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에 떨고 있나…'건설 M&A 잔혹사' 언제까지
시장침체에 너도나도 '절레절레'
김병화 기자
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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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산건설의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기대를 모았던 건설사 M&A가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건설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M&A 잔혹사'는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옥석 가리기에 매달리다 건설사 줄도산 사태를 맞는다면 서민경제 근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경고한다. 시장의 흐름을 바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M&A 악몽 다시 재현되나
벽산건설은 지난달 30일 아키드컨소시엄(이하 아키드)과 M&A 투자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아키드가 벽산건설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키드는 벽산건설 인수를 위한 대금 600억원 가운데 계약금 60억원을 납부한 채 잔금 540억원을 남겨두고 있었다. 법원이 27일까지 대금을 납부할 것을 최종 통보했지만 아키드는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 결국 M&A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아키드가 납입한 계약금 60억원도 몰수됐다.
A건설사 관계자는 “회생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었던 M&A가 무산됨에 따라 벽산건설은 앞날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상장폐지 가능성도 커졌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더라도 앞으로 M&A를 준비 중인 건설사들에게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닐 것”이라며 “건설사 M&A 악몽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M&A 잔혹사 이유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 이내 건설사들 중 18개사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워크아웃·법정관리 상태인 기업은 언제든 M&A시장에 나올 수 있다.
현재 법정관리 중인 국내 건설사는 ▲쌍용건설 ▲벽산건설 ▲STX건설 ▲극동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한일건설 ▲LIG건설 ▲남양건설 ▲우림건설 등 총 10개사다. 또 ▲금호산업 ▲경남기업 ▲고려개발 ▲진흥기업 ▲신동아건설 ▲삼호 ▲동일토건 ▲동문건설 등 8개 건설사는 워크아웃 상태다.
이 중 쌍용건설·벽산건설·남광토건·동양건설산업 등은 M&A시장에 매물로 나오며 재무개선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특히 쌍용건설은 지난해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인 ‘M+W’, 홍콩계 시행사 시온, 국내기업 이랜드 등과 5차례나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모두 불발로 끝났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관계자는 “해외 기업과 은행 간의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던 것이 이유였다”면서 “추후 법정관리가 진행돼 재무적인 부분이 보안된다면 해외사업에 강점이 있는 만큼 M&A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양건설산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노웨이트 컨소시엄이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해 매각이 무산됐다. 같은해 9월과 10월 다시 M&A를 추진했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지난해에만 무산된 입찰이 무려 4차례다.
남광토건 역시 지난해 8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M&A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법정관리 중인 LIG건설은 지난해 8월 매각에 나섰지만 단 한곳의 투자자도 나오지 않으며 M&A가 무산된 바 있다.
이처럼 유독 건설사 M&A가 연거푸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경기악화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가 가장 큰 이유다.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경영이 악화된 중소형 건설사들은 너도나도 M&A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수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누구 하나 인수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을 인수할 만한 대기업들조차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인 B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도 제 코가 석자인데 다른 건설사를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금호그룹도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휘청거렸는데 우리라고 다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건설사 M&A가 득은 없고 실만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호그룹은 지난 2006년 6조4000억원을 쏟아 부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하지만 무리한 입찰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후유증만 겪다가 산업은행에 대우건설을 넘겨주고 말았다.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한 웅진그룹도 재무상태가 악화돼 지난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상태인 C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M&A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 성공사례가 나와 줘야 인수자들이 나설 것인데 좋지 못한 사례만 나오고 있다”며 “이처럼 건설사 M&A가 실패하게 되면 국내 건설사들은 곧 반토막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4년도 먹구름, 정부가 나서야
갑오년 새해가 밝았지만 올해도 건설사 M&A 잔혹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한 이유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올해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만큼 건설사 M&A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의 위기극복도 녹록지 않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각에선 국내 건설사 규모가 반토막 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 대표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가운데 마지막 희망인 M&A조차 어렵다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본격적인 건설사 옥석가리기가 시작된다는 것인데 더욱 큰 문제는 협력업체 및 하청업체들의 줄도산”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쌍용건설이 부도를 피하지 못할 경우 1400여개의 하청업체들도 줄줄이 폐업 공포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민 경제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옥석가리기도 좋지만 살릴 수 있는 건설사는 살려야만 하는 이유다.
