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만든 옐런의 '세마디'
채원배 특파원의 New York Report
채원배 머니투데이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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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기간(considerable period)', '6개월 정도(around six months)', '한동안(for some time)'.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최근 기준금리 인상시점과 관련해 말한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이 금융시장을 들었다 놨다 했다.
지난달 19일(이하 현지시간) 옐런 의장이 한 '6개월 정도'라는 발언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반면 지난달 31일 '한동안'이라는 발언은 증시에 온기를 불어 넣어줬다.
금융시장이 이처럼 이 단어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이 앞으로 글로벌증시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연준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나선 이후 양적완화 정책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올 하반기중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시장은 연준이 양적완화 종료 후 언제 첫 기준금리인상에 나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준금리인상은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기조가 사실상 끝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기 금리인상 우려에서 벗어나
기준금리와 관련해 연준의 공식적인 입장은 '양적완화 종료 후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옐런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FOMC(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연준은 사실상 제로금리(0~0.25%)인 저금리 기조를 유지키로 하고, 금리인상과 관련한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변경했다. 현재 실업률 목표치인 6.5%를 폐지한 것이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금리결정과 관련해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압력, 기대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상황 등 광범위한 요소들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FOMC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가 종료된 후 6개월 이후에 첫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기간'이 어느 정도 기간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약 6개월 정도'라고 말한 것.
옐런의 6개월 발언은 기준금리 조기인상 우려를 낳았다. 양적완화가 빠르면 올해 가을 종료될 경우 내년 봄 첫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동안 내년 하반기쯤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미국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옐런이 (기자회견을) 한시간 동안 했지만 시장은 6개월 정도라는 단어에만 집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옐런의 이 같은 발언을 놓고 시장에서는 '초보 의장의 말실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 연준 위원들은 잇따라 "옐런 의장의 금리인상 발언이 통화정책 방향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6개월' 발언이 논란을 빚자 옐런 의장은 지난달 31일 경기부양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많은 미국인들은 경기가 회복중임에도 여전히 침체처럼 느끼고 있다"며 "미국경제에 대한 특별한(extraordinary) 지원을 '한동안' 지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고용시장의 부진은 실업을 억제하기 위해 싸운 중앙은행(FRB)의 긴급 지원조치가 상당기간 필요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는 상당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지난달 19일 '양적완화 종료 후 6개월 이후 금리인상' 발언을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옐런이 '美 고용 취약하다'고 보는 5가지 이유
옐런 의장이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5가지다. 시간제근로자 증가, 임금정체, 낮은 이직률, 경제활동 참여율 하락, 실업 장기화 등이다.
옐런 의장은 "풀타임 근무를 원하는 700만명의 인력이 파트타임으로 종사하고 있다"며 "이는 지난 2년간 가파르게 하락해 6.7%로 떨어진 실업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면에서 보면 일부 고용관련 지표는 불황기보다 더 나빠졌다"며 "6개월 또는 1년 이상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의 수는 수십년전 실업률을 산정한 이래 어느 때보다 높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옐런 의장은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했지만 미국경제는 여전히 초저금리와 저소득층을 위한 연준 프로그램 등의 경기부양책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옐런 의장은 "연준의 목표는 실물경제(Main Street)를 돕는 것이지, 월가(Wall Street)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옐런의 경기부양 지속 발언으로 조기 금리인상을 우려한 시장의 불안은 일단 가라앉았다.
이와 관련 브릭클린 드와이어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옐런 의장이 경제가 '상당기간 이례적인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해 상자에서 가능한 모든 비둘기파(온건파)적 카드를 다 꺼냈다"고 분석했다.
더그 코트 ING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 시장전략가는 "옐런 의장은 자신이 조만간 긴축정책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시장이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여전히 고용시장이 취약한 가운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이례적인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한 만큼 시장이 안도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옐런 의장이 시카고 연설에서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지 않음에 따라 조기 금리인상 우려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머스 코스터그 스탠다드차타드(SC) 이코노미스트는 "'6개월' 발언을 명확하게 되돌린 것은 아니다"며 "6개월 발언은 (시장에) 망령처럼 떠돌 것"이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난달 19일(이하 현지시간) 옐런 의장이 한 '6개월 정도'라는 발언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반면 지난달 31일 '한동안'이라는 발언은 증시에 온기를 불어 넣어줬다.
