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벤자’ , 기본기 장착한 '달리는 휴게실'
[시승기] 절묘한 크로스오버에 유니크한 매력
노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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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 알면 알수록 '진국'이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듬직하고 친절한 매력을 갖췄다. 한대라도 더 팔아야 하는 업체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세상에 자랑하기보단 나만 알고 싶은 그런 친구다. 그래도 소개해야 한다면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 ‘벤자’. 벌써 국내 출시 3년차지만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지, 낱낱이 살펴봤다.
◆도로 위 휴게실이 따로 없네
처음 벤자를 만나면 절묘한 외관에 먼저 시선을 뺏기게 된다. 앞모습은 전고가 약간 높은 승용차 같은 느낌이지만, 뒷모습은 웨건이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분명 SUV의 풍채를 갖추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rossover Utility Vehicle, CUV)이라는 말에 걸맞은 디자인을 갖춘 게 벤자가 아닐까. 다만 토요타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만한 특징적인 요소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사실 벤자는 일본어로 ‘편히 앉을 수 있는 휴게실’을 뜻하는 ‘편좌’(便坐, べんざ)와 발음이 같다. 이름에서부터 자신이 지닌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듯하다. 편안함은 벤자의 최대 강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부터 벤자의 강점은 바로 느껴진다. 일반 SUV처럼 발판을 딛고 올라설 필요도, 세단처럼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필요도 없는 적당한 차체 높이 덕분에 편안한 승하차가 가능하다.
LED 인디케이터가 적용된 옵티트론 클러스터(계기판)는 렉서스 차량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것으로 시인성으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정평이 나있다. 다만 속도계 안쪽으로 MPH로도 속도표시를 해놓은 점은 국내사양을 고려해 출시 당시 없앴다면 더 깔끔했을 듯하다. 반대로 레버타입으로 운전대 아래쪽에 적용한 크루즈컨트롤은 사용이 많지 않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맞은 선택으로 보인다.
운전석 쪽으로 알맞게 기울어진 센터페시아도 벤자의 친절함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보통 센터콘솔 앞으로 자리하는 기어변속기가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1열 수납공간을 넓게 활용하려는 의도 같다. 센터페시아와 콘솔박스로 이어지는 중앙라인에는 아이디어 넘치는 수납공간들이 펼쳐진다.
센터페시아 중앙 USB/AUX 단자 바로 위쪽에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음향기기를 놓을 수 있는 거치대가 자리한 점이 가장 눈에 띄면서도 실용성이 높았다. 콘솔 안쪽과 연결돼 있어 전원이나 USB단자와 바로 연결이 가능해 별도의 폰 거치대 설치가 필요 없다. DSLR카메라나 노트북이 넉넉히 들어갈 정도로 넓고 깊은 센터 콘솔박스 왼편으로는 태블릿PC 수납공간도 자리해 있다. 가히 수납공간의 천국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위치에 요소요소 자리한 공간들이 편리하게 다가온다.
트렁크는 뒷좌석을 접지 않아도 골프백 4개가 여유롭게 들어간다. 2열 좌석을 접으면 뒷좌석은 트렁크 바닥과 수평면을 이루며 성인 남성도 충분히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선사한다. 스키나 서핑, 자전거 등 레저를 즐기는 이들이 환영할 만한 기능이다.
◆유행보단 기본에 충실한 ‘진국’
운전을 하면서 역시나 아쉬운 점은 연비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데다 차체가 크고 무겁다 보니 실연비는 리터당 6㎞대밖에 실현하지 못한다. 최근 트렌드를 고려해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토요타 브랜드 정책상 앞으로도 디젤모델을 만나볼 확률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또 벤자 자체가 애초부터 미국시장만을 겨냥해 만들어진 차량이고 미국 이외의 국가로는 우리나라가 유일해, 이 부분은 미국시장의 환경에 맞춰졌다는 측면에서 감안해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벤자의 최대 강점인 ‘편안함’은 운전 중에도 계속된다. 최근에는 디젤차량도 소음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운전자의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이나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소음은 아직까지 비교 불허다. 벤자는 차체패널 안쪽에 방음 재질을 적용해 풍절음과 노면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뿐 아니라 토요타 차종 중 최초로 프론트 필러 안에 댐핑 시트를 적용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최대한 막았다.
시승모델인 벤자 3.5 LIMITED의 경우 사륜(2.7 XLE는 전륜)으로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거대한 차체를 탄탄하게 받쳐줘 안정감이 느껴진다. 3500cc V6 듀얼 VVT-i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1kg·m를 실현, 오르막길이나 눈·빗길에서도 힘든 기색 없이 그대로 돌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것’ 그대로의 SUV 감성은 아니다. 낮은 차체에서 오는 안정감은 세단과 비교해서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시내 정속주행 시 더욱 잘 느껴진다.
