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이기게 하라’ 저자 오진권 (㈜이야기있는외식공간 대표)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울림이 다르다. (주)이야기있는외식공간 오진권 대표가 최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식업 성공지침서 ‘고객이 이기게 하라’를 펴냈다. 기존 수많은 저자들이 다양한 식당 경영 지침서를 낸 바 있다.

 

모두 나름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출간되었겠지만 ‘고객이 이기게 하라’에 실린 내용은 여타 지침서들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그것은 단지 국내 외식업계 최고의 전문가이자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오진권 대표가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엔 오래 숙성된 외식인의 현장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물론 영광스런 환희의 순간도 군데군데 보이지만, 한 자 한 행마다 저자의 쓰라린 실패와 좌절의 상처와 신음 소리가 배어있다. 책을 출간하고 전쟁터에서 방금 돌아온 듯한 백전노장의 오진권 대표를 만나보았다.


◇ 조언 정리한 것 모아, 이번이 두 번째 책

▲ 제공=월간 외식경영
▲ 제공=월간 외식경영
“주변에서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실패로 어려움에 처한 지인들도 보았고요. 그럴 때마다 도움말을 요청하는 분들에게 조언했던 것을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이지요.”


‘고객이 이기게 하라’는 오 대표의 두 번째 책이다. 이미 2009년에 첫 책 ‘오진권의 맛있는 성공’을 낸 바 있다. 함께 외식업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앞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그에게 길을 물었다.

 

놀부보쌈 놀부 부대찌개의 성공신화를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오진권’이란 이름 세 글자는 전설이었다. 수많은 물음과 도움 요청에 그는 일종의 의무감이 생겼고, 그것을 하나하나 정리하다보니 책이 되었다.


첫 번째 책을 낸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세월이 흘러 시의와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스스로 미진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어서 개정판을 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동안 계속 미루던 차에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자료 수집과 원고를 정리해 지난 3월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 실패의 밑바닥 우물에서 길어 올린 성공 원리들
‘고객이 이기게 하라’는 ‘역발상과 섬세함으로 온리원이 되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부제가 암시하듯 이 책은 편견과 막연한 환상을 깨고 최고의 외식업 종사자가 되는 길을 안내한 성공 지침서다.


모두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챕터마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를 실었다. 이 에피소드가 이야기의 중심 구조를 이룬다. 여기에서 핵심 노하우를 연역적으로 펼치며 독자에게 제시하는 방식으로 서술했다.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거나 고민했을 사례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따라서 독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며 재미있게 읽힌다. 읽다보면 어느새 무릎을 탁 치면서 그동안 스스로 간과했거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저자가 죽비처럼 일깨워준다.


“대한민국에 나만큼 여러 번 망해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요! 하하. 39년 동안 식당 문을 수십 번 닫았지요. 초년 시절엔 배고픈 경험도 많이 겪어보았고…”


이 책은 성공을 이야기 하지만 뒤집어보면 저자 자신의 실패의 기록이라고 한다. 누구보다 배고픈 설움과 실패의 아픔을 잘 알기에 그런 입장에서 썼다는 것이다.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베테랑 특유의 관조와 예리함이 페이지마다 번득인다.

 

오래 쓴맛을 봤던 사람만의 ‘짬밥’과 통찰력이 책에 무게를 더해준다. 그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센 사람은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해리 포터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조앤롤링의 사례를 들었다.

 

첫 남편과 이혼 후 극빈층으로 떨어져 정부 보조금으로 겨우 연명했던 조앤롤링의 어려웠던 시절을 한참 떠올렸다. 오 대표는 그녀가 오히려 바닥에 떨어졌을 때 작가로서의 재능이 살아났음을 역설했다.

◇ 역발상과 섬세함이 식당을 구원하리라
고객이 이기게 하라’에서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역발상과 섬세함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고객이 이기게 하라’는 것은 결국 역지사지를 할 줄 아는 경영자가 성공한다는 메시지의 역설적 표현이다.


“내가 고객을 이기려고 하면 안 돼요. 내가 손해 보려고 맘먹으면 고객은 감동합니다. 감동한 고객은 반드시 재방문하게 되어 있지요. 고객의 꾸준한 재방문 속에서 적정 이익을 도모해야지요.”


저자는 이 책에서 고객이 식대를 계산하고 나갈 때 심리적인 승리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 성공의 요체라고 주장한다. 내가 지불한 금액보다 더 비싼 음식을 먹었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장사의 기본 원칙은 박리다매이고, 고객이 이기게 하는 방법으로 실현한다는 것이다.


역발상과 함께 저자는 섬세함을 강조한다. 역발상을 하는 경영자는 많아도 섬세함까지 갖춘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 때 계산대에 비치한 이쑤시개까지도 좀 더 고객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려고 고민했다고 한다. 책(87쪽)에서도 언급했지만 잡채를 그냥 상에 놓으면 반찬이지만 페이퍼호일에 싸서 내놓으면 요리가 된다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이쑤시개를 고민하고, 잡채에 페이퍼호일을 쌀 줄 아는 섬세함이 결국 식당을 구원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열정적 격무 속에서도 자기 관리 철저
늘 그랬지만 오 대표는 요즘 무척 바빠졌다. 국내에서는 ‘사월에 보리밥’과 ‘사월에 쭈꾸미’ 론칭이 한창이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 ‘요리YOREE’라는 브랜드로 진출한 필리핀에서는 호응이 뜨거워 인력양성과 추가 매장 확보에 나섰다고 한다. 특히 최고급 호텔인 ‘시티 오브 드림스 마닐라’ 구내에 오는 10월 화려한 개점을 앞두고 있다.


오진권 대표는 저자로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독자나 외식업 지망생들에게는 두 가지를 당부했다. 외국에 나가 풍부한 경험을 쌓을 것과 규모가 작더라도 젊어서 일찍 내 점포를 운영해보라는 것이었다.


오 대표는 우리 나이로 올해 64세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이글거리며 살아있다. 웬만한 30대 젊은이보다 더 탄탄해 뵌다. 차돌 같은 그의 근육질 몸매는 재킷으로도 다 가려지질 않았다. 하루에 최소한 1시간 이상 헬스와 달리기로 몸을 단련한다.

 

훌륭한 경영자는 자기 관리를 잘 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체력과 건강관리가 전제되어야 함을 무언으로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