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공부도 좋지만 미각을 깨우는 일이 먼저..
맛집 블로그 ‘쟈스마니가 사는 세상’ 장수민
강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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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보는 게 좋겠느냐”는 질문 대신 “어느 냉면집에서 만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1년에 두 번 이상은 전국 냉면 투어를 다닐 만큼 또 하루 한 끼 이상은 반드시 냉면을 먹을 만큼 면 요리를 사랑한다.
▲ 쟈스마니가 사는 세상 장수민씨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1년에 스무 집 가까이 다녀요. 갔던 집에 또 가는 경우까지 합하면 한 달 내내 냉면만 먹는다고 얘기해도 넘치지 않을 겁니다(웃음).”
음식도 맛도, 결국은 얼마만큼 어떻게 정리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한 시대의 문화와 역사로 남을지, 언젠간 잊힐 한때 트렌드에 그칠지의 문제가 달렸다.
몇 해 전 상해 출장 때는 변변한 냉면집을 찾지 못해 비행기를 타고 연변까지 날아가기도 했다. 밀면이든 메밀면이든 뭐든 좋다. 어떠한 재료로 면을 뽑았든 면에서 은은하게 올라오는 향과 고유의 식감이 좋으니까.
◇ 내 사랑 냉면
쟈스마니를 만난 건 '봉피양' 강남 본점에서다. “어느 냉면 집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참이나 고민하는 듯했다. “최근 좋아하게 된 냉면집은 '능라'인데, 부천 '삼도갈비' 냉면도 제법 수준급이 돼가는 것 같아 한 번 더 방문해보고 싶고….”
◇ 내 사랑 냉면
쟈스마니를 만난 건 '봉피양' 강남 본점에서다. “어느 냉면 집이 좋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참이나 고민하는 듯했다. “최근 좋아하게 된 냉면집은 '능라'인데, 부천 '삼도갈비' 냉면도 제법 수준급이 돼가는 것 같아 한 번 더 방문해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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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에 그가 선택한 곳은 '봉피양'이다. 어쨌거나 맛은 철저히 보장된 곳이니 그저 맛있게 먹으며 대화를 나누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어릴 적부터 면을 즐겨 먹었다. 주로 밀면 혹은 메밀막국수나 함흥식 냉면이었다. 물에 푹 빠트린 국수 가락을 후루룩 빨아들여 삼켜 먹는 재미가 좋았다.
평양냉면이나 막국수와 같은 메밀 면을 작정하고 먹으러 다니기 시작한 건 4년 전부터다. 단순한 기호를 떠나 냉면을 맛보고 느끼는 데 필요한 미각을 최대한 열고 싶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한 공부도 하고 싶었다.
“1년에 스무 집 가까이 다녀요. 갔던 집에 또 가는 경우까지 합하면 한 달 내내 냉면만 먹는다고 얘기해도 넘치지 않을 겁니다(웃음).”
최근에는 경기도 성남의 '능라'와 경기도 부천의 '삼도갈비'를 자주 간다. 처음부터 대단한 냉면을 내기 보다는 갈수록 메밀 면의 부드러운 자태와 중독성 있는 육수의 밸런스를 제대로 갖춰가고 있는 집들이다.
'우래옥'이나 '봉피양'이 터줏대감이라면 이 두 곳은 기린아(麒麟兒)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어떠한 스타일의 육수가 좋은지, 메밀 함유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보통 냉면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어떠한 스타일의 육수가 좋은지, 메밀 함유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보통 냉면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정답은 없다”였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데 필요한 건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과 최대한 열린 미각이다. 식재료 본연의 냄새까지 즐길 수 있는 정도라면 더욱 감사한 일이다. 먹는 일을 두고 분석부터 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맛은 찾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이니까.
“간혹 육수는 육수대로, 면은 면대로 장단점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이들을 볼 때가 있어요. 음식을 먹고 난 후에 과연 그들의 혀엔 어떠한 맛이 남았을지 궁금해요. 냉면은 그저 한
그릇 맛있게, 훌훌 먹으면 되는 음식인데.” 그래서 그는 육수 따로, 면 따로 분석하기보다 ‘한 그릇’이 풍기는 아우라와 완성도에 집중하는 편이다.
