된 봉림대군의 사부, 70여개 서원에 배향된 큰 스승…. 그는 60세에 이곳 화양동으로 왔다. 1666년 8월이라니 딱 이맘때다. 이 더위에 지금의 만동묘 자리에 화양계당(華陽溪堂)이라는 집을 짓고, 이곳에서 8년을 머물렀다. 그리고 1674년에 유배돼 떠났다가 1680년에 70세가 넘어 돌아와 말년을 보냈다. 우암의 유적이 전국적으로 많지만 다시 돌아온 곳은 흔치 않으니 그에게 이곳이 어떤 치유와 평화를 주었을지 짐작이 간다. 사후에 제자들이 서원을 설립해 지금의 규모가 됐지만 본래의 모습은 나무껍질로 지붕을 이은 다섯칸짜리 소박한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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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서원 |
우암은 화양계당을 짓던 해에 서재 하나를 만들었다. 이 역시 정면 3칸의 작은 규모로, ‘직’(直)이라는 한글자로 표현되는 그의 철학이 느껴진다. 서재는 금사담을 건너 바위 위에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당호를 붙이지 않고 그냥 서재, 또는 바위 위에 있는 집이라는 뜻으로 암재라 했는데 후에 수제자인 수암 권상하가 ‘암서재’(巖棲齋)라 하여 이름을 갖게 됐다. 암서재는 우암이 말년을 보내며 후학을 양성했고, 사후에는 제자들에 의해 강학 장소로 활용됐고, 우암과 제자들의 정신적 상징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다워 화양구곡 최고의 볼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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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벽 |
화양계당과 암서재 사이의 계곡물을 금사담이라 부르는데 폭은 넓지 않지만 수심이 깊다. 우암은 배를 띄우고 초당과 서재를 오갔다고 한다. 배 타고 술 마시며 시 읊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자기 서재에 배 타고 다닌 학자 이야기는 처음이다. 풍류만큼이나 운치 있는 학문의 길이다.
그렇지만 이 멋진 풍경에도 불구하고 흥망성쇠의 역사는 있다. 우암 말년에 강학과 이념의 메카였던 이곳은 사후에 사액을 받아 화양서원이 됐으나 민폐의 온상이 되어 철종 때 폐쇄 당하고 묘정비가 땅에 묻히게 된다. 초가삼간 짓고 학문에 정진하던 원래 집주인의 의도는 잊혀진 채, 오랜 세월 버려져 있다가 1970년대에 와서야 복원되는 곡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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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궁암 |
◆학자가 사랑한 화양구곡
여기 참 편리하다. 5㎞ 남짓 깔끔하게 정리된 걷기 길 옆으로 계곡이 기가 막히다. 흙을 밟고 싶으면 계곡 가까운 길로 걸으면 되고, 발이 불편하다면 포장된 길 위를 걸을 수 있다. 아직은 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 사람들은 물에 발을 담그거나 넓적한 바위 위에서 한창 피서를 즐기고 있다. 화양목이 많아서 화양계곡이 됐다는 이곳은 가평산·낙명산·백안산이 감싸고 있어 아늑한 정취가 그만이다.
이곳이 바로 화양구곡이다. 우암 송시열이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떠서, 아름다운 곳 아홉 군데에 이름을 붙이고 ‘화양구곡’이라 했다고 한다. 소개하자면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화룡암, 학소대, 파천이다. 실제로도 그는 화양구곡을 무척 좋아하고 즐겼던 모양이다. 경천벽 아래에 써 있는 ‘화양동문’(華陽洞門)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그의 글씨와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좋은 곳이 매일의 산책길이었다니, 영감이 절로 떠올랐을 것 같다.
