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테이퍼링 드디어 시작… 희망 혹은 절망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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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세계 경제와 증권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맴돌았던 양적완화 축소(이하 테이퍼링)가 드디어 무대에 등장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현재 월 850억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새해부터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RB는 17~18일간 진행된 FOMC회의에서 내년 1월부터 국채 450억달러를 400억달러로, MBS(모기지담보증권) 또한 400억달러에서 350억달러로 각각 50억달러씩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골칫거리 현실화에 증시 '환호'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나온 지난 5월. 증권시장에서는 그동안 양적완화 축소를 통해 세계적으로 진행되던 '유동성 파티'가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지난 2008년 시작된 1차 양적완화, 2010년 시작된 2차 양적완화, 그리고 지난해 시작된 3차 양적완화까지. 지난 5년간 글로벌 시장에 풀려나온 자금은 3조달러(한화 약 3181조원)가 넘는다.
유동성 파티가 끝나면 시장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7개월간의 걱정은 기우였을까. 정작 이번 발표 이후 뉴욕증시는 급등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18일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292.71포인트(1.84%) 급등한 1만6167.97로 마감했고, S&P500지수는 29.65포인트(1.66%) 오른 1810.65, 나스닥 종합지수는 46.38포인트(1.15%) 뛴 4070.06으로 마감했다.
지난 5년간 증권시장을 이끌어온 ‘돈 잔치’가 슬슬 그 끝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보다도 ‘불확실성’이 감소했다는 점과 미국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FRB가 공언한 것이 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적었던 양적완화 축소 규모와 경기부양을 지속하겠다는 버냉키의 연설, 상승의 발목을 잡았던 불확실성의 해소 측면에서 (미국)시장에 큰 악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국내시장 영향은 ‘제한적’
FRB의 테이퍼링 결정과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려가 컸던 것은 신흥국에 대거 투자됐던 자금들이 선진국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증시에는 큰 영향이 없는 상태다. 12월19일 코스피는 뉴욕증시 급등의 영향을 받아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에 전거래일 대비 22.39포인트(1.13%) 오른 1997.02까지 급등하는 등 강세를 나타냈으나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전날보다 1.02포인트 오른 1975.6로 마감했다.
선진국의 자금이 빠져나간다면 국내 증시의 급락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FRB의 테이퍼링 결정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FRB의 테이퍼링이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국채 수급 상황을 보면 연준의 국채 매입 축소에도 실질적인 수급은 오히려 개선됐다. 따라서 금리가 짧은 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은 낮으며 주가 역시 통화정책 불확실성 완화로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과 낮은 재고부담을 고려하면 실물경제도 양호한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천정훈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되레 테이퍼링의 실시 이후 안도랠리(안도속에 상승 패턴을 지속하게 되는 것)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 애널리스트는 “지난 6월 FRB는 양적완화 축소 고려요인으로 고용,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의 개선을 제시했다”면서 “12월 현재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나머지 요인들은 상당부분 충족됐으며, 결국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한 것은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지난 11월 실업률은 2008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7%로 하락했고, 11월 비농업부문의 신규고용이 20만3000명 증가하는 등 고용회복이 빨라지고 있다.
◆ 향후 관전 포인트는 ‘환율’
앞으로 시장에서 관전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환율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허진욱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차 양적완화의 축소시기가 시장의 예상(1월 혹은 3월)보다 다소 앞당겨졌으나, 축소의 충격은 이미 상당부분 금융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내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FRB의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되고, 장기금리의 상승세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화 강세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달러화 가치와 금리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TIPs(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로 불리는 일부 아시아 국가의 경우 달러화 강세와 미국 금리상승 영향으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화폐를 빌려 고금리의 자산을 매입하는 거래)자금의 추가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테이퍼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면서 “다만 문제는 엔화 약세 폭의 확대”라고 밝혔다.
