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두면 오른다' 아직도 믿나요?
공식 깨진 부동산 '투자의 법칙'
차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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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2008년 결혼하며 신혼집을 마련한 권지용씨(가명·35). 그는 '집은 무리를 해서라도 사는 게 남는 것'이라는 부모님의 조언을 듣고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고정금리(연 5.6%)로 2억원을 대출받아 '내 집'을 장만했다. 당시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79m²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3억 2000만원. 하지만 권씨는 지금 부모님의 조언이 원망스럽다. 현재 권씨가 구입한 아파트의 가격이 2억3000만원으로 하락했기 때문.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은행에 갚아나가고 있는 금액은 매달 100만원이 넘는다. 그는 통장에서 은행이자가 빠져나가는 월급날마다 자신의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2. 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김영미씨(가명·54). 김씨는 뉴스에서 부동산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골치가 아프다. 지난 2009년 지인의 추천을 통해 투자 목적으로 일산 식사지구에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그녀는 자신이 모아둔 1억5000만원에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후 2억원에 전세를 놓고 이 돈으로 다시금 인근에 2억5000만원 가량의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물론 1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았다. 그녀가 사들인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현재 매매가는 2억4000만원, 1억8000만원대로 각각 하락했다. 그녀는 오피스텔 구입 때 받은 1억원 대출이자로 매달 60만원을 은행에 낸다. 이를 오피스텔에서 받는 월세로 충당하고 월 2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투자한 원금 가운데 1억5000만원은 이미 다 까먹고 현재 3000만원 적자 상태다. 4년만에 1억8000만원이라는 손실이 생겼다.
▲사진=머니투데이DB
이처럼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과거 상식처럼 통하던 '투자의 법칙'들이 줄줄이 깨지고 있다.
◆ 변화하는 주택 투자불문율
부동산 투자. 한때 사놓기만 해도 값이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가장들에게는 든든한 재태크 수단이었다. 집값은 오르기만 한다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오래지 않다. 아파트 가격은 좀처럼 올라갈 생각을 하질 않는데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고 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은 연일 '최고', '최다'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낙찰가율은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경매물건은 역대 최다량이 쏟아졌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82%다. 싼값에 집을 구하려는 입찰자들이 몰리면서 입찰경쟁률 역시 7.4대 1에 이른다. 지난 1월(74.1%, 5.5대 1)과 비교해도 크게 오른 수준이다.
경매시장의 거래량을 의미하는 낙찰률 역시 42.5%에 이른다. 낙찰률은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줄곧 40%대를 밑돌았지만 4·1 대책 발표 이후 40%대를 넘어섰다. 취득세 감면이 종료된 6~7월 잠시 주춤했지만 8월 이후 다시 40%를 넘어섰다. 반면 담보대출을 감당하지 못한 하우스푸어들의 고통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전월 대비 28% 증가한 3024건으로, 통계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최다량이다. 이 같은 경매물건 증가는 하우스푸어가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파주·김포 등 2기 신도시에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투자자들이 부동산 침체를 겪으며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부동산=투자' 인식 깨졌다
내 집을 갖고 최소 한번씩은 부동산 투자를 탐낼 법한 중산층도 부동산은 더 이상 투자수단이 될 수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3미래주택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공급 99㎡이상 면적에 사는 35~69세의 자가(내 집) 소유주 1015명을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 10가구 중 2가구(21.1%)만 부동산에 투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자는 2년전(33.5%)대비 12.4%포인트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같은기간 예·적금 투자자는 14.3%포인트 늘었다. 펀드 투자자는 6.1%포인트 줄었다. 부동산 투자자 중에서도 토지 투자자 비중은 2년전 16.4%에서 올해 6.5%로 절반이상 줄었다. 아파트에 투자했다는 가구는 45.3%를 차지했지만 2년 전(54.5%)대비 9.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민간임대사업 붐을 반영한 듯 다세대·빌라 투자자 비중은 6.5%에서 25.2%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토지와 아파트는 향후 투자 의향이 있는 부동산 상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없었다. 토지에 투자할 예정인 가구 비중은 9.4%에서 3.3%로 2011년 대비 3분의1토막이 났다. 아파트 투자 예정자 비중은 26.1%에서 7.4%포인트 떨어져 2년 전의 70%수준이었다.
