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뿐'을 만들려면
I♥100세…웰에이징/ 나이듦에 대한 심리적 준비
박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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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00만명을 넘어섰으며 206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중 40.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50년 뒤에는 국민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란 의미다.
이에 따라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나 복지 등을 논의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은퇴 후 자산관리 등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노년이 됐을 때 느낄 심리적 충격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방비한 상태다. 급증하고 있는 노인들의 자살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의 10만명당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2013년 기준 지난 5년간 하루 평균 11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누구에게나 노년은 찾아온다. 거스를 수 없는 진리지만 우리는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며 살아가다 어느 순간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당혹스러워 한다. 노년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거목 고 스키너 박사는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란 책에서 삶이 황혼으로 접어드는 시기를 가리켜 '노년이라는 낯선 나라'라고 표현했다. 이는 이민을 계획하는 사람이 다른 나라의 기후나 역사, 생활양식 등을 잘 파악한 후 준비하면 새로운 생활이 즐거운 것처럼 노년에 대한 준비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 웰에이징의 첫걸음, '내려놓기'
노년기란 젊은 세대에겐 먼 훗날로 치부되고 은퇴가 가까워지는 중·장년층에겐 그저 막막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노년기에는 육체적 노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에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쉬웠던 일들이 하나 둘씩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스키너 박사는 노인이 된 느낌에 대해 '먼지 낀 안경을 쓰고 귀를 솜으로 틀어막은 뒤 커다랗고 무거운 신을 신고 장갑을 낀 채 하루를 보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감각은 무뎌지고 오롯이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게 되면 누구나 무기력해질 것이다. 심하면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노화를 인정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저술한 이근후 이화여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나이가 들어가는 현상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100원을 가진 사람이 '100원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0원이라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조언했다.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차이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다섯가지 방법론인 'S.M.A.R.T 에이징(Aging)'을 제시했다.
◆ 행복한 노년의 키워드…'S.M.A.R.T 에이징'
S는 단순함을 뜻하는 심플(Simple)이다. 사고를 단순화시키라는 의미다. 마음이 불편한 것은 마음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집착이나 망상이 많아지는데 복잡한 생각을 정돈하고 단순화시키면 정신도 건강해질 수 있다.
M은 무브(Move)다. 나이가 들수록 움직여야 함을 뜻한다. 물론 나이와 체력의 한계가 있지만 자신의 상황에 맞게 움직이라는 것. 이 교수는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나이가 듦에 따라 근육의 20~40%가 감소하지만 근육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실제 근력이 그만큼 저하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운동하고 관리하면 필요한 만큼의 근력을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
A는 감성을 말하는 아티스틱(Artistic)다. 여기서의 감성은 오감을 통해 느끼는 감정들을 말한다. 예컨대 노인은 재미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봐도 젊은이에 비해 늦게 반응한다. 이는 인생을 사는 동안 수많은 경험으로 인해 감성이 무뎌진 탓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계속 감성을 유발하는 대상을 접하는 수밖에 없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음악회나 갤러리 등 감성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례로 최근 뇌과학계는 뇌가 쓸수록 좋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솔크의학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나이와 상관없이 공부를 계속할 경우 해마의 신경세포가 증식한다. 나이가 들수록 뇌의 다른 부위는 6% 정도 위축될 뿐이지만, 전두엽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29%나 위축된다. 이렇게 되면 삶의 의욕이나 생기가 줄어들고 희로애락의 감정마저 무뎌져 마치 식물인간처럼 퇴화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지속적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공부해 신경회로를 증식시켜야 한다.
R은 릴랙스(Relax)다.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다. 은퇴 전엔 매일 쫓기듯 살아왔으니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즐기라는 의미다. 시간은 많지만 할 일을 찾기 어렵다면 유익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아무일도 하지 않고 보내면 즐겁게 보낼 시간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즐겼던 취미활동을 하기 힘들다면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는 것이 좋다. 지역사회마다 노년층을 위한 다양한 문화체육 강좌 및 친교모임이 활성화돼 있고 재료비만 부담하면 거의 무료에 가까운 교육프로그램들도 다양하다.
