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특명
금융지주사들이 내년 리스크 전략으로 대출 쏠림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대출편중 리스크를 분산함으로써 부실위험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또 우량기업과 시장전망이 밝은 산업분야에 자금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기업과 개인의 부실대출에 대해서는 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선제적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리스크 관리 강화에 돌입한 이유는 손실의 최소화가 곧 손익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임보혁 신한금융 리스크관리 상무와 이기범 KB금융 리스크관리 전무, 이남희 우리금융 리스크관리 상무를 통해 3개 그룹사의 구체적인 내년 리스크 전략을 들어봤다.
임보형 신한금융 리스크관리 상무, 이기범 KB금융 리스크관리 전무, 이남희 우리금융 리스크관리 상무(왼쪽부터)
임보형 신한금융 리스크관리 상무, 이기범 KB금융 리스크관리 전무, 이남희 우리금융 리스크관리 상무(왼쪽부터)

- 내년 리스크 전략은?

임보혁 상무(이하 임보혁)= 내년 전략의 전반적인 흐름은 올해처럼 긍정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대출편중 리스크와 기업·개인 부실채권을 줄이는 데는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출 쏠림현상을 막는 일이다. 동양과 STX그룹 사태를 상기해보자. 만약 한두개 은행이 이들(부실) 대기업에 대출을 지원했다면 지금쯤 적자를 면키 힘들었을 것이다. 재무학적으로 보면 투자의 기본은 분산이다. 대출쏠림도 마찬가지다. 특정분야에 대출자금을 쏟지 않고 여행과 태양광, 제조업 등 시장 전망이 밝은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대출지원을 해나갈 예정이다.

이기범 전무(이하 이기범)= 내년에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는 신용손실 관리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기업의 상환능력과 신용평가 개선, 여신 포트폴리오를 질적으로 개선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조기경보발령시스템을 통해 가계대출이나 소호대출의 부실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고 손실 흡수여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 특히 잠재부실이 높거나 부실여신비율이 높은 곳은 사전적 클린(Clean)화 작업을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두번째 전략은 리스크와 수익, 성장 등 3가지 균형을 갖춘 최적의 포트폴리오 구성이다. 우량여신을 위주로 자산 건전성을 높이겠다.

이남희 상무(이하 이남희)= 자산클린화를 통한 건전성 개선에 집중하겠다. 올해 진행 중인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 신속하게 정상화 또는 회수를 추진하고, 회수 가능성이 없는 여신은 조기에 매각을 추진해 건전성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대출편중 리스크 방지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거액편중여신 운용기준을 마련해 일정금액 이상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초과 업체는 금융지주가 정한 적정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100억원 이상 기업은 '라지 익스포저(Large Exposure) 관리기준'을 도입해 과도한 신용공여를 제한하도록 하겠다. 또 선제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자구노력을 유도해 거액 여신이 부실로 전이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 기업·개인금융이 위축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남희= 우리금융은 정부정책에 맞춰 기업과 서민금융 지원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해만 해도 30개 주채무 계열 중 11개 계열의 주채권은행으로 기업금융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고 기업 대출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금융상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신용도가 높은 기업에 자금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물론 재무상태와 건전성이 낮은 기업들은 대출지원이 다소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발전 가능성 및 아이디어가 좋은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을 계속할 방침이다.

임보혁= 편중리스크와 (기업과 개인의) 부실채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해서 대출을 더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경제시장을 볼 때 자금지원이 필요한 곳은 많다. 한쪽에 쏠렸던 자금을 다른 기업에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오히려 분산투자를 통해 기업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서민대출 지원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정부가 소비자금융보호 강화정책으로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어서다. 서민금융 지원정책에 따라 우리도 공조해 나가겠다.

- 내년 금융경제 전망을 어떻게 보나.

이기범=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심화되고 가계부채 증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대내외 위험 요소가 곳곳에 잠재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사정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여신악화 우려와 저금리로 예대 마진 축소, 비이자 수익 하락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금융의 자산성장 축소로 어쩌면 올해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여신자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위험관리 전략을 만들 계획이다.

임보혁= 정부기관과 경제연구소에서 나온 전망치를 보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국내경기가 조금씩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소비가 더 늘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제도 긍정적이다. 유럽 경제가 좋아지고 있고 중국도 경제성장률 연 7%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환경이 긍정적이다 보니 국내경기도 점진적으로 호조세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리스크 관리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남희=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내년에도 저금리·저성장으로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예대마진 축소 등 은행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불확실한 리스크를 조기에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인 것 같다. 다만 기업들의 구조조정 이슈가 내년에는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