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후약방문'도 잘 못쓰는 금융당국
성승제 기자
4,225
공유하기
![]() |
▲성승제 기자 |
최근 논란이 된 것은 텔레마케팅(TM) 영업금지 철회다. 금융감독원은 개인정보 유출사고 수습을 위해 3월 말까지 금융사의 TM영업을 중단토록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다시 이달 말부터 허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TM 종사자들의 생계문제 논란이 불거지자 감독당국이 불과 열흘 만에 말을 번복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금융당국을 두고 '졸속행정'의 끝을 달리고 있다고 비아냥거린다.
문제는 감독당국의 탁상행정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1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지난해 동양사태 이후 정부와 여론 눈치보기식 정책으로 시장에 적잖은 혼란을 준 바 있다. 특히 동양사태 때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부처 간 협력체제와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어 투자자들의 피해를 더 키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물론 감독당국 입장에서 보면 어느정도 이해는 된다. 금융사에서 대규모 사고가 터지면 정부가 가장 먼저 책임을 묻는 곳이 금융감독당국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당시 수장은 아니었지만 관련 책임자 대부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동양사태 때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사상 최대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터진 만큼 감독당국 수장이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라면 포퓰리즘이라도 마다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주먹구구식으로 즉흥적인 정책을 펼치다가는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졸속행정은 당장의 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르나, 후에는 기름통에 불을 붙이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책에 대한 부작용을 고스란히 금융권이 떠안는 것도 문제다. 이미 녹초가 된 상황에서 더 비판을 받게 되면 이는 곧 기업위축으로 되돌아오고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시각에 따라서는 금융권이 가해자이면서 한편으로는 피해자일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는 단순히 금융권과 고객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간의 신뢰와 소통이 있어야 우리 국민들도 편안해질 수 있다.
금융은 나라 경제의 근간이다. 금융이 무너지면 국내 경제는 살아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당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감독당국 스스로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졸속행정이 아닌,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후약방문이라도 잘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한달여간 '비난의 화살'을 받아온 카드사가 앞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소는 잃었더라도 외양간이나마 잘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