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정권 바뀌자 고졸채용 슬그머니 감축
'고무줄 채용' 눈치보기 아냐?
성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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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7 | 10: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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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고졸성공 취업박람회를 찾은 고교생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정회성 기자 |
"은행들이 고졸채용 규모를 확대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이미 채용한 인원을 정년까지 안전하게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요즘 (언론에서) 고졸채용 축소에 대해 너무 정치적으로 몰고 가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정권이 바뀌니까 고졸채용도 줄인다는 자극적인 표현을 하고 있죠. 제발 많이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A은행 인사부 고위 관계자)
시중은행들의 고졸채용 규모가 올 들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MB정부의 채근에 못 이겨 늘려왔던 고졸채용을 정권이 바뀌자 슬그머니 원위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중 6대 은행의 특성화고등학교 채용인원은 300명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00명에서 올해 140명으로 축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72명, 하반기 13명으로 85명 규모였지만 올해는 상반기에 40명만 채용하는데 그쳤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모두 하반기에는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농협은행은 지난해와 같은 규모를 선발하고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만 소폭 늘렸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6분의 1이나 줄었다. 지난해 일반직 6급 60명과 다이렉트상품 상담인력 60명 등 총 120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일반직 6급 20명만 선발했다. 새 정부 들어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중단돼 소매금융 분야의 인력수요가 사라지면서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취업기회를 잃은 셈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고졸채용 규모를 줄이자 정권에 따라 채용정책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MB정권 시절에는 정부 눈치에 너도나도 고졸채용에 동참했지만 새 정부 들어 정책드라이브가 바뀌자 나몰라라 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자극적인 분석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꼬집는다. 정권의 정책드라이브에 맞춰 (은행들이) 고졸채용 규모를 줄이고 늘린다는 흑백논리보다는 현재 채용된 고졸직원들이 은행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 보완을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A은행의 인사부장은 "고졸채용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는 현재 채용된 직원들이 회사에서 소외당하지 않고 임원까지 오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면서 "이런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늘리지 말라고 해도 늘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은행 관계자는 "금융환경 악화로 최근 지점 구조조정이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있는 직원마저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에서 직원을 더 채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고졸채용 규모가 줄어든 것은) 전체 공채 직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권과) 무관하게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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