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포텐⑩] 빅(VIC), 4월 16일 세월호 사고에 침묵한 타이틀곡 ‘축배’
[스타포텐⑩] 빅(박종철)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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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0 |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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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한 남자가 오랜 염원을 담은 새 음반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날 온 국민을 슬픔에 빠트린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고, 온 세상은 슬픔의 선율로 가득했다. 대한민국의 시계가 바다에 잠긴 세월호와 함께 멈추고,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남자는 조용히 자신의 새 앨범을 책장 서랍에 넣었다. 그의 노래 제목은 청춘들을 응원한다는 의미를 담은 ‘축배’다.
‘청춘들이여, 힘을 내라’고 외치려던 이 남자, 가수 ‘빅(박종철 36)’은 속절없이 떠나간 청춘들을 애도하며 자신의 발걸음을 멈췄다. 아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조급하지 않고, 찬찬히. 빅은 현재 축배를 들려던 잔을 내려놓고, 그리운 청춘과 안타까운 청춘들을 위로하며 숨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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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 1. 생활밀착형 가수 빅의 청춘예찬 ‘축배’
봄바람이 살랑이던 기분 좋은 날씨, 햇볕이 따스하게 내려쬐는 곳 ‘청춘 쓰리고’ 카페에서 빅을 만났다. 봄 햇살과 어울리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심사숙고하며 골랐을 플라워 프린팅의 맨투맨 티셔츠와 슬립온 슈즈, 여기에 동그란 안경까지 여러모로 스타일에 신경 쓴 모양새다. 하지만 봄직한 동네 오빠, 동네 형 같은 친근한 분위기는 숨길 수 없었다.
“우리 어디선가 보지 않았어요?”
“하하. 제가 흔한 얼굴은 아닌데~ 하하” (빅)
듣기만 하여도 설레는 말 ‘청춘’. 숱한 자작곡 중 3번째 싱글앨범 타이틀로 내어 놓은 청춘들을 위한 노래 ‘축배’는 빅의 인생 타이틀이자 박종철의 주제곡이다. 비록 ‘축배’는 번쩍이는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합정동 카페 앞 거리를 적시며 지나가는 행인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저는 제 노래를 흐름에 따라서 찬찬히 보여드릴 생각이에요. 물론 공을 많이 들인 곡이라 아쉬움도 있지만... 오히려 잊고 있던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요즘은 잠시 숨을 고르면서 다음 앨범 곡 작업을 하고 있어요. 1~2곡씩 싱글앨범을 정기적으로 발매해 올해 겨울 쯤, 정규 앨범을 발매할 생각이에요.”
빅 앞에는 ‘생활밀착형’이라는 타이틀이 따라 다닌다. 지난 2013년 발매한 데뷔 싱글앨범 ‘굴’은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 ‘굴’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은 노래다. 이어 지난 2월 발매한 ‘옆집아가씨’는 배우 송지효를 닮은 ‘짝사랑 그녀’를 찾는 노래이며, 이번 ‘축배’가 포함된 세 번째 싱글앨범에는 엄마 없이는 못 산다는 내용의 ‘엄마는 내편’이라는 노래가 포함돼 있다.
“다 제 얘기에요. 저는 굴을 안 먹어요. 아니 못 먹어요. 그런데 겨울이 되면 회식 때마다 굴을 먹으러 가고, 가서도 사람들이 ‘이 좋은 걸 왜 안 먹느냐’며 먹기를 강요하고... 언제 어디서나 있을 법한 소소한 일상들이지만 노래로 표현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축배’라는 노래는 가수 산울림의 노래를 흥얼거리던 친구가 술자리에서 ‘너도 이런 편안한 술자리에서 캬~ 하면서 부를 수 있는 노래 좀 만들어라’는 말에 만들게 됐어요. ‘축배’는 청춘들에게 고하는 말이지만, 어정쩡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제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어정쩡한 청춘’은 빅을 이르는 말이다. ‘청춘(靑春)’은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시절을 의미한다. 하지만 때론 ‘청춘’이라는 단어는 연령대를 구분 짓지 않고 ‘열정’이란 의미로 쓰이곤 한다. ‘어정쩡한 청춘’, ‘어정쩡한 열정’이란 빅에게 무슨 의미일까.
