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지주사 체제로 이륙 '날갯짓'
대한민국 대표주 분석 ⑬대한항공
정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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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대한항공은 예전에 알던 대한항공과는 다른 회사다. 사명과 주업종이 동일해 같은 회사 같지만 그렇지 않다. 대한항공이 속해있는 한진그룹이 지난 8월1일자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대한항공의 인적분할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인적분할로 대한항공은 지주사인 한진칼홀딩스(이하 한진칼)와 사업회사인 대한항공으로 나뉘게 됐다. 그리고 대한항공은 분할로 인한 거래정지 한달 반여만인 지난 9월16일 주식시장에 재상장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시초가보다 3100원 오른 3만66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복귀전에서 괜찮은 성적을 냈다.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9월26일 기준으로 6.69% 올랐다. 지주회사체제 전환으로 인해 그룹 지배구조가 개선됐다고 평가되고 있어서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은 한진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지배구조 투명성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그룹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분할효과 지속 어려울 듯
그러나 인적분할 후 재상장한 대한항공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팽배하다. 한진그룹이 아닌 대한항공만 놓고 본다면 기업가치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LCC 진에어가 지주회사인 한진칼로 편입된 데다 회사분할로 인해 부채비율이 기존 771%에서 908%로 높아져 부정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며 "인적분할이 기업가치나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인적분할로 인해 대한항공의 자회사였던 진에어, KAL호텔네트워크, 토파스여행정보, 한진관광, 정석기업, 호미오세라피 등 7개 기업은 한진칼로 이전됐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도 "인적분할 후 대한항공 실적에 반영되던 연결자회사가 감소해 실적개선이나 주가상승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분할 후 나타나고 있는 대한항공 주가 상승세도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민감주와 저비용항공사를 자회사로 둔 한진칼의 주가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의 주가가 적정 가치를 넘어설 확률이 높다"며 "(현재 주가상승은) 단기적인 상승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한항공 주가상승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업황부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3분기는 항공운송산업에 있어 성수기지만 현재는 부진에서 좀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방사능 공포 확산으로 인해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일본노선의 부진이 문제다.
지난 8월 국제여객이 전년 동기대비 6% 증가했으나 가장 수송단가가 높은 일본노선은 8.1% 감소했다. 이처럼 국제여객이 살아나도 일본노선이 회복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수익 개선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업황부진으로 줄어드는 매출·이익
항공화물부문의 정체도 대한항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화물 수요는 하반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마이너스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연료비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여줄 중국과 일본 등 중단거리 수요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황이 이렇다보니 실적 또한 좋지 못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에 1234억원의 영업적자와 300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5억원 늘어났다. 매출 역시 전년 동기대비 1.9% 감소한 2조9414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실적이 저조한 이유로 업황부진을 비롯해 경쟁심화로 인한 전반적인 수송단가 하락, 제트유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부담 확대 등을 들었다. 원/달러 확률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 점도 실적악화 원인 중 하나다.
2분기 실적 역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대한항공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9.8% 줄어든 2조8384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손실 규모도 확대됐다. 지난해 2분기 대한항공의 당기순손실은 1646억원이었으나 올해 3587억원으로 늘어났다.
3분기 상황도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어든 3조22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 또한 178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3%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통상 성수기인 3분기보다 4분기가 실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올 4분기 실적개선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단지 예상과 달리 4분기에 업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내년 실적개선 기대해 볼만
대한항공은 회사 차원에서 실적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일본발 유럽행 환승객 수요 확보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일본노선과 유럽노선의 탑승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 증권업계에서는 이러한 대한항공의 계획이 충분히 실현가능하다고 본다.
김민지 애널리스트는 "다른 노선보다 상대적으로 경쟁상대가 적은 유럽노선에서는 지분을 인수한 체코항공을 활용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점유율 40%에 육박하는 한일 노선을 연계한다면 수요 흡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행히 내년 전망은 나쁘지 않다. 전문가들은 내년쯤이면 여객부문의 문제가 해결돼 대한항공의 실적개선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은경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가 회복돼 내국인 출국수요가 증가하고 일본인 관광수요와 운임이 안정되면 내년에는 대한항공의 영업이익률이 1.3%까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중국의 부정기선 운항 제한 조치로 중국 노선경쟁이 완화될 경우 운임과 탑승률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은경 애널리스트는 내년 대한항공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각각 6%, 13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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