보통 아파트 중심의 주택투자는 매매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투자매력이 떨어지면서 매매거래와 맞물리는 이사수요도 매년 꾸준히 줄고 있다. 이사를 계획한 가구 비중은 2009년 34.8%를 찍은 뒤 매년 줄어 올해 20.6%에 머물렀다.
그나마 이사를 할 가구 중에서도 투자가 아닌 ‘거주 목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1년 94.9%에서 올해는 97.1%까지 올랐다. 이사를 계획한 사람들이 인식하는 집값도 2년새 떨어져 얼어붙은 주택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이사를 계획한 가구가 인식하는 현재 주택시가는 2011년 당시 평균 6억2390만원에서 올해 5억1460만원으로 1억원 이상 내렸다. 이들 가구가 희망하는 향후 주택가격도 2년 전엔 평균 5억415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4억9090만원으로 5000만원가량 빠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산층에게 이처럼 부동산투자의 매력이 없어진 이유 중 하나로 예비투자자들의 ‘깡통주택’ 트라우마를 들었다. 2000년대 중반 잔뜩 낀 부동산 거품이 터져 하우스 푸어가 된 사람들을 눈앞에서 본 이들이 지금도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수요가 투자법칙 바꿔
전세시장으로만 쏠리는 수요도 투자법칙들을 바꿔놓고 있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의 비율)이 60%에 육박하면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활기를 띤다는 ‘전세가율 60% 법칙’은 대표적 투자 상식이었지만 이제는 틀린 말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7월 말 기준 58.9%로 60%에 육박하고 있지만 매매가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매매 수요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입주 초기 새 아파트 전셋값이 싸다’는 공식도 사라졌다. 과거에는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의 경우 전세 물량이 많이 나와 상대적으로 싸게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입주 전부터 수요가 몰리면서 새 아파트 전세도 비싸긴 매한가지다. 서울의 경우 2013년 입주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64.8%로 서울의 전체 아파트 평균(55.5%)보다 오히려 높았다.
실제로 과거에는 전세 가격이 올라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어느 특정 시점까지 좁혀지면 매매 수요가 늘었다. 대출을 끼더라도 집을 사두면 향후 집값이 오를 경우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데다 경기도 불안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별로 없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집값 상승과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투자가 아닌 ‘실거주’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2. 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김영미씨(가명·54). 김씨는 뉴스에서 부동산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골치가 아프다. 지난 2009년 지인의 추천을 통해 투자 목적으로 일산 식사지구에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 화근이 됐다. 그녀는 자신이 모아둔 1억5000만원에 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후 2억원에 전세를 놓고 이 돈으로 다시금 인근에 2억5000만원 가량의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물론 1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았다. 그녀가 사들인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현재 매매가는 2억4000만원, 1억8000만원대로 각각 하락했다. 그녀는 오피스텔 구입 때 받은 1억원 대출이자로 매달 60만원을 은행에 낸다. 이를 오피스텔에서 받는 월세로 충당하고 월 2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투자한 원금 가운데 1억5000만원은 이미 다 까먹고 현재 3000만원 적자 상태다. 4년만에 1억8000만원이라는 손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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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과거 상식처럼 통하던 '투자의 법칙'들이 줄줄이 깨지고 있다.
◆ 변화하는 주택 투자불문율
부동산 투자. 한때 사놓기만 해도 값이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가장들에게는 든든한 재태크 수단이었다. 집값은 오르기만 한다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오래지 않다. 아파트 가격은 좀처럼 올라갈 생각을 하질 않는데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고 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은 연일 '최고', '최다'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낙찰가율은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경매물건은 역대 최다량이 쏟아졌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82%다. 싼값에 집을 구하려는 입찰자들이 몰리면서 입찰경쟁률 역시 7.4대 1에 이른다. 지난 1월(74.1%, 5.5대 1)과 비교해도 크게 오른 수준이다.