금융시장이 이처럼 이 단어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이 앞으로 글로벌증시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연준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나선 이후 양적완화 정책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올 하반기중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시장은 연준이 양적완화 종료 후 언제 첫 기준금리인상에 나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준금리인상은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기조가 사실상 끝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기 금리인상 우려에서 벗어나
기준금리와 관련해 연준의 공식적인 입장은 '양적완화 종료 후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옐런 의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FOMC(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연준은 사실상 제로금리(0~0.25%)인 저금리 기조를 유지키로 하고, 금리인상과 관련한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변경했다. 현재 실업률 목표치인 6.5%를 폐지한 것이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금리결정과 관련해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 압력, 기대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상황 등 광범위한 요소들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FOMC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가 종료된 후 6개월 이후에 첫 금리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기간'이 어느 정도 기간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약 6개월 정도'라고 말한 것.
옐런의 6개월 발언은 기준금리 조기인상 우려를 낳았다. 양적완화가 빠르면 올해 가을 종료될 경우 내년 봄 첫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동안 내년 하반기쯤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미국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옐런이 (기자회견을) 한시간 동안 했지만 시장은 6개월 정도라는 단어에만 집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옐런의 이 같은 발언을 놓고 시장에서는 '초보 의장의 말실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 연준 위원들은 잇따라 "옐런 의장의 금리인상 발언이 통화정책 방향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6개월' 발언이 논란을 빚자 옐런 의장은 지난달 31일 경기부양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많은 미국인들은 경기가 회복중임에도 여전히 침체처럼 느끼고 있다"며 "미국경제에 대한 특별한(extraordinary) 지원을 '한동안' 지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고용시장의 부진은 실업을 억제하기 위해 싸운 중앙은행(FRB)의 긴급 지원조치가 상당기간 필요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는 상당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지난달 19일 '양적완화 종료 후 6개월 이후 금리인상' 발언을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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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의장이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5가지다. 시간제근로자 증가, 임금정체, 낮은 이직률, 경제활동 참여율 하락, 실업 장기화 등이다.
옐런 의장은 "풀타임 근무를 원하는 700만명의 인력이 파트타임으로 종사하고 있다"며 "이는 지난 2년간 가파르게 하락해 6.7%로 떨어진 실업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면에서 보면 일부 고용관련 지표는 불황기보다 더 나빠졌다"며 "6개월 또는 1년 이상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의 수는 수십년전 실업률을 산정한 이래 어느 때보다 높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옐런 의장은 "연준이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했지만 미국경제는 여전히 초저금리와 저소득층을 위한 연준 프로그램 등의 경기부양책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옐런 의장은 "연준의 목표는 실물경제(Main Street)를 돕는 것이지, 월가(Wall Street)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옐런의 경기부양 지속 발언으로 조기 금리인상을 우려한 시장의 불안은 일단 가라앉았다.
이와 관련 브릭클린 드와이어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옐런 의장이 경제가 '상당기간 이례적인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해 상자에서 가능한 모든 비둘기파(온건파)적 카드를 다 꺼냈다"고 분석했다.
더그 코트 ING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수석 시장전략가는 "옐런 의장은 자신이 조만간 긴축정책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시장이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여전히 고용시장이 취약한 가운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이례적인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한 만큼 시장이 안도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옐런 의장이 시카고 연설에서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지 않음에 따라 조기 금리인상 우려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머스 코스터그 스탠다드차타드(SC) 이코노미스트는 "'6개월' 발언을 명확하게 되돌린 것은 아니다"며 "6개월 발언은 (시장에) 망령처럼 떠돌 것"이라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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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배 머니투데이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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