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향은 기분을 좋게 한다. 술은 조였던 긴장감을 풀어 준다. 흔히 ‘힐링’이라고 하는 것. 허브와 술은 전혀 다르면서도 통하는 바가 많다. 그리고 이들은 향기로 가치를 말한다.

◆향기로운 볼거리, 허브 아일랜드

‘힐링’과 ‘허브’는 딱 붙는 느낌이다. ‘힐링’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전부터 ‘허브’ 하면 ‘심신 안정’이란 효능이 따라붙곤 했는데, 이들은 꽤 잘 통하는 단어들이다. 향이 주는 효과도 좋지만 허브 화초와 각종 제품들은 행복감을 줄만큼 ‘팬시한’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허브 아일랜드는 마음이 확 풀어지는 곳이다. 이곳은 13만평 부지에 생활 속의 허브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차장을 중심으로 허브 체험 숙소와 허브아일랜드가 나뉘는데, 인공폭포를 시작으로 허브정원과 식물원, 체험거리가 펼쳐진다.

추억의거리
추억의거리

우선은 박물관을 보는 것이 전체를 이해하는 데 가장 좋겠다. 문을 열면 진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허브향이 이곳이 어디인지를 말해준다. 입구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는데 웬 주머니를 어깨 위에 하나씩 걸치고 있다. 허브 쑥찜질 체험이다. 온열기에서 꺼낸 찜질팩 하나를 받아 좋은 냄새를 맡으며 추위에 언 몸을 녹인다. 그대로 앉아 허브 관련 동영상을 보고 있자면 몸이 노곤하게 데워지며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찜질팩의 온기가 꽤 오래가는 편이다.

박물관은 긴 통로처럼 되어 있는데 허브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역사관, 아로마테라피관, 도서관, 차관, 유물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국내외 약초사전이 전시돼 있는 것을 보며 새삼 깨닫는다. ‘그러니까 우리 한약도 허브인 셈이네!’ 아니나 다를까. 약탕기며 화로, 약장, 약사발 등 한약 도구들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 최초의 녹차생산·포장 기계인데 지금도 작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 녹차도 허브티의 일종이네? 생각해 보면 허브 아닌 게 없다. 한국의 파, 마늘이 서양의 바질이고 후추고 레몬글라스다. 허브를 이용한 압화, 인형, 쿠션, 식초, 차, 비누, 화장품 등 놀이, 인테리어, 미용, 식품까지 생활 속에 빠지는 게 없다. 허브박물관에는 이런 것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꽃과 식물을 만지는 사람들은 언제나 힐링 중이어서일까? 작은 것 하나하나 놓임새나 표현이 편안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이밖에도 허브 아일랜드의 식물원에서는 세계 각국의 꽃과 나무, 허브를 둘러보고 힐링센터에서는 본격적으로 허브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당나귀체험, 가루초만들기 체험, 곤돌라 타기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있다.

허브아일랜드 불빛동화축제
허브아일랜드 불빛동화축제

◆여행자를 위한 맞춤 힐링

허브아일랜드는 테마가 다양하다. 베네치아, 트레비 분수, 지중해, 프로방스 등 거리마다 할 것도 많고 멈춰서 사진 찍느라 시간이 잘 간다. 게다가 요즘은 불빛동화축제가 한창이다. 산속정원, 300m의 핑크빛 소원터널, 산타 마을 등 환상적인 불빛의 정원이 밤마다 펼쳐진다.

이 축제를 즐기려면 해 지기 한두시간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일몰 직전의 푸르스름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하나씩 켜지는 불빛을 감상하고, 완전히 검게 변한 하늘 아래 화려한 빛 그림을 즐긴다. 한두시간 만에 다른 세상이 된 듯한 판타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4월까지는 불빛동화축제를 볼 수 있으니 연인과의 데이트건 가족 나들이건 한번쯤 계획해 보는 것도 좋겠다.

추억의 거리도 재미있다. 허브 아일랜드에 웬 뜬금없는 옛 거리가 있냐고 할지 모르지만, 공주풍 아름다움에 하루 종일 손발이 오글거렸을 아빠들이나 중년 세대들은 이곳에서 신바람이 난다.

7080 세대의 유년시절을 재현한 이 거리는 이야기 거리가 많다. 한약방, 옥이상회, 다방, 만화방, 사진관, 교실 등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들려줄 말도 많다. 문구점에서 ‘쫀드기’와 ‘아폴로’를 사 먹고, 사진관 그림 앞에 똑바로 앉아 옛날식으로 사진 한방을 찍고, 다방에 가서 LP판의 흘러간 노래를 신청한다. 이곳에선 쿰쿰한 골목 냄새가 아로마 효과다. 추억의 냄새로 힐링을 누려본다.

산사원
산사원

◆술이 익어가는 산사원

산사원은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술도가다. 이곳은 크게 야외와 실내로 나눌 수 있는데, 이곳 산사원을 가장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바깥에 늘어서 있는 술독이다. 세월랑…. 400여개의 커다란 술독 사이로 걷노라면 향기로운 술냄새가 풍겨온다. 술독은 술 담근 시기와 주종을 적어놓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전시용 빈 독이 아니라 650리터짜리 술독에 55도짜리 증류주가 익어가는 중이다. 술꾼들이야 당장 뚜껑을 열고 싶겠지만 향을 맡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취기가 돈다. 이렇게 ‘술독미로’를 빠져 나오면 산사 정원이 펼쳐지고, 운치 있는 한옥이 몇채 있다. 150년 된 쌀 창고를 옮겨와 지은 부안당, 소쇄원의 광풍곽을 본떠 지은 취선각, 2층에서 보면 세월랑과 정원이 시원하게 보이는 우곡루 등 술향으로 취한 마음을 잠시 해장하기 좋다.

