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줌마가 아니죠. 주위에서는 대단한 아줌마로 통합니다." …
 
시간선택제 일자리(이하 시간제 일자리)로 IBK기업은행에 입사한 김명진 계장에게 복귀 이후 주위의 반응을 묻자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이같이 대답했다. 지난 9월 IBK기업은행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일종의 모험과도 같았다. 시간제일자리가 과연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사 이후 2개월이 지난 현재, IBK기업은행의 시간제일자리 사례는 대내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회사 내부에서는 "역시 베테랑 근무자들은 다르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업무평가가 상당히 좋다"며 "근로자 대부분이 오랜 경력을 가진 직원들이라 적응도 빨랐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 IBK기업은행, 시간제 근로자 109명 채용
 
IBK기업은행의 시간제일자리에 채용된 근로자들은 과거 은행권에서 근무하다 출산·육아 등으로 퇴직하고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대다수다. 이들은 하루 4시간 반일제 근무형태로 근무한다. 주 근무지는 공단 인근 등 유동인구가 많은 영업점과 특정 시간대에 한꺼번에 고객이 몰리는 지점, 전화상담이 많은 고객센터 등이다.
 
시간제 근로자는 은행권에서 피크타임에만 고용하는 피크타임텔러와는 근로조건이 확연히 다르다. 피크타임텔러의 경우 계약직으로 채용되기 때문에 정규직에 준하는 복지혜택은커녕 급여수준도 낮은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에 채용된 시간제 근로자는 59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며 복지혜택 등 모든 근로조건이 8시간 근무하는 일반직 근로자와 동일하다. 4대 보험은 물론 자녀 학자금 지원도 받게 된다. 연봉은 무기계약직 초봉의 절반 수준인 1600만원(월 130만원 이상)으로 호봉제가 적용되며 매년 일정규모 이상씩 오른다. 또한 육아 등 가정생활에 무리가 없도록 근무시간도 해당 부서 및 영업점과 협의해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시간제 근로자 채용은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여 만족도를 높이고 근로자에게는 은행 경력을 되살려 일과 가정을 병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체돼 있는 여성 고용률 향상을 위해 시간제일자리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 신한은행, 2016년까지 500명 채용 계획
 
신한은행도 시간제 근로자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1월18일 신한은행은 입출금 및 제신고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제 리테일서비스직(Retail Service, 이하 시간제 RS직) 채용계획을 밝혔다.
 
시간제 RS직은 기존 전일제 직원과 동등한 수준의 복리후생 혜택을 적용받는다. 오후 4시간 근무하는 형태로 정년이 보장되며 근로시간에 비례한 연봉, 중식대와 교통비를 지급받게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시간제 RS직 채용을 결정했고 육아 및 가사를 위해 퇴직한 금융권 경험이 있는 여성인력들이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제 RS직이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고객서비스 향상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내년 상반기에 200명, 2015년 200명, 2016년 100명 수준으로 총 500여명의 시간제 RS직을 채용할 계획이다.

 Interview/ 김명진 IBK기업은행 평촌 아크로타워지점 계장
"꾸준한 자기계발이 합격 비결이에요"
 
김명진 계장(38)은 지난 9월 IBK기업은행 평촌 아크로타워지점으로 입행한 배테랑 시간제 근로자다.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채용된 김 계장은 목소리부터 남달랐다.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와 정제된 표정은 오랜기간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으로부터 나왔다.

김 계장은 다른 은행에서 15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당시 셋째아이를 갖고 만삭이 되자 육아를 감당할 길이 막막해 은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여유를 되찾을 때쯤 이전에 일했던 은행 지점장으로부터 하프타이머로 근무하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김 계장은 하프타이머로 2년간 근무하면서 비정규직으로서의 서러움을 겪었다고 말한다. 계약기간 2년이 지나자 계속 근무하기 힘들었고 정규직에 비해 임금도 턱없이 낮았다.

따라서 IBK기업은행의 시간제일자리 채용공고는 그에게 빛나는 기회로 보였다. 채용 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현재 예금상담 및 전산작업 등 지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예전에 다니던 은행과 전산처리나 규정이 조금씩 달랐지만 금세 익숙해졌어요. 직원들도 잘 챙겨줘서 흡족합니다. 하프타이머로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이 앞으로 시간제일자리 채용계획 발표가 나면 먼저 알려달라고 성화예요.(웃음)"
 
마지막으로 그는 시간제일자리를 준비하는 구직자들에게 "꾸준한 자기계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심 분야나 전공분야에 대해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저 또한 재취업을 위해 관련 자격증 취득이나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그런 것이 합격의 비결이었거든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