우암과 사연이 가장 깊은 건 제 3곡인 읍궁암으로 화양서원과 암서재 사이에 있다. 효종 서거 후 관직을 거절하고 이곳으로 온 우암은, 읍궁암에서 효종 임금을 그리며 매일 새벽 엎드려 곡을 했다고 한다. 바위를 보니 쓰러져 기대기 좋게 넓고 적당한 높이가 있다. 사연을 알고 보니 바위 위 동그랗게 파인 곳이 예사롭지 않다. 어쩌면 그의 눈물이 이곳에 고였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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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천 |
◆절경이 일상인 곳
역시 백미는 ‘맑은 물’이다. 졸졸 흐르는 시내부터 강인 듯 넓은 연못까지 무슨 산에 물이 이렇게 좋은가. 1곡인 경천벽과 2곡인 운영담 사이는 탁 트인 연못이다. 뒤쪽으로는 병풍바위가, 앞으로는 금빛 모래사장을 둘렀으니 강과 바다에 따로 나갈 필요도 없겠다. 바위 쪽으로는 수심이 깊어 안전선이 설치돼 있고 물이 얕은 모래사장 쪽으로 작은 보트를 띄운 사람과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이 보인다. 여기에서 배 띄우고 하늘을 보는 기분은 어떨지…. 구경꾼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3곡 읍궁암과 4곡 금사담은 전형적인 좁은 계곡의 모습이다. 마침 비가 와서 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하다. 5곡에서 9곡은 넓은 물과 높은 절벽의 향연이다. 특히 9곡인 파천은 새하얀 바위를 흐르는 맑고 얕은 물이 햇빛을 받아 이름의 뜻 그대로 용의 비늘을 연상케 한다. 나도 모르게 운동화와 양말을 벋고 발을 뻗치게 되는 곳이다.
화양구곡의 매력은 너무 크거나 거창하지 않음에 있다. 걷기 길이 길지도 않고, 트래킹화나 등산복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오랫동안 이곳 사람들의 만만한 놀이터가 됐음이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화양구곡’보다는 ‘화양계곡’이 더 친근하게 들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물길을 따라 여기저기에서 발을 담그고 가져온 옥수수를 나눠 먹는다. 우암 송시열의 유적지가 있지만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너무 익숙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암 자신도 후손들의 이런 소박한 행복을 응원하고, 그 옛날 이곳을 알아봤던 자신의 안목에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절경이 일상인 곳, 바로 화양구곡이다.
[여행 정보]
● 화양구곡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평택제천고속도로 안성분기점 - 생음대로 - ‘청주, 괴산, 충주’ 방면으로 우측 - 음성교차로에서 ‘청주, 괴산, 증평’ 방면으로 우회전 - 충청대로 - 하담삼거리에서 ‘문경, 괴산’ 방면으로 좌회전 - 상경로 - 동부교차로에서 ‘불정, 괴산’ 방면으로 우측방향 - 문무로 - 괴강로 - 시계탑사거리에서 ‘보은, 미원’ 방면으로 좌회전 - 읍내로 - 대사삼거리에서 ‘보은, 미원’ 방면으로 좌회전 - 괴산로 - ‘광덕리, 문광면사무소’ 방면으로 좌회전 - 광덕길 - ‘아미동’ 방면으로 우회전 - 송문로(치재터널) - 송면삼거리에서 ‘증평, 화양계곡’ 방면으로 우회전 - 화양로
[대중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시외버스) - 화양동정류소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화양구곡 : 검색어 ‘화양구곡’/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화양구곡
< 여행지 주요정보 >
화양구곡 해설프로그램
043-832-4347
자연관찰로, 화양구곡 체험 및 해설
전화나 국립공원 생태관광 홈페이지 접수(http://ecotour.knps.or.kr)
화양서원 생생체험
매월 2째주, 4째주 토요일(2013년 10월까지)
생생 문화체험, 풍류강학회 등
신청 문의·접수 : 화사모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hwayangdongsarang
< 주변여행지 >
도명산 걷기 코스 : 편도 7.9㎞의 등산코스로 정상에 오르면 묘봉, 문장대 등 속리산의 주요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다.
선유동계곡 : 화양구곡 중 9곡인 파천을 지나 상류로 계속 올라가면 선유동 계곡으로 이어진다.
산막이옛길 : 충북 괴산의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 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된 옛길로 괴산댐을 끼고 걷는 싱그러운 산책코스다.
http://sanmaki.goesan.go.kr
등산로 1코스(노루샘에서 산막이 마을) 4.4㎞ 2코스(노루샘에서 진달래동산) 2.9㎞
< 음식 >
대학찰옥수수 : 이 지역 특산물로, ‘대학’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대학교수가 우리 토양에 맞게 품종을 개량했다고 해서 붙여졌다. 감미료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달콤할 정도로 당도가 높고 부드럽다. 냉동해도 특유의 차지고 감칠맛이 보존되는 특징이 있다. 충청도 지역의 국도를 달리다 보면 아침에 딴 싱싱한 옥수수를 판매하는 농부들을 만날 수 있다.
