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실패' 단독실손보험, 어떻게 회생했나
예상밖 흥행…“소비자가 이겼다”
심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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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5 | 11: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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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게 치료비만 보장요구 늘어…초반 판매부진 털고 가입 급증
"차비도 안 남는 상품을 설계사들이 팔겠습니까. 분명히 흥행에 실패할 겁니다."
금융감독당국이 단독 실손의료보험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을 당시 흥행예상을 묻자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답변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보험업계 내에서는 단독실손보험이 실패작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설계사조직'은 보험상품 흥행의 핵심역할을 하는데, 적은 수수료로 인해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판매실적이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올해 1월1일부터 판매한 단독실손보험은 금융당국의 전략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초반엔 판매가 부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은 늘어났고 앞으로도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천대받던 단독실손보험은 어떻게 기사회생할 수 있었을까.
◆보험료 현실화 위해 출시
금융감독원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와 보장내용 변경주기 현실화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며 단독실손보험 출시를 알렸다. 이에 국내 보험사들은 올해 1월1일부터 단독실손보험을 출시, 판매에 나섰다.
감독당국의 정책에 따라 출시된 단독실손보험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저렴한 보험료'다. 과거 상품은 장기보험에 특약형태로 가입해야 해서 불필요한 보험료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단독실손보험은 입원과 통원 등 병원비만 보장하는 조건이어서 1만~2만원대의 보험료만 납입하면 된다. 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용인 자기부담금을 20%로 늘릴 경우 보험료 부담은 더욱 낮아진다.
보장내용의 변경주기도 바뀌었다. 기존 상품은 대부분 보장내용을 중도 변경하기 힘들었지만, 단독실손보험은 최대 15년 이후가 되면 보장내용을 바꿀 수 있다.
이처럼 금융소비자에게 유리한 단독실손보험이지만, 출시 초반에는 지지부진한 판매실적을 보였다. 지난 1월 한달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알리안츠생명, KDB생명, 동부생명 등 7개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단독실손보험 건수는 4398건이었다.
또한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NH농협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10개 손해보험사의 1월 판매실적은 3858건에 그쳤다.
◆수수료·절판 마케팅 탓
단독실손보험의 초반 흥행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판매수수료'에서 찾을 수 있다. 단독실손보험의 보험료는 월 1만원대 수준이다. 납입보험료 규모가 적으면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판매수수료 역시 적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보험료 갱신주기도 1년이어서 설계사에게 큰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상품이다.
예컨대 설계사 A씨가 월 보험료 1만원짜리 단독실손보험을 판매했다고 가정해보자. 단독실손보험의 판매수수료가 10%대인 점을 감안하면 A씨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1000원 수준이다. 이를 12개월로 환산하면 이 상품을 통해 올리는 수수료 수입은 고작 1만2000원이 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를 초기 단독실손보험 판매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단독실손보험 출시 초기에는 많은 설계사들이 고작 몇천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고객과 만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며 "업무상 고객을 찾아가는 게 맞지만 설계사들의 고충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올해 초 설계사들은 과거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절판마케팅'을 펼쳤다. 단독실손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을 만나 신상품은 갱신주기가 1년이라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더 이상 기존 실손의료보험은 판매되지 않으니 지금 가입해야 한다고 마케팅한 것. 이에 따라 단독실손보험의 판매율은 쉽게 올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된 4월부터 과거 실손의료보험의 판매는 중단됐고 단독실손보험의 판매율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국내 10대 손보사의 단독실손보험 판매 건수는 지난 3월 3189건을 기록한 데 그쳤으나 4월 1만447건, 5월 1만1917건, 6월 1만1551건, 7월 1만4843건 등으로 증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손의료보험의 판매가 중단된 것도 한 요인이지만 의료비 보장만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단독실손보험의 판매율이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판매율 증가세 이어갈까
그렇다면 단독실손보험의 판매율 증가세는 계속 이어질까. 이에 보험업계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치료비만 보장받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다. 여기에 보험사가 단독실손보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시작한 점도 판매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7월부터 단독실손보험을 온라인으로 소비자가 직접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현대해상은 지난 6월부터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9개 시중은행에서 단독실손보험을 판매 중이다.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1만∼2만원짜리 보험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설계사나 보험대리점을 찾아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짐에 따라 가입률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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