“청춘은 열정 아닐까요. 카페에 앉아 있으면 근처에 홍대, 망원시장이 있어서 연령별로 다양한 손님들과 행인들을 봐요. 가끔 어르신들에게 말을 건네기도 하는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분들도 다 마음속에 청춘이 있고 열정을 품고 계세요. 가사를 쓰면서 생각했어요. 제 청춘과 사람들의 청춘에 대해서... 그런데 제 청춘은 사회가 요구하는 청춘의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88만원 세대’라는 말도 있잖아요. 꿈이 있어도 없어도 힘든 요즘 같은 때라면, ‘어정쩡하다’는 말을 붙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청춘이신가요, 어정쩡한 청춘이신가요?”
청춘을 살고 있는 어정쩡한 청춘들에게 빅은 말한다.
“어정쩡하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빛날 때죠. 지나보면 청춘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바로 하는 척만 해서가 아닐까요. 늙어서도 이 열정을 잃고 싶지가 않아요. 청춘을 오래 누리고 싶다면, ‘하는 척 하지 말고, 하고 싶다고 말만 하지 말고,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를 비롯한 많은 어정쩡한 청춘들에게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이 어정쩡한 청춘에 미련이 남아 잔을 채운다
쓸데없이 왜 그렇게 눈물은 많은 건지
옛 일을 추억하며 전화기를 붙드는데
하지만 꼭 전화할 데도 없더라 어떻게 깔끔하게
오늘도 내 청춘에 축배를
오늘도 내 청춘에 축배를 든다’ <노래 ‘축배’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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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 2. 일상을 바라보는 빅만의 유별난 시선
‘존재만으로도 끔찍해. 더 이상 말도 하기 싫어. 가래 같은 느낌에 미끌미끌 기분 나뻐. 근데 맨날 먹으러 가재. 당장 치워 당신이나 처먹으삼.’ <노래 ‘굴’ 가사 중>
이 노래의 주인공은 대단한 것도 아닌 다름 아닌 ‘굴’이다. ‘축배’가 빅의 인생 타이틀곡이라면, ‘굴’에는 빅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다. 탱글탱글한 우윳빛 속살에 가득한 감칠맛,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을 이토록 싫어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싫어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까진 굴을 한 바가지 담아서 거실에 두셨는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비린내가 가득한 게... 어우~ 그 때 이후로는 못 먹겠더라고요. 안 먹어요. 사실 제가 햄 통조림을 너무 좋아해서 노래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들려줬어요. 그런데 곡이 저랑 안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반대로 싫어하는 것을 떠올려봤어요. 그게 바로 고민도 없이 떠오른 ‘굴’이었던 거죠. 그래서 탄생한 노래 ‘굴’은 제 데뷔곡이 됐어요. ‘굴’을 들으신 한 단편영화 감독님이 뮤직비디오를 찍어주겠다고 해주셔서 직장인 회식 콘셉트로 직접 연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뮤직비디오에서처럼 우유에 밥 말아먹진 않아요.(하하)”
‘굴’ 뮤직비디오 속 빅은 처량하기 그지없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푸짐한 굴 상을 박차고 ‘버럭’하며 뛰쳐나온 회사원 빅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집으로 향한다. ‘굴도 싫은데 굴밥이 웬 말이냐’며 차라리 우유에 밥을 말아 먹겠다고 울부짖는 빅의 모습과 ‘축배’를 부르며 지친 청춘을 격려하는 그의 모습은 시대상을 담은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다.
