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가입제한 없고 높은 공시이율…10년 넘으면 비과세 혜택도
 
2013년 10월, 지금은 '초저금리 시대'다.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덩달아 예금금리도 하락하고 그러다보니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낮췄다. 작년 10월 2.75%로 한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줄곧 동결돼오던 기준금리는 올해 5월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과 함께 2.50%로 떨어졌다. 기준금리는 현재 4개월 연속 동결이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서 은행의 예금금리도 동반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개월간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초저금리로 예금금리가 소비자의 만족도를 채우지 못하면서 보험사의 저축성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저축성보험이 눈길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금리' 때문이다. 은행권의 예금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비과세 등의 혜택이 주어져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 예금금리 고전

기준금리의 하락세와 함께 국내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지난 10월1일 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은행 상품 중 정기예금의 기준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산업은행의 'KDBdirect/Hi정기예금'으로 12개월 기준 3%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 외환은행의 'e-파트너정기예금'이 2.8%로 뒤를 이었고 우리은행의 '우리토마스정기예금', SC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 농협은행의 '왈츠회전예금2'가 각각 2.7%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준으로 가장 금리가 낮은 상품은 씨티은행의 프리스타일예금이며 현재 제공하는 금리는 2.1%다. 이처럼 현재 국내 주요은행들은 12개월간 예금을 해도 금리를 3%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국내 보험사들은 4%대 공시이율을 제공한다. 공시이율은 은행들의 예금금리와 같은 것으로 저축성보험에 가입했을 때 보험사가 보장하는 이율을 말한다.

삼성생명의 10월 현재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은 3.95%다. 한화생명은 4.06%이며 교보생명 4.01%, NH농협생명 4.00%, 신한생명 4.02%, 미래에셋생명 4.05% 등이다.

손해보험사의 공시이율 역시 3% 후반대로 생보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은행권 예금금리보다는 높다. 삼성화재의 10월 현재 공시이율은 3.90%이며 현대해상 3.90%, 동부화재 3.90%, LIG손해보험 3.80%, 메리츠화재 4.00%다.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높은 공시이율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채권금리 상승과 기준금리가 최저점을 찍었다는 점을 꼽는다.
 
◆채권금리·기준금리 최저점 분석

지난 8월22일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이 임박했다는 불안감이 나타난 이후 채권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2.99%로 전날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5년물 국고채도 3.31%에서 3.35%로 올랐으며 10년물은 3.66%에서 3.73%로, 20년물은 2.87%에서 3.93%로 상승했다.

이 같은 국고채 금리의 상승은 9월에도 이어졌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9월 한달간 3년물 국고채의 평균금리는 2.90%로 나타났다. 최저금리는 2.80%였으며 최고금리는 2.99%였다. 5년물 국고채의 평균금리는 3.17%였으며 10년물 평균은 3.53%, 20년물 평균은 3.73%였다.

이처럼 국고채의 금리가 높게 나타난 것은 보험사에게 높은 공시이율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으로 작용했다. 주요 보험사들은 고객들의 보험료를 받아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데 그 중 채권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10월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동결하거나 소폭 상승시켰다"며 "8월 이후 채권금리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화생명과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신한생명 등이 8월보다 공시이율을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또 보험사들이 현재의 기준금리가 더 이상 떨어지기 어려운 '최저점'이라는 판단 아래 공시이율을 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보험사가 많다"며 "현재 수준의 공시이율을 제공해도 역마진 우려가 없어 비교적 높은 이율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형저축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아

보험사의 저축성보험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출시 초반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재형저축과 금리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시중은행이 출시한 재형저축은 7년 만기 후 비과세와 함께 4%대(변동금리형) 고금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재형저축을 통해 4%대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이용, 급여이체 등의 우대금리 조건을 만족해야 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보험사의 저축성보험은 조건 없이 10년만 보험료를 납입하면 비과세 혜택과 높은 공시이율을 제공받을 수 있다.

저축성보험은 재형저축과 달리 가입제한도 없다. 재형저축에 가입하려면 직전연도 총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저축성보험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보험료를 한번에 납입하는 즉시연금은 납입한도 2억원(부부합산 4억원)을 초과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보험업계가 재형저축을 출시하지 않은 이유는 저축성보험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재테크족이라면 높은 공시이율을 제공하는 저축성보험 가입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재형저축에 코웃음 친 보험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