경매시장의 거래량을 의미하는 낙찰률 역시 42.5%에 이른다. 낙찰률은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줄곧 40%대를 밑돌았지만 4·1 대책 발표 이후 40%대를 넘어섰다. 취득세 감면이 종료된 6~7월 잠시 주춤했지만 8월 이후 다시 40%를 넘어섰다. 반면 담보대출을 감당하지 못한 하우스푸어들의 고통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전월 대비 28% 증가한 3024건으로, 통계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최다량이다. 이 같은 경매물건 증가는 하우스푸어가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파주·김포 등 2기 신도시에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투자자들이 부동산 침체를 겪으며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부동산=투자' 인식 깨졌다
내 집을 갖고 최소 한번씩은 부동산 투자를 탐낼 법한 중산층도 부동산은 더 이상 투자수단이 될 수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3미래주택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공급 99㎡이상 면적에 사는 35~69세의 자가(내 집) 소유주 1015명을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 10가구 중 2가구(21.1%)만 부동산에 투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자는 2년전(33.5%)대비 12.4%포인트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같은기간 예·적금 투자자는 14.3%포인트 늘었다. 펀드 투자자는 6.1%포인트 줄었다. 부동산 투자자 중에서도 토지 투자자 비중은 2년전 16.4%에서 올해 6.5%로 절반이상 줄었다. 아파트에 투자했다는 가구는 45.3%를 차지했지만 2년 전(54.5%)대비 9.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민간임대사업 붐을 반영한 듯 다세대·빌라 투자자 비중은 6.5%에서 25.2%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토지와 아파트는 향후 투자 의향이 있는 부동산 상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없었다. 토지에 투자할 예정인 가구 비중은 9.4%에서 3.3%로 2011년 대비 3분의1토막이 났다. 아파트 투자 예정자 비중은 26.1%에서 7.4%포인트 떨어져 2년 전의 70%수준이었다.
보통 아파트 중심의 주택투자는 매매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투자매력이 떨어지면서 매매거래와 맞물리는 이사수요도 매년 꾸준히 줄고 있다. 이사를 계획한 가구 비중은 2009년 34.8%를 찍은 뒤 매년 줄어 올해 20.6%에 머물렀다.
그나마 이사를 할 가구 중에서도 투자가 아닌 ‘거주 목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1년 94.9%에서 올해는 97.1%까지 올랐다. 이사를 계획한 사람들이 인식하는 집값도 2년새 떨어져 얼어붙은 주택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이사를 계획한 가구가 인식하는 현재 주택시가는 2011년 당시 평균 6억2390만원에서 올해 5억1460만원으로 1억원 이상 내렸다. 이들 가구가 희망하는 향후 주택가격도 2년 전엔 평균 5억415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4억9090만원으로 5000만원가량 빠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산층에게 이처럼 부동산투자의 매력이 없어진 이유 중 하나로 예비투자자들의 ‘깡통주택’ 트라우마를 들었다. 2000년대 중반 잔뜩 낀 부동산 거품이 터져 하우스 푸어가 된 사람들을 눈앞에서 본 이들이 지금도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수요가 투자법칙 바꿔
전세시장으로만 쏠리는 수요도 투자법칙들을 바꿔놓고 있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의 비율)이 60%에 육박하면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활기를 띤다는 ‘전세가율 60% 법칙’은 대표적 투자 상식이었지만 이제는 틀린 말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7월 말 기준 58.9%로 60%에 육박하고 있지만 매매가는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매매 수요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입주 초기 새 아파트 전셋값이 싸다’는 공식도 사라졌다. 과거에는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의 경우 전세 물량이 많이 나와 상대적으로 싸게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입주 전부터 수요가 몰리면서 새 아파트 전세도 비싸긴 매한가지다. 서울의 경우 2013년 입주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64.8%로 서울의 전체 아파트 평균(55.5%)보다 오히려 높았다.
실제로 과거에는 전세 가격이 올라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어느 특정 시점까지 좁혀지면 매매 수요가 늘었다. 대출을 끼더라도 집을 사두면 향후 집값이 오를 경우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데다 경기도 불안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별로 없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집값 상승과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꺾이면서 투자가 아닌 ‘실거주’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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