T는 함께 나눔을 의미하는 투게더(Together)다. 나눔이라고 하면 보통 금전적인 기부를 생각하기 쉬운데 돈 외에도 나눌 수 있는 것이 많다. 자신의 재능(해왔던 일)을 기부하는 것은 물론 타인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노인이 되면 스스로 자신을 무능하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하고 나누는 것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또한 좋은 사람들과의 어울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아름다운 나이 듦을 위한 방법의 핵심은 노화에 따른 육체적·심리적 문제에 대해 과감히 정면으로 부딪쳐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를 '인생 이모작'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에게 맞는 인생 계획을 통해 누구나 죽을 때까지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315·3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에 따라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나 복지 등을 논의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은퇴 후 자산관리 등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노년이 됐을 때 느낄 심리적 충격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방비한 상태다. 급증하고 있는 노인들의 자살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의 10만명당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2013년 기준 지난 5년간 하루 평균 11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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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후 이화여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
누구에게나 노년은 찾아온다. 거스를 수 없는 진리지만 우리는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며 살아가다 어느 순간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당혹스러워 한다. 노년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거목 고 스키너 박사는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란 책에서 삶이 황혼으로 접어드는 시기를 가리켜 '노년이라는 낯선 나라'라고 표현했다. 이는 이민을 계획하는 사람이 다른 나라의 기후나 역사, 생활양식 등을 잘 파악한 후 준비하면 새로운 생활이 즐거운 것처럼 노년에 대한 준비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 웰에이징의 첫걸음, '내려놓기'
노년기란 젊은 세대에겐 먼 훗날로 치부되고 은퇴가 가까워지는 중·장년층에겐 그저 막막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노년기에는 육체적 노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에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쉬웠던 일들이 하나 둘씩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스키너 박사는 노인이 된 느낌에 대해 '먼지 낀 안경을 쓰고 귀를 솜으로 틀어막은 뒤 커다랗고 무거운 신을 신고 장갑을 낀 채 하루를 보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감각은 무뎌지고 오롯이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게 되면 누구나 무기력해질 것이다. 심하면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노화를 인정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저술한 이근후 이화여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나이가 들어가는 현상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100원을 가진 사람이 '100원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0원이라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조언했다.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차이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다섯가지 방법론인 'S.M.A.R.T 에이징(Aging)'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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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
◆ 행복한 노년의 키워드…'S.M.A.R.T 에이징'
S는 단순함을 뜻하는 심플(Simple)이다. 사고를 단순화시키라는 의미다. 마음이 불편한 것은 마음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집착이나 망상이 많아지는데 복잡한 생각을 정돈하고 단순화시키면 정신도 건강해질 수 있다.
M은 무브(Move)다. 나이가 들수록 움직여야 함을 뜻한다. 물론 나이와 체력의 한계가 있지만 자신의 상황에 맞게 움직이라는 것. 이 교수는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나이가 듦에 따라 근육의 20~40%가 감소하지만 근육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실제 근력이 그만큼 저하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운동하고 관리하면 필요한 만큼의 근력을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
A는 감성을 말하는 아티스틱(Artistic)다. 여기서의 감성은 오감을 통해 느끼는 감정들을 말한다. 예컨대 노인은 재미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봐도 젊은이에 비해 늦게 반응한다. 이는 인생을 사는 동안 수많은 경험으로 인해 감성이 무뎌진 탓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계속 감성을 유발하는 대상을 접하는 수밖에 없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음악회나 갤러리 등 감성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례로 최근 뇌과학계는 뇌가 쓸수록 좋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솔크의학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나이와 상관없이 공부를 계속할 경우 해마의 신경세포가 증식한다. 나이가 들수록 뇌의 다른 부위는 6% 정도 위축될 뿐이지만, 전두엽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29%나 위축된다. 이렇게 되면 삶의 의욕이나 생기가 줄어들고 희로애락의 감정마저 무뎌져 마치 식물인간처럼 퇴화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지속적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공부해 신경회로를 증식시켜야 한다.
R은 릴랙스(Relax)다.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다. 은퇴 전엔 매일 쫓기듯 살아왔으니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즐기라는 의미다. 시간은 많지만 할 일을 찾기 어렵다면 유익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아무일도 하지 않고 보내면 즐겁게 보낼 시간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즐겼던 취미활동을 하기 힘들다면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는 것이 좋다. 지역사회마다 노년층을 위한 다양한 문화체육 강좌 및 친교모임이 활성화돼 있고 재료비만 부담하면 거의 무료에 가까운 교육프로그램들도 다양하다.
T는 함께 나눔을 의미하는 투게더(Together)다. 나눔이라고 하면 보통 금전적인 기부를 생각하기 쉬운데 돈 외에도 나눌 수 있는 것이 많다. 자신의 재능(해왔던 일)을 기부하는 것은 물론 타인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노인이 되면 스스로 자신을 무능하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하고 나누는 것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또한 좋은 사람들과의 어울림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아름다운 나이 듦을 위한 방법의 핵심은 노화에 따른 육체적·심리적 문제에 대해 과감히 정면으로 부딪쳐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를 '인생 이모작'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에게 맞는 인생 계획을 통해 누구나 죽을 때까지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315·3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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