“제가 연기를 너무 실감나게 했나요?(하하) 굴이 무슨 대수겠어요. 먹기 싫어하는 것을 강요한다는 게 그렇게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그냥 소소하고, 단편적인 에피소드죠. 저는 노래로 세상을 비판하거나 반문하는 게 아니라 계속 성찰하는 거예요. 모두가 제게 하는 말이기도 한거죠. 노래를 만들고, 앨범을 발매할수록 스스로 성찰하고 성장하는 기분이에요. 또 사물이나 현실을 보는 저만의 시선을 리스너들과 공유하고 그들이 공감할 때 희열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게 바로 제가 노래에 생활을 담는 이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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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에 이어 ‘축배’ 뮤직비디오에서도 빅은 발군의 연기력을 발휘했다. 특히 ‘축배’ 뮤직비디오에는 사진의 일정 부분만 연속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나머지 부분은 정지하도록 하는 ‘시네마 그래프’ 기법을 사용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독특하게 담아냈다.
그의 노래를 더욱 절절하게 만든 뮤직비디오 속 연기력은 뜻밖에도 배우 이선균이 만들었다. 빅은 고등학생일 무렵, 스무 살이던 이선균, 아니 동네 형과 교회에 갔다. 교회에서 주최하는 연극, 뮤지컬 공연을 이선균과 함께 연습하던 중 이선균으로부터 “연기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듣게 됐고, 귀가 얇은(?) 빅은 대학로 연극 무대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교회에 가기 시작한 건 피아노 때문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우연히 건반을 접했는데, 이상하게 피아노를 치고 있을 때면 힐링되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처럼 딱히 게임을 잘 하거나, 당구를 치러가거나 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제게는 늘 피아노가 우선이었어요. 그래서 교회에 도둑처럼 몰래 들어가서 피아노 연습을 했죠. 그 때는 제가 만든 자작곡을 레코딩해서 나만의 CD를 갖는 게 소원이었어요. 어찌 보면 지금 소원을 이뤘네요?(하하) 트레이닝 학원, 소속사 오디션... 이런 것은 생각도 못했죠. 알지도 못했고요. 참 순수했네요. 그러다 우연히 교회에서 연기를 접했는데 저한테 끼가 있더라고요. 그 전에는 소심하고, 사람 눈도 못 쳐다볼 정도로 낯가림이 심했는데... 그런 줄로만 알고 살았던 제가 무대 위에서는 달라졌어요. 그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 때부터 그는 달라졌다. 빅은 대학로에서 연극 ‘유령소나타’, ‘말괄량이 길들이기’, ‘물도리동’ 등의 작품에 출연하고, 뮤지컬 ‘팔도강산’, ‘리틀맘’ 등에 출연했다. 노안이라는 장점(?)을 살려 주로 깡패, 건달, 까불거리는 남자 등의 선굵은 연기를 펼쳤다. 그러다 뮤지컬 음악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그는 무대 안과 밖을 누비며 음악 감독 겸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여 년의 청춘이 흘렀다.
“음악이 너무 하고 싶더라고요. 남의 노래가 아닌 ‘내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연남동에 작업실을 얻어서 먹고, 자고 했죠. 무작정 곡만 쓴 거예요. 그때가 서른 살 초반이었으니까 겁은 없었어요. 대학로에서는 배우,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강의도 다니고 수입이 넉넉했지만 그런 것들을 다 두고 나온 이유는... 하고 싶은 것은 언젠가는 하게 되나 봐요. 그런데 아직도 뮤지컬하던 습성이 베어나와요. 그러다보니 제 목소리에 이야기가 담기거나 호소력 짙은 발성이 더 쉬운 점도 있어요. 반면에 은은하고 풋풋한 느낌은 없죠. ‘쟤 너무 나댄다’라는 느낌도 있을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제 끼를 살려서 연기와 노래를 접목시킨 풍성한 공연을 기획하고 있어요.”
