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드라이브] 페인터스, 카페테라스에 앉아 위로의 노래를 그리다
[인디드라이브②] 페인터스(박래원, 김영우, 최정민, 원섭)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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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디드라이브에서 들어볼 노래는 인디밴드 페인터스의 '카페테라스(Cafe Terrace)'이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카페 안의 풍경은 비 냄새로 축축해졌다. 마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카페테라스'라는 노래가 빗소리와 어우러졌다. '카페테라스에 앉으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지금은 맘껏 울어도 괜찮아'라고 노래하는 네 남자들로 인해 참아왔던 감정선이 기자의 눈시울을 적셨다.
감성을 적시는 이 네 남자의 정체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 10위까지 들었던 보컬 박래원과 실력파 뮤지션 3명이 뭉친 락밴드 '페인터스'다. 2012년까지 각자의 밴드와 세션 활동으로 폭 넓은 음악을 해온 '페인터스' 멤버들은 박래원이 보컬을 맡고 있으며, 기타리스트 김영우는 서울대 출신으로 반전 브레인을 자랑한다. 그리고 패셔니스타 드러머 원섭, 어린 베이시스트 최정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롭고 지친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노래 'Cafe Terrace'의 주인공, 남성 4인조 밴드 '페인터스'를 합정역 카페 ‘청춘쓰리고’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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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드라이브 : 네 남자가 손잡고 전향한 락 밴드
(페인터스) 홍대에서 각자 오랫동안 밴드와 세션 등 여러 활동을 했었다. 신인 공모 같은 곳에서 만나 공연도 같이 해보며 서로 눈여겨보다가 친해지게 됐다. 서로 "재미난 음악 한번 해보자"라고 말했던 것이 기회가 돼서 '페인터스'를 시작하게 됐다.
(원섭) 밴드 멤버의 관계는 연인관계 같다. 연인인 남자와 여자가 자기주장만 내세우다가 지쳐서 헤어지는 것처럼 남자와 남자사이더라도 똑같은 것 같다.
(래원) 밴드 멤버 서로에게 피드백이 없다면 가능성 또한 없어질 수 있다. 음악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하는 것이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우리가 속해 있는 밴드를 그만 둬야할 시기가 왔고 '자유롭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때가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인디드라이브 : 서로 다른 음악 방향, 작업 과정
(래원) 어차피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음악적인 교집합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나의 어떤 밴드를 좋아하는 것이 같을 수는 있지만 다 똑같은 밴드를 좋아할 수는 없다. '어떤 음악을 정해서 하자'라고 시작한 것이 아니였기 때문에 과정은 어렵겠지만 방향을 찾아간다고 생각한다.
(영우) 그래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 어떤 경우는 그런 길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다. 지금 같은 경우 1년 정도 같이 활동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알게 되는 지점이 오는 것 같다.
(페인터스) 음악 작업 같은 경우 영우, 래원이 곡을 만들면 가이드를 듣고 합주를 하면서 편곡을 한다. 둘이 보통 곡을 만들어 밑바탕을 깔고 여기에 밴드 멤버의 성향이나 색깔을 묻힌다. 그렇게 페인터스의 곡으로 완성도를 높여간다.
▶인디드라이브 : 영감, 감정을 얻는 곳
(영우) 나는 음악 외적인 곳에서부터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하나가 꽂히면 묘사하고 싶었던 것을 핸드폰에 무작위로 적어 놓는다. '그림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1Q84' 책 때문이었다. 그런 책을 읽으면 어떤 이미지가 딱 연상된다.
(래원) 영화를 반복적으로 보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이터널 선샤인'이나 'her'이 영감을 얻기에 좋았다. 스칼렛 요한슨(해외 배우)이 목소리가 그렇게 섹시하다는 것을 몰랐다.(웃음)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고 자꾸 캐내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원섭) 감정을 얻고 싶을 때는 '사랑보다 더 슬픈 이야기' 같은 슬픈 영화를 찾아보고 억지로 운다. 하지만 사실 원래 잘 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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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드라이브 : 페인터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래원) 꼭 뮤지션이어야 되나? 나는 배우 김영철 아저씨가 멋있다. 이외에도 여자, 영국 락밴드 '콜드플레이', 나와 연애하는 사람을 뮤즈로 생각한다.
(원섭) 아일랜드 락밴드 '유투'. 자신이 잘하는 음악을 가지고 모든 것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에 음악에서부터 여유가 많이 묻어있다.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생활하는 것도 멋있는 유투가 자신이 가진 것을 잘 사용하는 것 같다.
(정민) 영국 락밴드 '오아시스'. 사람들은 오아시스가 독설하고 막말만 하는 줄 아는데 그들은 진중하다. 단순히 돈 때문에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라온 환경, 가치관 등이 확실하다.
