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름도 바꾸고, 계열분리도 하겠다." 동양생명이 뿔났다.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 사태가 절정에 이르자 동양생명은 사명을 변경하고 그룹에서 분리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30일 사명변경과 계열분리를 발표하면서 "지분구조상 그룹과 무관함에도 그룹의 위기로 보험계약 해약문의가 늘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계열분리와 사명변경을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동양생명은 동양그룹과 '이름'외에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그럼에도 동양생명은 동양그룹으로 인해 발목 잡힌 경우가 있었다.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 동양그룹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보고펀드와 동양생명 컨소시엄은 ING생명 한국법인의 인수전에 참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보고펀드는 동양그룹과의 계열분리를 통해 최대 5000억원을 후순위 보통주로 출자하려 했다. 그러나 알짜 계열사 중 하나인 동양생명을 놓치기 싫었던 동양그룹이 이를 반대했고 결국 실탄을 마련하지 못한 보고펀드는 ING생명을 인수하지 못했다.

동양생명은 지분구조상 동양그룹과 관련이 없다.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는 보고펀드 및 관계 계열사로 57.6%를 보유하고 있다. 동양그룹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동양증권 소유의 3.0%가 전부다.

그럼에도 동양그룹이 동양생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이사회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동양생명 이사회는 구한서 사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동양그룹 추천인사는 6명이며 보고펀드에서 추천한 이사는 3명이다. 하지만 이번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유탄을 맞자 그룹과 보고펀드를 막론하고 이사진들이 위기를 느낀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명변경과 계열분리 발표 직전 가졌던 이사회 간담회에는 9중의 이사 중 8명이 참석했으며 이들 모두 두 안건에 대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사진들의 출신에 관계없이 현재 사태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의 계열분리는 동양그룹과 보고펀드 양측이 맺은 콜옵션 계약에 달려있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양그룹과 보고펀드는 지난 2011년 3월 지분을 매각하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계약의 주요내용은 3년 만기로 2014년 3월까지다. 동양그룹은 계약을 1년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보고펀드는 매입한 지분을 다른 곳에 팔 수 없다. 아울러 동양그룹은 연 11.5%를 개시시점에 복리로 계산에 30%의 지분을 되살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동양생명이 계열분리를 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 도래하는 콜옵션 계약을 포기하고, 1년 연장계약도 하지 않아야 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동양그룹이 구두로라도 콜옵션 포기의사를 밝히면 계열분리는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동양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동양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한 마당에 연복리 11.5%를 지불하고 동양생명의 지분을 되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편 동양생명의 사명변경에는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생명은 임시이사회를 열고 주주총회를 거쳐 회사 정관을 개정한 뒤 사명을 변경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