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첫 담배소송, 이번엔 다르다?
박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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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스1 DB |
국내 공공기관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첫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537억원 규모의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
앞서 지난 4월10일 대법원은 15년 전 흡연자 30여명이 KT&G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담배소송 최종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담배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다르다. 건강보험료 징수와 급여 관리 등 국가업무를 대행하는 건보공단이 소송 주체로 나서 새로운 국면의 대결이 예고된다. 무엇보다 건보공단은 흡연의 폐해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자료를 쥐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를 통해 흡연과 폐암, 조기 사망에 대한 인과관계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입증했다”며 “이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의 암 발생 위험도는 비흡연자에 비해 암 종류별로 다르지만 최대 6.5배나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이 제시한 537억원 규모의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액수도 빅데이터로부터 나왔다.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흡연력 20갑년(20년간 하루에 1갑 흡연) 이상, 흡연기간 30년 이상의 폐암(소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및 후두암(편평세포암) 환자의 10년치 공단부담 진료비가 537억원이다.
공공기관이 첫 담배소송에 나서자 지방의회와 소비자시민단체들도 이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건보공단 대전서부지사에 따르면 지난 4월15일 의약단체·시민단체 등 10개 기관이 담배소송 지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대한노인회대전서구지회, YWCA대전여성인력개발센터, 대전서구여성단체협의회, 외식업중앙회대전서구지부, 한국부인회대전서구지회, 대전서구행정동우회 등 6개 단체가 합류했다.
충북 증평군 여성단체협의회도 지난 4월16일 증평군 여성회관에서 건보공단의 담배소송 지지 결의대회를 열며 동참했다. 이날 집회에는 새마을부녀회, 아이코리아, 적십자부녀봉사회,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여성의용소방대 등 11곳이 참여했다. 전남 광양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건보공단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광양YMCA, 광양YWCA, 광양참여연대, 광양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17일 성명을 내고 “흡연의 폐해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고 금연운동 확산을 위한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 4월16일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건보공단은 묻지마 소송을 즉각 중단하라”며 흡연자를 위한 정직하고 투명한 담배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공단이 담배소송을 벌이는 배경은 부실운영 책임을 흡연자와 담배회사에 전가시키려는 의도라는 것. 또한 공공기관 청렴도 최하위 등급인 공단이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흡연자의 혈세로 1조원 이상 메우고 있으면서도 자구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흡연자가 낸 세금을 건보재정을 낭비하는 소송에 쓰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고 이로 인한 진료비 지출이 확인된 만큼 공공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한 소송”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KT&G를 비롯한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는 “이번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에 대해서도 기존 흡연소송 절차에 준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공동입장을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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