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는?
진화하는 게스트하우스/ "만남의 장 부족하지만 情이 있다"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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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
"잠만 자는 공간구조 아쉬움"… 위치·안전성은 매력적
우리나라에서 게스트하우스시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관광객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외국인관광객에 비해 숙소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 게다가 자유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비싼 호텔이나 불편한 모텔 대신 게스트하우스가 외국인관광객을 위한 대안 숙박지로 부상했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는 어떤 모습일까. 신촌지역 게스트하우스를 취재하던 중 알파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는 세자르 카바스캉고(Cesar Cabascango)씨를 만났다. 에콰도르인인 카바스캉고씨는 공연을 위해 우리나라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뮤지션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공연을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니 여러 나라의 다양한 게스트하우스를 경험해봤다. 또 지금은 신촌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지만 북촌의 한옥 게스트하우스는 물론 부산, 제주 등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숙박을 해본 경험이 있다.
카바스캉고씨가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하는 외국인관광객의 대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국내외에서 다양한 게스트하우스를 경험한 만큼 우리나라 게스트하우스의 장단점에 대해 두루 들어볼 수 있었다. 과연 그가 경험한 한국의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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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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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
만남의 장 부족한 한국의 게스트하우스
카바스캉고씨는 한국, 특히 신촌·홍대지역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가 유럽이나 남미와는 큰 차이가 있고, 일본이나 대만 등의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는 '아시안 스타일'이다.
유럽이나 남미의 게스트하우스는 투숙객들이 모일 수 있는 홀 같은 공간이 있어 해당 국가를 혼자 여행할 때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한국 등의 게스트하우스는 이러한 공간이 없거나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카바스캉고씨는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나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친구를 만드는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는 마치 모텔과 비슷해 개인공간을 강조하기 때문에 다른 여행자와 관계를 맺는 것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스트하우스의 스태프나 투어리스트들이 투숙객끼리 좀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여행객과 관계 맺기가 어려운 것이 단순히 게스트하우스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국, 일본, 대만 등 영어를 구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인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여행객들과 어울리는 것을 불편해 한다는 것. 그러한 특성이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많은 외국인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불편함, 언어문제에 대해 카바스캉고씨 역시 다소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는 "여행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에 영어는 매우 중요하다"며 "관계를 맺을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들과 의사소통이 안돼 도움을 받지 못하면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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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지역 알파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는 세자르 카바스캉고씨(에콰도르)(사진=류승희 기자) |
도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큰 매력
그렇다면 외국인이 느끼는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는 불편하기만 한 것일까. 카바스캉고씨는 한국의 게스트하우스의 최대장점으로 지리적인 면과 안전성을 꼽았다.
서울을 기준으로 게스트하우스가 주로 위치한 곳은 신촌·홍대, 인사동, 강남 신사동 등 도심이다. 이 때문에 어느 곳을 숙박지로 선택해도 교통, 쇼핑 등에서 불편함이 없다.
그는 "서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모두 도시 중심지역에 위치해 있어 관광은 물론 쇼핑을 즐기기에도 편리하다"며 "여행 중 잠자리를 해소하기 위한 장소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규모보다는 위치가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게스트하우스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며칠씩 묵으면서 쇼핑을 해도 물건을 잃어버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덧붙였다.
투숙객들을 잘 배려해주는 점도 한국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이라고. 물론 어느 나라의 게스트하우스든지 투숙객에게 친절하지만, 한국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들은 친절함과는 또 다른 의미로 배려해준다는 것이다.
카바스캉고씨는 "한국의 스태프들은 음식도 잘 챙겨주는 등 세심하게 배려해준다"며 "매니저 등 일부 스태프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 게스트하우스의 스태프들이 개인을 잘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한국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정을 느낀 듯하다.
외국인이 본 지역별 장점은
현재 머물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러 게스트하우스에도 묵어봤다는 카바스캉고씨는 게스트하우스마다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부산지역의 게스트하우스는 투어가이드를 별도로 두고 있다는 점이 좋았단다. 그는 "한국말이 서툰 여행객들은 해당지역을 제대로 여행하기 힘들다"며 "그런데 부산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투어가이드가 있어서 여행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는 일반 게스트하우스와는 전혀 다른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한옥에 처음 묵을 때 침대가 없어서 당황스러웠지만, 요에서 자는 것도 편안했다"는 그는 "한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고, 특히 멋진 집을 내가 빌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다른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조금 비싼 점이 살짝 아쉬웠다고 말한다.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는 유럽 등 다른 나라의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한 장점을 갖췄다고 설명한다. 서울지역의 게스트하우스와 달리 장소가 넓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는 것.
그는 "제주도는 관광지뿐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라는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며 "관광객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에 다른 관광객과 관계를 맺기가 쉬웠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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