연남동에 작업실을 낸 이후 생활이 궁핍해지자 고등학교 친구인 현재 고 사장을 만나 카페를 차렸다. 고 사장 이야기를 하는 순간, 커피를 타던 고 사장이 흐뭇하게 빅을 쳐다봤다. 인터뷰 내용이 궁금한 듯 관심어린 눈빛으로 몰래 엿듣고 있던 고 사장은 빅의 둘도 없는 친구다. 빅과 고 사장은 기회와 장소가 없어 공연하지 못하는 많은 뮤지션들을 위해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현재 빅은 음악 활동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지금은 카페 운영에서 손을 뗐지만 카페 ‘청춘 쓰리고’에서 곧잘 공연을 한다.
“‘그곡이 알고싶다’라는 공연을 한 적 있어요. ‘그 곡’은 바로 제 곡들이고요.(하하)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패러디해서 제가 진행자 김상중 씨를 연기했어요. 몇 가지 사연을 구성해서 스토리에 노래를 넣었어요. 갑자기 기획된 공연이었는데 제 SNS 홍보 글을 보시고 스무 명 정도 오셨더라고요. 더 많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이 같은 저만의 공연을 많이 선보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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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텐 3. 외로운 합정동 사나이 ‘빅’의 소탈한 매력
그의 노래는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공감을 부르는 특유의 감정선이 있다. 위트 있는 가사와 솔직한 표현, 꾸밈없는 목소리가 호소력 짙다. ‘굴’, ‘옆집아가씨’, ‘축배’, ‘엄마는 내편’까지 단 4곡이지만 앞으로 빅의 색깔이 왠지 모르게 더욱 뚜렷해질 것 같다.
“빅(VIC)이라는 가명의 뜻은 ‘Voice In Context’에요. 목소리에 내용, 이야기가 있다는 의미에요. 사실 제 친구들, 아는 동생들이 뭉친 일명 ‘합정동 패밀리’들끼리 ‘빅(big) 재미’라는 말처럼 ‘빅’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었거든요. 저를 보면 ‘어이구~ 빅 가수 오셨어요~’라고 놀리던 게 제 이름이 된 거죠. ‘빅(big)’ 가수가 되어야 할 텐데 말이죠.(하하)”
대화를 나누면서도 유머가 끊이지 않았다.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기자를 웃음 짓게 했던 빅은 즐거운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어딘가 모르게 쓸쓸해 보인다.
“제 안에 소녀가 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쾌활하고 밝고,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폐쇄적인 성격이에요. 혼자 있을 때는 집에서 음악 듣고, 영화 보고, 누워 있고... 온전히 내가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요... 요새 눈물이 많아졌어요. 제 안에 소녀감성이 있나 봐요. 엊그제 TV를 보다가 MBC ‘무한도전’의 개그맨 박명수 씨를 보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제가 원래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편인데 웃음을 주기 위해 애쓰는 박명수 씨를 보고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인간적이기도 하고요. 저도 나중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렇게 솔직하게 방송하고 싶어요.”
‘크~ 난 내 길을 간다. 내 음악만 할거야’라고 외치던 피 끓는 청춘은 어디로 갔을까. 빅은 홍대 거리, 합정동 카페를 넘어 더 넓은 무대, 브라운관, 스크린을 꿈꾸고 있다. 그의 꿈은 조금 더 현실적으로, 조금 더 원대하게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그랬죠. 그런데 지금은 내가 잘 할 수 있다면 잘 하는 것을 하자는 생각이 커요. 그래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도 하고 싶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싶어요. 아! 얼마 전 wbs원음방송 FM ‘김소정의 뮤직 플러스 텐’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너무 라디오가 매력적이었어요. 요새는 라디오에 흠뻑 빠졌어요. 술자리에 술만 없는 느낌이랄까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분위기요. 게다가 음악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인거죠. 팬들을 위한 라디오 인터넷방송을 준비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꼭 제 이름을 단 라디오 프로그램을 할 거에요.”