산사원 전시실은 벨을 눌러야 입장할 수 있다. 1층에서 시작해 지하로 내려오는 구조도 특이하고, 오랜 세월 수집하고 사용해 온 전시물들이라 보는 맛이 남다르다. 100년 전에 사용하던 냉장고는 문갑을 닮았고, ‘김씨부인 양주기’로는 전통주 만드는 법을 확실히 마스터 할 수 있겠다. 전시관 어딘가에 써있기를 술도가가 포천에 자리잡은 이유는 물이 좋아서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 먹는 음식들이 다 맛있는 게 이 때문인가 보다. 위층에는 전시물 이외에도 가양주 체험실이 있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면 술지게미로 만든 과자를 안주 삼아 여러가지 술들을 시음해 볼 수 있다.

허브 향이든, 술 향이든 취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우리의 감각과 감성과 감정이 모두 건강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포천은 물과 공기가 맑아 더 쉽게 취할 수 있겠다. 경직됐던 몸과 맘을 조금은 풀고 올 수 있는 꽤 유용한 곳이다.


[여행 정보]

● 허브 아일랜드 가는 법
[승용차]
동부간선도로 - ‘의정부, 태릉, 강릉’ 방면으로 좌측방향 - 동부간선도로 - ‘의정부, 월계1교’ 방면으로 우측방향 - 마들지하차도 신곡고가, 금신로 ‘의정부과학도서관, 경기도청북부청사, 의정부우체국’ 방면으로 우회전 추동로 ‘포천, 성모병원’ 방면으로 좌회전 천보로 - ‘포천, 노인전문동두천병원, 국도3호선우회도로’ 방면으로 우회전 - 호국로 - 한내사거리에서 ‘전곡’ 방면으로 좌회전 - 포천로 - 하심곡사거리에서 ‘연천, 청산’ 방면으로 좌회전 - 청산로 - 허브아일랜드, 포천삼정초등학교’ 방면으로 우회전

[대중교통]
센트럴시티터미널 - 포천시외버스터미널 - 57번 버스 - 삼정1리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허브아일랜드: 검색어 ‘허브아일랜드’ /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청신로 947번길 36
산사원: 검색어 ‘산사원’ /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 512

< 여행 주요정보 >
허브 아일랜드
http://www.herbisland.co.kr / 070-4801-0351
개장시간(동절기): 월~목요일 오전 11시 오후 9시
금요일 오전 11시 ~ 오후 10시
토요일 오전 9시 ~ 오후 11시
일요일 오전 9시 ~ 오후 10시
입장료: 일반 6000원 / 37개월~중학생, 국가유공자, 노인, 장애우 4000원
별빛동화축제: 2014년 4월 30일까지(주말만 개장 및 점등)
허브마켓: 허브제품구매 http://herbisland.co.kr/shop.php / 031-555-6494

산사원
http://www.sansawon.co.kr / 031-531-9300
개장시간: 오전 8시30분 ~ 오후 5시30분
입장료: 성인 2000원 / 40명이상 단체 1000원 / 미성년자 무료
가양주 빚기 교육: 2인 이상 / 가양주 탁·약주 빚기 3만원 / 가양주 과실주 빚기 4만5000원
월~토요일 오전 10시 ~ 12시 / 오후 2시 ~4시

< 음식 >
아테네홀레스토랑: 허브아일랜드에서 연회장·회의장·결혼식이나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이자 레스토랑이다. 모든 음식에 허브를 첨가해 맛이 신선하고 깔끔하며 단체 행사 예약 시엔 더 많은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허브정식 1만6000원 / 허브날치알밥 1만원 / 허브비빔밥 8000원
031-535-1174
허브빵가게: 허브아일랜드 내 추억의 거리 입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일 굽는 200여 종의 허브빵과 산책할 때 하나씩 꺼내 먹는 마늘스틱이 유명하다.
마늘스틱 4000원 / 031-535-7245
허브카페: 허브아일랜드 내 위치하고 있으며 꽃차와 아이스크림, 피자, 커피, 와플 등을 맛볼 수 있다.
꽃차 6000원 / 아이스크림 와플 1만5000원 / 허브피자 1만5000원~1만8000원
031-535-6493
초가집: 산사원 근처 보리밥 집으로 보리밥 정식과 순두부, 모두부 등 시골밥상이 푸짐하고 맛있다.
보리밥 7000원 / 청국장 6000원 / 두부전골 2만~2만5000원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화현리 654-1 / 031-533-0966

< 숙박 >
허브체험펜션: 허브아일랜드의 허브힐링센터에서 운영한다. 청산에 위치한 허브아일랜드 체험 펜션으로 시크릿프랑스, 동화나라, 허브 등 세가지 테마가 있다. 숙박 시 허브 입욕용품을 제공하며 객실에서 자연스럽게 아로마테라피를 체험하게 된다.
http://www.herbhealingcenter.co.kr
예약전화: 1644-1997 (오전 10시~오후 9시)
객실요금: 15만~78만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