주행성능과는 무관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운전 당시 불편했던 점은 차체 크기에 비해 작은 사이드미러였다. 시야 확보가 다소 어려워 동석자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다.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준이다. 토요타 라인업 중에선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LIMITED 모델이 5230만원, XLE 모델은 4730만원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캠리와 프리우스를 제외하곤 토요타 브랜드 내에서 대중에게 생소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유니크한 장점도 있지만 다가서기 어려운 측면으로 작용할 터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자신의 편의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수요자에겐 단연 안성맞춤이다. 신형 라브4(RAV4)를 구경하러 왔던 고객들이 벤자를 계약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벤자의 진면목을 알게 된다면 누구든지 관심을 가져볼 만한 ‘알짜’ 차량으로 판단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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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벤자를 만나면 절묘한 외관에 먼저 시선을 뺏기게 된다. 앞모습은 전고가 약간 높은 승용차 같은 느낌이지만, 뒷모습은 웨건이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분명 SUV의 풍채를 갖추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rossover Utility Vehicle, CUV)이라는 말에 걸맞은 디자인을 갖춘 게 벤자가 아닐까. 다만 토요타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만한 특징적인 요소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사실 벤자는 일본어로 ‘편히 앉을 수 있는 휴게실’을 뜻하는 ‘편좌’(便坐, べんざ)와 발음이 같다. 이름에서부터 자신이 지닌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듯하다. 편안함은 벤자의 최대 강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부터 벤자의 강점은 바로 느껴진다. 일반 SUV처럼 발판을 딛고 올라설 필요도, 세단처럼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필요도 없는 적당한 차체 높이 덕분에 편안한 승하차가 가능하다.
LED 인디케이터가 적용된 옵티트론 클러스터(계기판)는 렉서스 차량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것으로 시인성으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정평이 나있다. 다만 속도계 안쪽으로 MPH로도 속도표시를 해놓은 점은 국내사양을 고려해 출시 당시 없앴다면 더 깔끔했을 듯하다. 반대로 레버타입으로 운전대 아래쪽에 적용한 크루즈컨트롤은 사용이 많지 않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맞은 선택으로 보인다.
운전석 쪽으로 알맞게 기울어진 센터페시아도 벤자의 친절함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보통 센터콘솔 앞으로 자리하는 기어변속기가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1열 수납공간을 넓게 활용하려는 의도 같다. 센터페시아와 콘솔박스로 이어지는 중앙라인에는 아이디어 넘치는 수납공간들이 펼쳐진다.
센터페시아 중앙 USB/AUX 단자 바로 위쪽에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음향기기를 놓을 수 있는 거치대가 자리한 점이 가장 눈에 띄면서도 실용성이 높았다. 콘솔 안쪽과 연결돼 있어 전원이나 USB단자와 바로 연결이 가능해 별도의 폰 거치대 설치가 필요 없다. DSLR카메라나 노트북이 넉넉히 들어갈 정도로 넓고 깊은 센터 콘솔박스 왼편으로는 태블릿PC 수납공간도 자리해 있다. 가히 수납공간의 천국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위치에 요소요소 자리한 공간들이 편리하게 다가온다.
트렁크는 뒷좌석을 접지 않아도 골프백 4개가 여유롭게 들어간다. 2열 좌석을 접으면 뒷좌석은 트렁크 바닥과 수평면을 이루며 성인 남성도 충분히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선사한다. 스키나 서핑, 자전거 등 레저를 즐기는 이들이 환영할 만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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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보단 기본에 충실한 ‘진국’
운전을 하면서 역시나 아쉬운 점은 연비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데다 차체가 크고 무겁다 보니 실연비는 리터당 6㎞대밖에 실현하지 못한다. 최근 트렌드를 고려해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토요타 브랜드 정책상 앞으로도 디젤모델을 만나볼 확률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또 벤자 자체가 애초부터 미국시장만을 겨냥해 만들어진 차량이고 미국 이외의 국가로는 우리나라가 유일해, 이 부분은 미국시장의 환경에 맞춰졌다는 측면에서 감안해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벤자의 최대 강점인 ‘편안함’은 운전 중에도 계속된다. 최근에는 디젤차량도 소음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운전자의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이나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소음은 아직까지 비교 불허다. 벤자는 차체패널 안쪽에 방음 재질을 적용해 풍절음과 노면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뿐 아니라 토요타 차종 중 최초로 프론트 필러 안에 댐핑 시트를 적용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최대한 막았다.
시승모델인 벤자 3.5 LIMITED의 경우 사륜(2.7 XLE는 전륜)으로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거대한 차체를 탄탄하게 받쳐줘 안정감이 느껴진다. 3500cc V6 듀얼 VVT-i엔진은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1kg·m를 실현, 오르막길이나 눈·빗길에서도 힘든 기색 없이 그대로 돌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것’ 그대로의 SUV 감성은 아니다. 낮은 차체에서 오는 안정감은 세단과 비교해서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시내 정속주행 시 더욱 잘 느껴진다.
주행성능과는 무관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운전 당시 불편했던 점은 차체 크기에 비해 작은 사이드미러였다. 시야 확보가 다소 어려워 동석자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다.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준이다. 토요타 라인업 중에선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LIMITED 모델이 5230만원, XLE 모델은 4730만원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캠리와 프리우스를 제외하곤 토요타 브랜드 내에서 대중에게 생소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유니크한 장점도 있지만 다가서기 어려운 측면으로 작용할 터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자신의 편의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수요자에겐 단연 안성맞춤이다. 신형 라브4(RAV4)를 구경하러 왔던 고객들이 벤자를 계약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벤자의 진면목을 알게 된다면 누구든지 관심을 가져볼 만한 ‘알짜’ 차량으로 판단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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