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불안 높이는 3대 글로벌 이슈 향배는…
'산 너머 산 너머 산' 넘을까
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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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조, 리스크 대응력 충분…국내증시 반등은 '기대난'
증권시장에 '불확실성'이 사라진 적은 없다지만, 9월을 맞아 시장에 영향을 끼칠 대외변수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8월 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유일한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8월이 채 가기도 전에 국내 증시에 영향을 끼칠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시장을 지배하는 이슈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세가지. 첫번째는 양적완화 축소, 두번째는 인도 등 신흥시장의 외환위기 우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리아 사태다.
◆이슈 1. 양적완화 축소, 올 안에는 가능할까
시장 참여자들에게 양적완화 축소는 달갑지 않은 이슈다. 파티는 영원할 수 없고 언젠가 정리하고 불을 끄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 진리지만, 누구도 '돈 잔치'가 지금 당장 끝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올해 안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가장 유력한 시기는 9월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상황과 대외변수 등으로 인해 그 시기가 다시 모호해지면서 갑론을박이 심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문조사(8월)에 따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53%, 10월은 20%, 12월은 16%, 내년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제지표의 악화, 인도 등 신흥국 불안, 시리아 내전 등이 새로운 악재로 부각되면서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점치는 것은 FOMC만 아는 일이 돼 버렸다.
지표상으로도 연방준비제도의 부담이 적지 않다. 7~8월 미국 경제의 흐름을 보면 하반기 경기회복을 자신했던 연준의 기대와는 달리 일련의 경제지표 흐름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주춤거리고 있음을 나타냈다.
지난 7월 미 내구재신규주문은 시장예상(-4%)을 큰 폭 하회한 전월비 7.3% 급감하며 4개월 만에 감소 반전했다. 이는 6월 31.7% 급증했던 항공기 수주가 7월에 전월비 44.3% 감소로 반전됨에 따라 7월 운수장비 수주가 전월보다 19.4% 감소했기 때문이다.
항공 및 국방을 제외한 핵심 내구재신규주문 역시 7월에 시장예상(0.5%)과 달리 전월비 3.3% 감소하며 5개월 만에 큰 폭 감소세로 반전됐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 설비투자가 변동성이 높은 항공기뿐만 아니라 전자·기계류, 통신 등 전부문에서 7월에 감소 반전됐음을 의미한다"며 "7월 미 설비투자의 감소 반전은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를 약화시키는 분명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뿐 아니라 다른 지표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월 미시간대학 소비자신뢰지수(예비)는 급락세로 반전했고, 7월 신규주택판매가 급감했다. 7월 미 비농업취업자도 전월비 16.2만명 증가에 그치며 1~7월 평균인 19.2만명 증가에 크게 못 미쳤다. 7월 소매판매도 전월비 0.2% 증가에 그치는 부진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미국 경기의 회복은 요원한 것일까. 이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났지만 아직은 단정 지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표의 조정으로 인해 회복세가 꺾였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연내 양적완화 축소의 시행은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을 담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9월 FOMC 회의 이후 시행된다 하더라도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 이슈 2. 복병, 신흥시장의 위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행되지도 않았지만 가능성만으로도 벌써 파급력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얼마 전 불거진 인도를 위시한 신흥시장의 증시폭락과 통화가치 하락이다.
올해 들어 이머징시장과 선진국시장 간 P/B를 비교해보면 이머징이 선진국 대비 밸류에이션 저평가 정도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매력이 없다는 소리다.
이 같은 이유는 과거 대비 성장률이 50~60% 수준으로 떨어지며 성장동력이 소멸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미 연준의 조기출구전략 과정에서 시스템 위기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이머징시장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적완화 축소 우려와 시리아 내전 등으로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증시는 지난 2001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MSCI동남아인덱스는 8월 들어 11% 하락했다. 지난 5월8일 기록한 올해 고점에서는 21%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잘 나가던 브라질은 올 들어 중앙은행이 4번이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8월2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4월부터 4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끌어올리며 7.25%였던 기준금리를 9%로 만들어놨다.
브라질이 이처럼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헤알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브라질 채권 열풍으로 대량의 글로벌 자금이 유입된 브라질은 이제 이를 지켜내기 위해 토빈세를 폐지하고 환율 방어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그렇게까지 큰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이전과는 '체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정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스템 리스크 부각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시스템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현재 극히 낮은 상황"이라면서 "과거 이머징시장의 외환위기가 있었던 지난 1990년대 후반과 현재가 동일하게 심각한 상황일 수는 있지만, 글로벌 공조 강화로 인해 정책 대응능력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주목해야 할 것은 개별 이머징국가들의 외환보유액도 늘어났고, 글로벌 공조에 따른 달러화 유동성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라면서 "현재 인도는 일본과 외환스왑이 체결돼 있고 인도네시아가 포함돼 있는 동남아시아 주요국들의 경우 일본, 한국, 중국과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과 한국·중국·일본 3국이 외환위기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체결한 통화교환협정)가 돼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달러화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현재는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물론 거시경제 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국가들은 투기세력의 공격과 달러화 유출에서 자유롭기는 힘들겠지만, 글로벌시장에서의 공조를 통해 위기 확산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평가다.
◆ 이슈 3. 시리아 사태, 영향은 얼마나
갑작스레 복병으로 떠오른 것이 시리아 내전과 이에 따른 미국의 공습 우려다.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 등에서 군사 개입을 단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연내 양적완화 축소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유가와 안전자산(금 등)이 즉각 급등하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금값은 온스당 1400달러를 돌파해 지난 6월 저점대비 17%가량 상승했고 유가 또한 2년여만에 배럴당 110달러를 기록하며 장기 저항선을 돌파했다.
시리아 사태는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과 강대국들의 대리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일단 사린가스로 추정되는 화학무기의 사용으로 국제 여론은 시리아에서 등을 돌린 상태다.
그렇다면 시리아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의 영향은 얼마나 될까.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천정훈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쟁 발생 여부에 대한 예측 정도’와 ‘전쟁 상황’, ‘전쟁 당시의 경기국면’에 따라 금융시장의 양상은 상이하게 나타났다"면서 "중·장기적인 추세 측면에서 중요한 요인은 ‘전쟁 당시의 경기국면’이며, 단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했을 때 금융 시장 참가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전쟁 발생 여부에 대한 예측 정도’와 ‘전쟁 상황’이라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이어 "중동 지역의 주요 분쟁 사례를 검토해봤을 때 경기확장 국면에서 공습이 단행될 경우 주식시장 반등이 나타나는 경향이 많았다"며 "미국의 공습이 시리아 체제의 전복이 아닌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무력제재조치라는 점, 시장참여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해나가는 점을 감안할 때 신속한 공습 단행 시 단기 불확실성 해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시리아의 원유 생산량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단기 상승은 불가피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을 것으로 봤다. 말 그대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손 애널리스트는 "시리아 이슈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 "단기적으로 유가의 불안정으로 인해 조정 요인이 될 수 있겠으나 시리아 사태 자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그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시리아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주식시장이 그에 환호해 반등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미국 출구전략 우려와 그에 따른 이머징 외환시장의 충격, 독일 총선을 둘러싼 유럽 재정위기 우려 재발 가능성 등 상승을 견인할 모멘텀 자체가 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출구전략 우려, 이머징 외환시장의 불안 요인 등을 감안하면 한국으로의 자금유입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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