D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를 비롯해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더 이상 땜질식 처방에 그치지 말고 부동산시장을 근본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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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악몽 다시 재현되나
벽산건설은 지난달 30일 아키드컨소시엄(이하 아키드)과 M&A 투자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아키드가 벽산건설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키드는 벽산건설 인수를 위한 대금 600억원 가운데 계약금 60억원을 납부한 채 잔금 540억원을 남겨두고 있었다. 법원이 27일까지 대금을 납부할 것을 최종 통보했지만 아키드는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 결국 M&A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아키드가 납입한 계약금 60억원도 몰수됐다.
A건설사 관계자는 “회생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었던 M&A가 무산됨에 따라 벽산건설은 앞날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상장폐지 가능성도 커졌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더라도 앞으로 M&A를 준비 중인 건설사들에게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닐 것”이라며 “건설사 M&A 악몽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M&A 잔혹사 이유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 이내 건설사들 중 18개사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워크아웃·법정관리 상태인 기업은 언제든 M&A시장에 나올 수 있다.
현재 법정관리 중인 국내 건설사는 ▲쌍용건설 ▲벽산건설 ▲STX건설 ▲극동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한일건설 ▲LIG건설 ▲남양건설 ▲우림건설 등 총 10개사다. 또 ▲금호산업 ▲경남기업 ▲고려개발 ▲진흥기업 ▲신동아건설 ▲삼호 ▲동일토건 ▲동문건설 등 8개 건설사는 워크아웃 상태다.
이 중 쌍용건설·벽산건설·남광토건·동양건설산업 등은 M&A시장에 매물로 나오며 재무개선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특히 쌍용건설은 지난해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인 ‘M+W’, 홍콩계 시행사 시온, 국내기업 이랜드 등과 5차례나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모두 불발로 끝났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관계자는 “해외 기업과 은행 간의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던 것이 이유였다”면서 “추후 법정관리가 진행돼 재무적인 부분이 보안된다면 해외사업에 강점이 있는 만큼 M&A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양건설산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노웨이트 컨소시엄이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해 매각이 무산됐다. 같은해 9월과 10월 다시 M&A를 추진했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지난해에만 무산된 입찰이 무려 4차례다.
남광토건 역시 지난해 8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M&A를 추진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법정관리 중인 LIG건설은 지난해 8월 매각에 나섰지만 단 한곳의 투자자도 나오지 않으며 M&A가 무산된 바 있다.
이처럼 유독 건설사 M&A가 연거푸 실패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경기악화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가 가장 큰 이유다.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경영이 악화된 중소형 건설사들은 너도나도 M&A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수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누구 하나 인수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을 인수할 만한 대기업들조차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인 B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도 제 코가 석자인데 다른 건설사를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금호그룹도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휘청거렸는데 우리라고 다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건설사 M&A가 득은 없고 실만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호그룹은 지난 2006년 6조4000억원을 쏟아 부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하지만 무리한 입찰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후유증만 겪다가 산업은행에 대우건설을 넘겨주고 말았다.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한 웅진그룹도 재무상태가 악화돼 지난해 초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상태인 C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M&A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 성공사례가 나와 줘야 인수자들이 나설 것인데 좋지 못한 사례만 나오고 있다”며 “이처럼 건설사 M&A가 실패하게 되면 국내 건설사들은 곧 반토막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4년도 먹구름, 정부가 나서야
갑오년 새해가 밝았지만 올해도 건설사 M&A 잔혹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한 이유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올해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만큼 건설사 M&A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의 위기극복도 녹록지 않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각에선 국내 건설사 규모가 반토막 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 대표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가운데 마지막 희망인 M&A조차 어렵다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본격적인 건설사 옥석가리기가 시작된다는 것인데 더욱 큰 문제는 협력업체 및 하청업체들의 줄도산”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쌍용건설이 부도를 피하지 못할 경우 1400여개의 하청업체들도 줄줄이 폐업 공포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민 경제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옥석가리기도 좋지만 살릴 수 있는 건설사는 살려야만 하는 이유다.
D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를 비롯해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정부는 더 이상 땜질식 처방에 그치지 말고 부동산시장을 근본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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