테이퍼링 개시 결정 이후 엔화가 1% 이상 절하되면서 달러당 104엔대로 진입했는데, 향후 테이퍼링의 추가 확대 가능성과 일본의 추가 부양책 실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엔화의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로 인해 글로벌 자금이 국내 시장보다는 일본 주식시장을 선호하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현재 월 850억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새해부터 7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RB는 17~18일간 진행된 FOMC회의에서 내년 1월부터 국채 450억달러를 400억달러로, MBS(모기지담보증권) 또한 400억달러에서 350억달러로 각각 50억달러씩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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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칫거리 현실화에 증시 '환호'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나온 지난 5월. 증권시장에서는 그동안 양적완화 축소를 통해 세계적으로 진행되던 '유동성 파티'가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지난 2008년 시작된 1차 양적완화, 2010년 시작된 2차 양적완화, 그리고 지난해 시작된 3차 양적완화까지. 지난 5년간 글로벌 시장에 풀려나온 자금은 3조달러(한화 약 3181조원)가 넘는다.
유동성 파티가 끝나면 시장에서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7개월간의 걱정은 기우였을까. 정작 이번 발표 이후 뉴욕증시는 급등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18일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292.71포인트(1.84%) 급등한 1만6167.97로 마감했고, S&P500지수는 29.65포인트(1.66%) 오른 1810.65, 나스닥 종합지수는 46.38포인트(1.15%) 뛴 4070.06으로 마감했다.
지난 5년간 증권시장을 이끌어온 ‘돈 잔치’가 슬슬 그 끝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보다도 ‘불확실성’이 감소했다는 점과 미국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FRB가 공언한 것이 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적었던 양적완화 축소 규모와 경기부양을 지속하겠다는 버냉키의 연설, 상승의 발목을 잡았던 불확실성의 해소 측면에서 (미국)시장에 큰 악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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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시장 영향은 ‘제한적’
FRB의 테이퍼링 결정과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려가 컸던 것은 신흥국에 대거 투자됐던 자금들이 선진국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증시에는 큰 영향이 없는 상태다. 12월19일 코스피는 뉴욕증시 급등의 영향을 받아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에 전거래일 대비 22.39포인트(1.13%) 오른 1997.02까지 급등하는 등 강세를 나타냈으나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전날보다 1.02포인트 오른 1975.6로 마감했다.
선진국의 자금이 빠져나간다면 국내 증시의 급락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FRB의 테이퍼링 결정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FRB의 테이퍼링이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미국 국채 수급 상황을 보면 연준의 국채 매입 축소에도 실질적인 수급은 오히려 개선됐다. 따라서 금리가 짧은 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은 낮으며 주가 역시 통화정책 불확실성 완화로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과 낮은 재고부담을 고려하면 실물경제도 양호한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천정훈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되레 테이퍼링의 실시 이후 안도랠리(안도속에 상승 패턴을 지속하게 되는 것)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 애널리스트는 “지난 6월 FRB는 양적완화 축소 고려요인으로 고용,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의 개선을 제시했다”면서 “12월 현재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나머지 요인들은 상당부분 충족됐으며, 결국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한 것은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지난 11월 실업률은 2008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7%로 하락했고, 11월 비농업부문의 신규고용이 20만3000명 증가하는 등 고용회복이 빨라지고 있다.
◆ 향후 관전 포인트는 ‘환율’
앞으로 시장에서 관전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환율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허진욱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차 양적완화의 축소시기가 시장의 예상(1월 혹은 3월)보다 다소 앞당겨졌으나, 축소의 충격은 이미 상당부분 금융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내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FRB의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되고, 장기금리의 상승세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화 강세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달러화 가치와 금리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TIPs(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로 불리는 일부 아시아 국가의 경우 달러화 강세와 미국 금리상승 영향으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화폐를 빌려 고금리의 자산을 매입하는 거래)자금의 추가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테이퍼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면서 “다만 문제는 엔화 약세 폭의 확대”라고 밝혔다.
테이퍼링 개시 결정 이후 엔화가 1% 이상 절하되면서 달러당 104엔대로 진입했는데, 향후 테이퍼링의 추가 확대 가능성과 일본의 추가 부양책 실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엔화의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로 인해 글로벌 자금이 국내 시장보다는 일본 주식시장을 선호하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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