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아파트, 미운오리? 백조?
임대수익 높일 수 있고 실거주 땐 삶의 질 제고… 외면하기엔 장점 많아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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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한재호 기자 |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으며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시장이 침체되면서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중대형의 가격이 중소형보다 더 많이 하락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중대형아파트 3.3㎡당 매매가는 2007년 2109만원에서 2012년 1855만원으로 12% 하락했다. 특히 강남권의 하락 폭이 가장 커서 2007년 3.3㎡당 3725만원에서 2012년 3034만원으로 19% 하락했으며 송파구는 2711만원에서 2093만원으로 23%나 떨어졌다. 목동 신시가지가 있는 양천구의 중대형도 21% 하락했다. 반면 중소형아파트는 재건축아파트를 제외하곤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경기도 역시 비슷하다. 같은 기간 경기도의 중대형아파트 매매가는 1293만원에서 1024만원으로 평균 21% 낮아졌는데 그중에서도 분당이 포함된 성남시와 과천시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성남시 중대형 3.3㎡당 시세는 2007년 2180만원에서 2012년 1571만원으로 27% 하락했으며, 과천시는 3634만원에서 2136만원으로 무려 41%나 급락했다.
인기의 변화는 공급의 변화로 직접 연결돼 부동산경기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서울·수도권에 지어지는 아파트의 중대형 비율이 50%를 넘었다가 지난해에는 18%로 낮아졌다. 분양아파트의 평균면적은 5년간 22㎡ 감소했다.
중대형아파트의 입주물량도 2010년에 10만5846가구, 2011년 5만2340가구, 2012년 5만3210가구, 2013년 2만5455가구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서울·수도권 아파트 360만가구 중 중대형은 74만가구로, 20% 수준으로 내려왔다.
◆추락하는 중대형아파트의 재발견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 역시 중소형 강세, 중대형 약세가 지배적이다. 그 근거로 ▲실수요를 목적으로 집을 사기 때문에 투자목적의 중대형보다는 서민주택 규모가 주로 거래되는 점 ▲정부에서 내놓는 각종 부동산대책이 85㎡ 이하의 중소형에 초점이 맞춰진 점 ▲경기불황으로 관리비 부담이 적은 소규모 주택과 세금을 적게 내는 저가의 주택을 선호하는 점 ▲1~2인 가구 증가세가 지속되는 점 등이 거론된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중소형아파트를 선호하고 중대형은 외면하는 현상이 지속될까. 부동산시장이 많은 사람들의 전망대로 움직여왔는지를 따져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자산이든 지배적인 전망대로 움직이는 시기도 있고 전망과 다르게 움직임이 나타나는 시기도 있다.
늘 전망대로만 가격이 움직이면 어느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상황이 초래된다. 결국 자율적인 시장의 힘이든 인위적인 공공의 힘이 개입되든, 기존의 전망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시기가 도래해 시장은 자연스럽게 균형점을 찾아간다. 그러면서 가격이 오르고 내려가는 사이클이 나타나게 된다.
지금은 중대형아파트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지만, 만일의 경우 현재의 전망과는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는 미래가 온다면 어떤 이유에서 그럴 것인지 점검해볼 필요도 있다.
이제는 실수요를 목적으로 집을 사기 때문에 투자목적의 중대형보다는 서민주택 규모가 주로 거래될 것이라는 관점이 영원히 유효할까. 필자가 생애 최초로 구입해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집은 실거주 측면만 생각하며 구입한 것으로 구30평대에 해당한다. 비인기 주거지에 있고 세대수도 작기 때문에 투자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아파트다.
결혼 이후 거처했던 집이 여섯곳이나 돼 이사다니는 게 힘들고 가족이 살기 편한 곳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내 집 마련 시 시세차익을 고려하지 않고 주거와 생활의 편의성만을 고려했다.
이처럼 주택은 실주거 측면만 보며 구입할 수도 있고, 주거하지 않고 실투자 목적으로만 구입할 수도 있다. 또한 주택은 실주거를 하면서 투자목적까지 겸할 수 있는 실물자산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실물자산은 사용연한에 다가갈수록 가격이 하락하지만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가격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건물부분에서만 감가상각이 이뤄지고 토지부분에서는 인플레이션과 토지의 활용가치 상승에 따라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토지에서는 주거, 임대, 상업활동, 생산활동 등이 이뤄지면서 활용가치가 생겨나고 가치는 거래가격으로 변환된다. 즉 실수요목적과 투자목적으로 나눠 주택시장의 미래를 전망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자들의 생각을 읽어라
투자시장은 부자들이 선도한다. 따라서 부자들의 생각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개인 부자는 약 16만3000명(2012년 말 기준)으로 추정된다. 2011년의 14만2000명에 비해 15% 증가한 것으로 한국 부자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부자들은 유용한 투자수단으로써 여전히 부동산을 1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 노후준비 방법으로도 부자의 66.4%는 부동산을 꼽았다. 반면 일반인은 18.9%만 부동산을 노후준비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
부자들은 정기적으로 임대소득이 얻어지는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을 선호하는 투자대상으로 지목했다. 임대소득이 나오는 부동산도 물가상승에 따라 임대료가 올라가면 매매가격도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후행적으로 시세차익이 얻어진다.
또한 요즘은 아파트의 임대방식에도 전세가 아닌 월세 비중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거래된 전월세아파트 가운데 월세 비중은 34.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과 생활비의 전반적인 상승에 따라 월세가 올라가게 되면 투자금액 대비 수익률이 상승해 후행적으로 매매가격이 올라가게 되므로 시세차익이 얻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저가 주택에서만 월세 거래가 이뤄졌지만 근래에는 중대형주택으로 확산됐다. 필자의 지인은 평생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한 후 그동안 주거하던 신도시의 중대형아파트를 보증금 1억원·월세 180만원에 임대를 내놓았다. 그리고 지인 부부는 서울시내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퇴직금 및 연금과 더불어 아파트의 월세까지 생활비에 보탬이 돼 비교적 여유있게 살고 있다.
인기지역의 중대형아파트 중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17.12㎡는 3분기 실거래 전월세가격이 보증금 1억원·월세 500만원으로, 수익률이 실거래매매가 17억원 대비 연 3.8%다. 강남구 삼성동의 롯데캐슬프리미어 전용 121.93㎡는 3분기 전월세 실거래가가 보증금 1억원·월세 360만원으로 수익률이 실거래매매가 14억2000만원 대비 연 3.3%다.
소형아파트 경우 노원구 상계동에서 노원역 더블 역세권에 위치한 주공4단지 전용 58.01㎡의 3분기 전월세 실거래가는 보증금 3000만원·월세 60만원으로 매매가 2억4500만원 대비 연 3.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강남권 고가 중대형아파트 가격이 몇년새 크게 하락해 강북 중소형아파트와 임대수익률이 같은 수준이 된 것이다. 2010년 10월부터 올 5월까지 국토교통부의 서울 아파트 보증부월세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85㎡ 초과 중대형아파트의 평균 월세가격은 강남구 202만원, 서초구 174만원, 광진구 167만원, 성동구 137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 평균은 146만원이다.
실수익률은 취등록세, 재산세 등을 감안하면 줄어들지만 어차피 금융자산도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특히 금융종합소득과세 기준이 강화된 만큼 부자의 경우 금융자산 소득에 대한 실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가격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이 얻어지지 않더라도 안정된 임대수익을 올리는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은행예금보다 더 낫다고 여길 수도 있다. 만약 매매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상대적으로 임대수익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는 하방경직성이 가능해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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