인터뷰가 무르익고, 카페테라스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해져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을 번쩍이는 빅의 옆, 길가에서는 숱한 사람들이 지나갔다. 방금 산에서 튀어나온 듯한 반가운 얼굴 배우 최민수도 지나치고, 교복을 입은 어린 청춘과 망원시장에서 장을 보고 저녁거리를 한 아름 짊어지고 가는 할머니, 카페 주변에서 쉬엄쉬엄 산책을 즐기던 할아버지 등 각각의 꿈과 청춘들이 거리를 스쳤다. 이 때 카페에서 흘러나온 빅의 노래 ‘엄마는 내편’은 더욱 심금을 울렸다. ‘엄마 엄마 미안해요. 내 옆에 있는 오바이트 치워줘요. 어저께 막걸리 먹었어요. 엄마 없인 못 살아. 나는 정말 못 살아. 엄마 짬뽕 한 개만 시켜줘요. 죄송해요. 짬뽕 값은 없어요’라는 리얼하면서도 궁상맞은 가사에 ‘풉’ 콧방귀가 껴지지만, 그게 바로 빅의 모습이 아닐까.
“‘해장짬뽕’ 좋죠.(하하) 가사 속 오바이트 사건은 2010년쯤인가... 동창회에서 막걸리를 거나하게 먹고 온 날이었어요. 연남동 작업실에서 자작곡을 만들다가 문득 그 때 기억이 나더라고요. 한겨울에 작은 난롯불에 의지해서 곡을 만드는데... 생각해보세요. 감성적인 노래가 탄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거죠.(하하) 제가 털털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아 보여도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은 편이라 감성적인 부분이 많아요. 슬픈 현실을 담백하고 걸쭉한 목소리로 풀어낼 때 더욱 아프게 와 닿는 것 같아요. 웃기려고 쓴 가사도 아니고, 한 번 떠보려고 만든 노래도 아니에요. 그냥 제 일상, 제 생각을 담은 거죠. 제가 나이를 먹고 체질과 체력(?)이 변하는 것처럼 제 노래도 저처럼 변해갈 거예요. 멋 부리는 노래는 하지 않으려고요. 다만, 가수 조규찬, 윤상 선배님들처럼 세월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그가 늘 일상만 노래에 담는 것은 아니다. 빅은 현재 ‘파리 살롱’이라는 노래를 작업 중이다. 친한 형이 운영하는 ‘파리 살롱’이라는 곳의 매력에 빠져 얼마 전, 그 곳에 출퇴근을 하며 영감을 얻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냄새를 넣어 삼바 풍으로 만들어보겠다는 빅의 다음 앨범이 궁금해진다.
“가수로서 성공하고 싶냐 고요? 어휴... 기대도 안 해요. 저는 사람으로 성공하고 싶어요. 지금도 저는 저랑 싸우고 있어요. 제가 은근히 ‘칼 계획’을 세우는 편이라 스스로를 괴롭히거든요. 제가 보기보다 예민합니다.(하하) 그래서 저는 나약해지는 제가 제일 무서워요. 꾸준히 저만의 음악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칼 계획’이 필수죠. 계획 하나하나를 지켜가고, 또 만들어가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꾸준히 하다 보면 대중성이 생겨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에요.”
합정동에서 만난 익살스러운 빅은 오랜 인터뷰에도 지치는 기색 없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무한도전’을 보며 눈물짓는 소녀감성에서부터 형, 동생을 아우르는 합정동 동네 사나이까지 빅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인터뷰가 끝나자 딱히 기분 좋을 일도 없는데 헛헛하게 웃어 보이는 빅. 그는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김똥꾸’라는 사랑스러운 이름을 붙여주는 엉뚱한 모습까지 선보인다. 기발하고 엉뚱하면서도 감성적이고 세심한 빅. 이런 남자라면, 그를 스치는 모든 일상과 기억, 그리고 추억에 의미가 깃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남자 ‘빅’의 스타포텐은 ‘소소한 일상’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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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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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기자
머니S 강인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