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식재료 사용, 홈 메이드 콘셉트가 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밥은 천원짜리 음식이었다. 업소에서 서로 눈치 보며 올린 금액이 겨우 삼백원. 부실하고 양이 차지 않아 김밥 한 줄은 한 끼 식사로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 여성 고객은 노란 색소의 단무지를 빼고 먹거나 조미된 밥을 걷어 먹기도 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든든한 ‘엄마표’ 김밥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러던 김밥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단무지 색소가 빠지고 식재료에 들어가는 각종 화학 첨가물은 없어졌다.


밥 양은 줄고 속은 꽉 차고 크기는 커졌다. 가격도 올랐다. 2010년부터 독립점포 형태 매장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작년부터 프랜차이즈로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프리미엄 김밥’이다.


◇ 속을 꽉 채운 ‘건강한’ 김밥이 대세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풍성한 재료로 속을 꽉 채운 ‘고급’ 김밥이 김밥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통 가격은 3000원대부터 시작한다.


인기를 끌고 있는 김밥 브랜드 대부분 ‘건강한’ 식재료 사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색소나 표백제, MSG 등이 들어가 있지 않은 단무지, 청정지역에서 나는 김, 국내산 혹은 기능성 쌀, 나트륨 함량을 줄인 햄이나 소시지 등을 사용하며 식재료 원가가 소비자 가격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편이다.


업계 전문가는 단순히 웰빙을 넘어 식품의 안전성까지 따져보고 먹겠다는 소비자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2012년 6월 초 채널A의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에서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해 김밥을 만들고 있는 착한 식당이 소개됐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김밥 시장의 변화가 그 방송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의견이다.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을 론칭한 (주)죠스푸드 김용억 부장은 “최근 몇 년 간 외식 시장 트렌드를 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메뉴지만 그동안 저평가 됐던 아이템이 다시 부활한 경우가 많다”며 “경제가 저성장으로 접어 들면서 서민들이 즐겼던 스테디셀러 음식들로 시선을 돌리게 되고, 그것이 현대 감각에 맞게끔 리뉴얼해 재탄생되고 있다”고 김밥 시장 변화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 김밥 브랜드 관계자는 저가형 김밥 브랜드가 높아져만 가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프리미엄’화를 선택한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임대료가 높아져 운영이 어렵다 보니 가격은 인상해야 하고 고객에게 내밀 명분을 위해 자연스레 프리미엄으로 가는 추세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프리미엄 김밥’의 출현보다 저가형 김밥집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그는 결국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저가 김밥 시장이 일부 피해를 입고 있다고 피력했다.

◇ '김가네김밥' 즉석김밥, 프리미엄 분식 거쳐…
식재료 원가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격은 자연스레 오르게 마련이다. 이쯤 되면 1000원짜리 김밥 식재료가 어떤 상태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실 20년 전 김밥 가격은 1500원 정도였다. 브랜드 김밥집이 출현하면서 김밥은 한 줄에 2000~2500원으로 올랐다. 그러다 IMF 외환 위기가 오면서 1000원짜리 김밥이 생겨났고 그때부터 김밥은 역행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동안 가격이 동결됐고 그때부터 ‘김밥은 천원짜리’라는 인식으로 전락했다.


물론 1000원짜리에서 벗어나 김밥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브랜드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주)김가네 '김가네김밥'이다.


1994년 대학로에 첫 매장을 오픈할 당시 주문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말아 제공하는 ‘즉석김밥’을 처음으로 시도하면서 상당한 호응을 일으켰다. 김밥에 들어가는 속 재료로 멸치와 고추, 참치, 치즈, 샐러드, 소고기 등을 준비해 퀄리티를 높였다는 점과 8~9가지 식재료를 넣어 풍성함을 강조한 것이 고객에게 어필했다.


◇ 인테리어, 플레이팅, 포장 디자인까지 퀄리티 높여
가격이 높을수록 소비자의 기대치는 함께 올라간다. 푸드컨셉연구소 박래휘 소장은 “가격이 높은 만큼 고객이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명분을 줘야한다”며 “인테리어, 분위기, 음식 데커레이션, 포장 등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비싼 값에 대한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고객 기대치에 잘 부흥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가 '스쿨푸드'라고 꼽았다. 좁고 명확한 타깃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김밥 전문 브랜드들은 접시, 그릇, 냄비 등의 식기부터 포장 용기, 담음새 등에도 신경 쓰고 있는 분위기다.


(주)죠스푸드의 '바르다김선생'은 패키지를 크라프트 지질 박스 기본에 띠지로 포인트를 주고 덮밥 용기, 비닐팩, 나무젓가락, 물티슈, 냅킨까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아 세심하게 구성했다. 검은색 티셔츠, 흰색 머리띠와 앞치마를 직원 유니폼으로 설정해 브랜드 콘셉트를 한눈에 보여주기도 한다.


◇ 모방 쉬운 아이템, 사이드 메뉴 무시할 수 없어
뭐니 뭐니 해도 관건은 메뉴의 차별화다. 김밥 브랜드들의 시그니처 메뉴는 사실 비슷하다. 치즈가 덩어리째 들어간 치즈김밥과 숯불에 직화한 불고기를 넣은 숯불김밥 등 소문 듣고 따라 한 메뉴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김밥은 식재료 특성상 모방이 비교적 쉬운 아이템이다. 본사의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김밥 외적인 부분에서 다른 브랜드가 따라 할 수 없는 지적재산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또 김밥은 원가가 높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부의 수익 구조 또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이 세 가지에 부합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사이드 메뉴다.


메뉴가 많으면 주방 오퍼레이션이 나쁘기 때문에 가짓수는 줄여야 한다. 대신 임팩트 있고 퀄리티가 어느 정도 뒷받침 되는 메뉴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본부만의 노하우를 확보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


김밥은 전처리 과정이 많고 조리 시간이 제법 소요되기 때문에 회전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김밥 브랜드 매장이 크지 않다는 점도 회전율을 높여야 할 이유다.
식재료 원가가 높다는 단점은 대량구매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이럴 때에는 독립점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