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고기는 중독성있는 먹을거리
10여 년 전 광주 출장을 갔을 때 현지 광주 사람이 육사시미(생육회) 이야기를 하면 내심 속으로 ‘육고기를 어떻게 생으로 먹을까’ 의아해했다. 그 당시만 해도. 그 시절 필자에게 육사시미는 약간은 몬도 가네(Mondo Cane)같은 음식이었다.


전남 강진 당일 직송 남도식 육사시미와 매생이탕
20년 전만 해도 서양인들은 스시와 사시미를 에스키모인들이 먹는 기괴한 음식으로 치부했다. 그런 스시가 지금은 중산층 이상의 서양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음식은 되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뉴요커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스시’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생으로 먹는 음식은 중독성이 있다. 육사시미 역시 중독성이 강한 음식이다.

개인적으로는 대구시에서 먹은 육사시미 뭉티기가 가장 으뜸이다. 대구식 매운찜갈비는 별로지만 뭉티기는 아주 괜찮은 먹을거리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성향이다.


사족이지만 육사시미는 ‘육회’로, 기본의 양념을 한 육회는 ‘양념육회’로 메뉴명을 순화하는 것이 맞는 건데도 이상하게 육사시미가 더 느낌이 온다. 닭도리탕을 순화한 표현인 ‘닭볶음탕’으로 하면 그 느낌이 온전히 안 오듯이 말이다.

서울 대치동 '청자골'. 남도풍 암소전문점이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식당 부부 모두 전남 강진이 고향이다. 강진은 남도에서도 음식을 잘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강진은 조선시대 귀양살이로 알려진 지역이다. 다산 정약용도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귀양살이와 먹을거리 수준은 분명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육사시미용 고기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강진에서 당일 고속버스 편으로 올라온다. 암소를 사용하고 우둔 중에서도 아랫부분으로 육사시미를 내고 있다. 우둔은 기름이 전혀 없는 붉은 살코기다.

지방의 양은 소고기 부위 중에서 중간 정도며 근육막이 적어 비교적 연하고 풍미가 좋아 육사시미와 육회용으로 딱 적당한 부위다. 우둔은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한 것이 좋다. 썰었을 때 수분이 나오는 것은 맛이 없으며 육색이 선홍색으로 윤기가 나는 것이 상품이다.


따라서 ‘근섬유가 촘촘한 암소’가 좋은 것은 더할 나위가 없다. '청자골'에서는 이런 원칙으로 육사시미 고기를 공급받아서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육사시미 300g(3만5000원)과 매생이탕(1만원)을 주문했다. 오늘은 직화구이의 유혹을 과감히 포기했다. 손님 입장에서 돈과 체중도 절약하고 웰빙스러운 육고기를 섭취할 수 있다.

주인장이 정성스럽게 손질을 한다. '청자골' 주인장 인상이 좋다. 식당 주인 인상이 좋으면
30%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 한두 점씩 고기를 접시에 올려놓는다. 육사시미 꽃이 활짝 폈다. 강진에서 대치동 '청자골'로, '청자골' 주방에서 우리 일행의 탁자 위로 직송했다.

전에 알던 식당도 육사시미를 제공했는데 경상도와 전남 나주에서 올라오는 육사시미 고기 중 이상하게 나주 육고기가 맛있다고 했다. 참고로 그 주인장은 오리지널 대구 사람이다.

◇ 남도풍 고깃집 대치동 '청자골'

당일 직송한 육사시미가 기대된다. 반찬은 다소 남도스러운 맛이다. 가장 중요한 양념장. 육사시미의 맛을 좌우한다. 필자가 아주 좋아하는 매생이탕도 나왔다. 매생이를 먹을 때마다 바다의 신선한 기를 그대로 받는 느낌이다.

전남 강진 당일 직송 남도식 육사시미와 매생이탕
매생이는 열량이 높지 않으면서 부피가 비교적 크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금세 포만감을 높여준다. 비만에 도움이 되는 먹을거리라는 설이 유력하다. 필자가 절대적으로 많이 먹어야 할 식재료다. 더욱이 콜레스테롤 함량과 고혈압을 낮춰주고 변비 해소에 큰 효과가 있다.

필자는 완전 매생이 예찬론자다. 다만 가격이 문제다. 강진에는 큰 매생이 공장이 있다. 예전에 한 번 간 적이 있다.

이 메뉴에는 매생이와 갑오징어, 홍합 등이 들어가 있다. 매생이가 떡국이랑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분당의 '분당칼국수'가 유명해진 것도 매생이 칼국수의 힘이 크다. '분당칼국수'는 남도풍 칼국수집으로 주인장 역시 남도사람이다.

육사시미를 양념에 찍어 먹는다. 전체적으로 괜찮지만 단맛을 약간 줄였으면 좋겠다. 육사시미의 식감은 역시 쫄깃쫄깃하다. 입안에서 자근자근 씹으면서 소주도 홀짝 한잔한다. 우리 회사 여직원 중 육사시미파가 한 명 있다. 아른바 몬도 가네파다.

암소 생고기는 역시 고소하다. 서비스로 나오는 된장찌개도 양호한 편이다. 육사시미를 계속 흡입하게 만든다. 숯불에 구워 먹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육사시미로 먹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 과체중인 필자에게는 필요한 식습관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분명히 구이보다 몸에는 더 좋을 것이다.

매생이탕에는 다양한 반찬류가 나온다. 묵은지는 해남산이다. 육사시미에는 역시 소주가 잘 맞는다. 주방에는 주인장이 계속 암소를 작업 중이다. 다 먹고 난 후 전반적으로 속이 편하다. 더부룩한 것이 오늘은 없다. 직화구이 중심에서 벗어나 이렇게 먹는 것도 건강 측면에서 괜찮은 식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