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사 병사이다 들이켜다 '뜨끔', 입에서 피가…
식당서 마시던 중 유리파편에 혼비백산… 재활용 음료병 내구성 논란
차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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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사고당시 병뚜껑 개봉과 함께 파손된 병입구 모습. 병뚜껑에 남아 있지 않은 유리 파편 잔해물들은 음료컵과 음료수 병 속으로 혼입됐다. |
식당서 마시던 중 유리파편에 혼비백산… 재활용 음료병 내구성 논란
시중 음식점에 널리 유통되는 국내 최대 음료업체 L사의 '병 사이다'를 주문해 마시던 소비자가 입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해 충격을 안겨줬다.
더욱이 해당 제품에 사용된 유리병은 지난 2008년에 만들어져 수년간 내구성 검증 없이 재활용을 거듭한 것으로 확인돼 국내 음료용 재활용 병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A씨(36)는 지난 17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며 사이다를 주문해 컵에 따라 마시던 중 입에서 피가 흘러나와 혼비백산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입 안에 유리조각들이 박혀 있었다. 그제서야 A씨는 유리병 파편에 입 안과 입술이 베인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사이다 개봉 당시 이렇다할 물리적 충격 없이 병따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직후 병뚜껑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파손된 병 입구 부위의 유리조각들이 박혀있었다. 사이다를 따른 컵과 마시고 남은 사이다 병 속에도 날카롭게 깨진 유리 파편들이 검출됐다.
A씨는 "유리병 파편들이 입에서 식도를 타고 내려갔는지 속이 따끔따끔하고 울렁거리는 등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병원 진료를 정확히 받아봐야 알겠지만 몸에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했다.
A씨의 경우처럼 외부 충격이 전혀 없음에도 음료용 병이 파손되는 것은 오래된 재활용 병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활용 병의 사용기간이나 강도검사 등의 규정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이와 유사한 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음료 제조업체에서는 파손이나 외부접촉 등으로 병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스커핑)이 심하지 않으면 무한적으로 재사용하고 있다. 제조 시점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재활용 병에 대한 법·제도상의 '유통기한' 자체가 없는 셈이다.
실제 본지가 L사 음료 대리점에 보관된 사이다를 확인한 결과 지난 2002년에 제작된 제품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었다.
하지만 해당업체는 유리병 재활용에 대한 정부의 규정이나 지침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소비자 건강권을 해칠 만큼의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유리병 재활용이 환경보호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헤아려달라고 당부했다.
L사 측은 재활용 병을 자체 3단계 시스템에 따라 철저히 관리하고 있어 파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L사에 따르면 유리병이 회수돼 돌아오면 1차로 '파손에 대한 육안 검사'를 실시한 후 2차 '세빙기를 이용한 세척작업'을 거치고, 3차로 '공병검사기(EBI)를 통한 파손 및 이물질 확인 작업'을 실시한다. 아울러 이 3차례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커핑이 기준 이상으로 진행된 병은 자체 기준에 따라 걸러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병의 강도에 대한 조사는 일절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구성이 약해져 병 입구가 깨질 수 있는데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미세한 유리조각이 병 속이나 컵, 입 등을 거쳐 몸 안으로 들어갈 경우 인체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할 소지가 높다.
L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체 검사시스템을 통해 문제가 있는 유리병을 골라내 폐기하고 있다"며 "처음 병을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을 때 강도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지만 재활용 병에 대해서는 강도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과 소통하고 있는 해당 음료 대리점주들은 오래된 유리병 제품에서 사고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본사에서 철저한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사의 한 대리점주는 "주로 4년가량 재활용된 유리병들이 파손돼 소비자의 손과 입술 등이 찢어지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며 "재활용 유리병에 대한 유통기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활용품 관계기관의 한 관계자도 "사실 재활용 병의 내구성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이와 관련한 법규를 만들어야 하지만 국내 사정상 재활용 유리병 유통·관리에 대해서는 업체 자율에 맡기고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재활용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우선이어서 유리병 내구성 관리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재활용 유리병은 정부와 사용업체의 관리·인식 부족으로 소비자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 유리병 파손에 대한 경고 문구를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리병 제품에는 병뚜껑 안에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크기로 파손 경고 문구가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비자를 위한 TIP
☞ 병 제조연식 확인법 = 제품하단 점자로 적힌 맨앞 숫자 두자리를 확인하면 된다. 예컨대 '08 SK2 2'라는 점자가 있다면 맨앞의 '08'이 생산년도를 나타내므로 2008년에 생산됐다는 것을 뜻한다.
☞ 병 제조연식 확인법 = 제품하단 점자로 적힌 맨앞 숫자 두자리를 확인하면 된다. 예컨대 '08 SK2 2'라는 점자가 있다면 맨앞의 '08'이 생산년도를 나타내므로 2008년에 생산됐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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