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지' 오명 벗고 LG전자 날아오를까
실적 모멘텀 약해 목표가 하향… 하반기부터 개선 '매수 유지'

LG전자의 별명 중 하나가 '헬지(Hell+LG)전자'다. 오랫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보니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 같은' 종목이라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이와 비슷하게 SK하이닉스도 한때 주가가 오르지 않아 '하락닉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LG전자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하이닉스'가 뜰 정도다. 해당회사로서는 기분 나쁠만 하지만 어찌보면 그런 별명으로 불린다는 것 자체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고 친근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목 가운데 하나인 LG전자가 '헬지'의 오명을 벗고 날아오를 수 있을까.
 
◆ 이름값 못하는 주가

지난 1958년 10월 금성사㈜로 출발한 LG전자는 1959년 국산 진공관식 라디오를 개발·생산했고 1966년에는 흑백 TV를 내놓았다.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은 1970년 4월이다. 이후 1986~1990년까지 독일·멕시코·영국·필리핀·이탈리아·이집트·인도네시아 등지에 현지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1995년에는 금성통신을 흡수합병하고 LG전자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1999년 한국형 디지털TV를 개발했다. 2000년 9월 LG정보통신을 흡수합병했고, 2001년 7월에는 필립스(Philips)와 브라운관 사업부문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2002년 4월 ㈜LGEI로 상호를 변경하고 전자 및 정보통신 사업부문을 분할, LG전자㈜가 신설 법인으로 설립돼 재상장했다.

LG전자의 주가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흐름이 좋지 않다. 증권가에서 나오는 LG전자의 분석 리포트를 살펴봐도 '참을 인(忍)'(동부증권), '점진적 실적 개선'(신한금융투자), '목표주가를 하향조정, 장기적 접근을 권고'(한국투자증권) 등 제목만으로도 내용이 짐작 갈 정도다. 또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LG전자는 주가만 놓고 보면 매우 부진했다. 지난해 말 7만3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던 LG전자는 올해 들어 9만원대까지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인 적도 있었지만 다시 6만원대로 하락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 10월24일 기준으로 7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총 201거래일간 등락을 거듭한 끝에 현재는 전년 말대비 주가가 4.76% 하락한 상황이다.

낮은 주가로 인해 시가총액은 11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19위에 그치고 있다. 기업의 명성이 무색하게 주가는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증권계에서도 크게 기대하는 종목이 아니다. 증권정보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LG전자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목표주가는 평균 9만9111원으로 집계됐다.
 
◆ 3분기 실적, 시장 기대치 하회

10월24일 LG전자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은 13조892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됐으며, 영업이익은 2177억원으로 27.0%나 급증했다.

그러나 ‘실속’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당기순이익이 108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0% 감소했기 때문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10월21일 기준)를 매출액 14조5581억원, 영업이익 2659억원,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당기순이익을 1456억원으로 전망했다.

다수의 증권 전문가들이 LG전자의 3분기 실적을 추정할 때, LG이노텍의 실적을 빼놓고 전망했으나 정작 실적 발표시에는 LG이노텍의 실적을 반영해 내놓았음을 감안하면 ‘어닝쇼크’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다. LG이노텍의 실적은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3분기 매출 1조5955억원, 영업이익 557억원을 내 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30.8%, 영업이익은 110.7%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LG이노텍의 호실적이 LG전자 실적에 반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낮은 실적을 내놓은 것이다.

LG전자가 이 같은 실적을 기록한 것은 전략 스마트폰인 LG G2의 출시 효과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휴대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은 3조454억원이었으며, 영업손실이 797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한 것이다.

사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이러한 기류를 읽고 있었다. 실적발표도 나오기 전에 줄줄이 목표가를 내려버린 것이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0월21일 "LG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지만 목표주가는 8만5000원으로 11%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실적발표 하루 전인 10월23일 박원재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한다면서도 목표가를 10만8000원에서 10만원으로 조정했었다.

당시 박 애널리스트는 MC사업부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판매 수량은 무난할 것이나 G2의 본격적인 해외 판매 시작으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것이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었다.

◆ 3분기 이후 실적 개선세…"관심 높여라"

그렇다면 LG전자의 주가에 '해뜰 날'은 찾아올까. 백종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LG전자의 주가는 횡보할 가능성이 있는데 하반기 실적 모멘텀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부터는 LG전자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로 내년 상반기 실적 모멘텀이 기대되고 플라스틱 OLED폰의 출시를 통해 시장 선도업체 이미지가 부각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 다양한 UHD TV 라인업 출시를 통해 TV산업 내 위상 강화가 기대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LG전자가 3분기를 바닥으로 점진적인 실적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4분기부터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이 G2폰을 판매하고 있어 MC사업부 실적이 다소 개선될 전망"이라며 "4분기 영업이익은 2620억원으로 예상하며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7.5% 증가한 1조3390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가격전쟁으로 인해 MC사업부의 실적 개선이 더디지만, 국내시장에서 LG유플러스의 LTE 고객 증가로 안정적인 스마트폰 매출처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G2 플랫폼을 사용하는 구글 넥서스5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경우 주가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