한자루(30~100개): 1만~5만원
<숙소>
구름속소나무펜션 : 단층형, 복층형 등 다양한 형태의 소나무 집 펜션으로 이국적인 방갈로와 쾌적한 객실을 자랑한다. 넓은 계곡물에서 물놀이와 낚시를 할 수 있고, 펜션 식당은 손맛 좋기로 유명하다. 부서 워크숍 장소로도 좋고,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기 때문에 숙박이 아니더라도 방갈로와 식당을 이용하려는 손님들의 문의가 많다.
http://www.pinetreehome.co.kr /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143-1 / 043-834-2245
● 화양구곡 가는 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 평택제천고속도로 안성분기점 - 생음대로 - ‘청주, 괴산, 충주’ 방면으로 우측 - 음성교차로에서 ‘청주, 괴산, 증평’ 방면으로 우회전 - 충청대로 - 하담삼거리에서 ‘문경, 괴산’ 방면으로 좌회전 - 상경로 - 동부교차로에서 ‘불정, 괴산’ 방면으로 우측방향 - 문무로 - 괴강로 - 시계탑사거리에서 ‘보은, 미원’ 방면으로 좌회전 - 읍내로 - 대사삼거리에서 ‘보은, 미원’ 방면으로 좌회전 - 괴산로 - ‘광덕리, 문광면사무소’ 방면으로 좌회전 - 광덕길 - ‘아미동’ 방면으로 우회전 - 송문로(치재터널) - 송면삼거리에서 ‘증평, 화양계곡’ 방면으로 우회전 - 화양로
[대중교통]
동서울종합터미널(시외버스) - 화양동정류소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화양구곡 : 검색어 ‘화양구곡’/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화양구곡
< 여행지 주요정보 >
화양구곡 해설프로그램
043-832-4347
자연관찰로, 화양구곡 체험 및 해설
전화나 국립공원 생태관광 홈페이지 접수(http://ecotour.knps.or.kr)
화양서원 생생체험
매월 2째주, 4째주 토요일(2013년 10월까지)
생생 문화체험, 풍류강학회 등
신청 문의·접수 : 화사모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hwayangdongsarang
< 주변여행지 >
도명산 걷기 코스 : 편도 7.9㎞의 등산코스로 정상에 오르면 묘봉, 문장대 등 속리산의 주요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다.
선유동계곡 : 화양구곡 중 9곡인 파천을 지나 상류로 계속 올라가면 선유동 계곡으로 이어진다.
산막이옛길 : 충북 괴산의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 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된 옛길로 괴산댐을 끼고 걷는 싱그러운 산책코스다.
http://sanmaki.goesan.go.kr
등산로 1코스(노루샘에서 산막이 마을) 4.4㎞ 2코스(노루샘에서 진달래동산) 2.9㎞
< 음식 >
대학찰옥수수 : 이 지역 특산물로, ‘대학’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대학교수가 우리 토양에 맞게 품종을 개량했다고 해서 붙여졌다. 감미료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달콤할 정도로 당도가 높고 부드럽다. 냉동해도 특유의 차지고 감칠맛이 보존되는 특징이 있다. 충청도 지역의 국도를 달리다 보면 아침에 딴 싱싱한 옥수수를 판매하는 농부들을 만날 수 있다.
한자루(30~100개): 1만~5만원
<숙소>
구름속소나무펜션 : 단층형, 복층형 등 다양한 형태의 소나무 집 펜션으로 이국적인 방갈로와 쾌적한 객실을 자랑한다. 넓은 계곡물에서 물놀이와 낚시를 할 수 있고, 펜션 식당은 손맛 좋기로 유명하다. 부서 워크숍 장소로도 좋고,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기 때문에 숙박이 아니더라도 방갈로와 식당을 이용하려는 손님들의 문의가 많다.
http://www.pinetreehome.co.kr /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143-1 / 043-834-2245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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