◇ 미각을 열고 깨우는 일
주문한 냉면이 나왔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 몇 컷을 내리찍더니 그는 빠른 시간 안에 냉면 그릇을 말끔하게 비웠다. “참 잘 만든 냉면”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 미각을 열고 깨우는 일
주문한 냉면이 나왔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 몇 컷을 내리찍더니 그는 빠른 시간 안에 냉면 그릇을 말끔하게 비웠다. “참 잘 만든 냉면”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음식 공부도 좋지만 그 전에 둔한 입맛과 닫혀 있는 미각을 열고 깨우는 일부터 해야 한다. 맛은 입이 하는 일이지 머리가 하는 일은 아니다. 음식은 무조건 경험해야 한다.
어떤 음식이든 다양하게 먹어보고 느껴야 한다. 그 다음 필요한 자료를 찾고 재료의 특성들을 공부해나가는 것이 좋다.
다행히 그는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부산 출신이라 신선한 해산물의 촉감과 냄새를 깨우쳤고, 어릴 적 한식당을 운영했던 모친 덕에 ‘우리네 어머니’의 제대로 된 손맛도 일찌감치 알았다.
게다가 장인어른과 장모가 이북 출신이라 가자미식해나 명태순대 등의 이북음식들도 제사나 명절 때마다 접할 수 있었다. “최대한 많이 먹어보고 경험할 수 있으니 복이라면 복이죠. 어떤 것이 좋은 식재료인지, 어떠한 맛이 ‘원형’에 가까운 맛인지를 이론이 아닌 경험과 입으로 배운 덕에 저절로 공부가 된 셈이에요.”
그는 개고기를 제외하곤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사업가는 개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미신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일 뿐이다).
사업상 해외 출장이 잦아 각 나라의 현지 음식을 먹을 때가 많은데 입맛에 맞지 않아 일부러 한식당을 찾는다거나 가방 안에서 주섬주섬 컵라면을 꺼내는 일은 없다. 각국의 식재료를 만나는 일이나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조리된 요리를 접하는 경험을 언제나 재밌다.
“향신료 음식도 좋아해요. 고수도 곧잘 먹고요. 더러는 비누나 화장품 맛이 난다고 해서 싫어하지만.”
◇ 음식의 기원? 이젠 차곡차곡 정리해나갈 때!
1년에 두 번은 전국 음식 투어를 다닌다. 냉면마니아다 보니 대부분의 여행 주제가 ‘면’일 때가 많지만, 가급적 각지의 향토음식들을 많이 접하려고 한다. 많이 알려진 대박 맛집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집들을 고르는 편이다.
◇ 음식의 기원? 이젠 차곡차곡 정리해나갈 때!
1년에 두 번은 전국 음식 투어를 다닌다. 냉면마니아다 보니 대부분의 여행 주제가 ‘면’일 때가 많지만, 가급적 각지의 향토음식들을 많이 접하려고 한다. 많이 알려진 대박 맛집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집들을 고르는 편이다.
유명세를 등에 업고 음식의 본질보다 손님몰이에만 치중하는 곳보다는 유명하진 않더라도 좋은 음식을 꾸준히 내는 집이 더 좋다.
친한 블로거들과의 오프라인 모임도 자주 가진다. 재철 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으며 좋아하는 술도 한 잔씩 마시고, 또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식으로 이어졌으니 음식에 관한 이야깃거리도 무궁무진하다.
만나면서 음식과 맛에 관련된 논쟁은 없을까. “음식에 대한 호불호는 항상 갈렸고 입맛의 기준도 각기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수록 다름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죠. 의견을 나누는 게 재미있고 좋은 거지, 논쟁은 불필요한 거 아닌가요. 재밌자고 시작한 일인데 죽
자고 달려드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웃음).”
간혹 ‘음식은 팩트Fact’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정확한 근거와 기원을 내세우며 그 기준에 맞으면 옳은 음식이요, 다르면 틀린 음식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글쎄요. 누구나 좋아하는, 혹은 싫어하는 보편적인 입맛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음식에 정확한 사실관계나 기원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양한 설(說)들만 있을 뿐이죠. 이제는 설에서만 그칠 게 아니라 조금씩 정리를 해나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다수의 의견이나 공공연한 설들은 인정하자는 뜻이에요. 일본은 1000년이 되기 전부터 음식에 대한 기원이나 문화를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도 그렇게 할 필요성이 있어요. 세기가 지나고 후대에 가서도 ‘이러이러한 설만 있을 뿐, 정확한 근거라고는 할 수 없다’라고 할 건 아니잖아요?”
음식도 맛도, 결국은 얼마만큼 어떻게 정리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한 시대의 문화와 역사로 남을지, 언젠간 잊힐 한때 트렌드에 그칠지의 문제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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