(영우) 일본 락밴드 '엘르가든', '더 하이에이터스'. 자신이 많은 것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나 글 같은데서 드러나는 확고한 신념이 정말 멋있다. 누군가가 나를 봤을 때도 '확고한 세계관이 있구나'하고 느꼈으면 좋겠다.
▶인디드라이브 : 함께 공연해 보고 싶은 밴드
(래원) 현실성은 없겠지만 '콜드플레이'와 오프닝을 해보고 싶다. 국내에서는 가수 아이유랑 하고 싶다. 친구와 '박래원 최기덕의 옆테이블'이라는 라디오를 진행하던 중, 이상형 월드컵을 했었는데 아이유가 우승했다.
(원섭) 미국 락밴드 '메탈리카'가 공연에서 샤우팅을 했는데 관객 몇 십만 명이 뛰었다. 그 영상을 보면 혼자서 몇 십만 명을 다 가진 느낌이 든다. 나도 그런 마음을 갖고 싶다. 또는 이미 사망했지만 오스트레일리아 팝가수 '에바케시디'와 함께 공연을 해보고 싶다. 나는 옛날부터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이 에바케시디였다.
(정민) 솔직히 오프닝 욕심은 없고 영국 락밴드 '카사비안'과 락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같이 올려보고 싶다. 비슷한 크기의 폰트로 이름이라도 가까이 해보고 싶다.
▶인디드라이브 : 음악 말고 잘하는 것
(정민) '네가 음악 말고 잘하는 것은 있냐' 라고 말한 것 같았다.(웃음) 나는 생각나면 그림을 그리거나 메모하는 것을 좋아한다.
(래원) 사실 취미가 음악이었는데 직업이 되다 보니까 취미가 없어진 것 같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하기가 힘들어서 어쩐지 슬퍼진다. 이게 '장이'랑 '쟁이'의 차이인 듯하다. 장이로 되는 것이 별로 없다. 인터넷 쇼핑을 잘한다고 해서 장이라고 할 수 도 없다. 개구쟁이처럼.
(원섭) 인맥이 넓어서 친구들을 만나 맥주 한 잔 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전거나 인라인도 자주 탄다. 그 외에는 운전을 잘해서 여행 가는 것을 즐긴다.
(영우)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수학을 다 상실했다.(웃음) 공부 잘하는 것은 음악을 잘하는 것만큼 소수의 사람들이다. 혼자 6년 정도 살다보니 요리를 잘한다. 지인에게 짜장 떡볶이를 해줬는데 맛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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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드라이브 : 공연 징크스
(래원) 공연 전날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다음날 소리가 나지 않을까봐 목이 계속 신경이 쓰인다. 지금도 말하다가 막상 노래하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영우) 나는 술을 입에 대면 얼굴이 빨개져서 취하지 않아도 티가 난다.
(원섭) 양말이나 속옷 색에 징크스가 있다. 공연 날은 무슨 색을 입어야 공연이 잘된다거나 무슨 무늬를 입어야 잘된다거나.
(정민) 우리 밴드는 타의에 의한 자제를 많이 한다. 나는 오히려 공연 전에 맥주 한 잔 해야 괜찮다.
▶인디드라이브 : 스트레스 해소법
(래원) 좋은 사람들이랑 술을 마시거나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는 영화관 3년간 VIP 회원이다. 집중력 때문인지 영화관이라는 장소에 날 억지로 가둬둔다.
(원섭) 동네 친구들과 시간이 맞으면 여행을 간다. 운전을 좋아해서 놀러가는 것이 좋다.
(영우)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산책하는 것이 행복하다. 매번 다르지만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펑크 스타일 같은 음악을 많이 듣는다.
(정민) 넋 놓고 예능 프로그램이나 심슨 같은 만화를 본다. 아무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어서 좋다.
▶인디드라이브 : 10년 후 미래의 모습
(래원) 일부러 구체적인 상상을 많이 한다. 확실한 것은 음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고 더 큰 무대에 서는 환상을 갖고 있다.
(원섭) 락 페스티벌에 나갈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인지도 있는 밴드가 될 것 같다.
(영우) 4~5집을 발표하는 밴드.
(정민) 뭐든 좋지만 나는 이 그림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밴드라는 것이 멤버가 계속 바뀌는 팀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나는 그냥 이 밴드가 유지됐으면 좋겠다.
▶인디드라이브 : 누군가가 불러주는 '페인터스'
(래원) 행복해 보이는 밴드. 무대에서 서로 쳐다보고 행복해하는 느낌이 좋다. 누군가가 우리의 공연을 보고 '눈빛을 교환하는 것이 행복해 보인다'라고 말했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
(원섭) 좋은 형들. 밴드끼리도 얘기가 돌겠지만 착한 형들이 음악을 잘하는 밴드라고 불렸
으면 좋겠다.
(영우) 폭발력 있는 밴드. 음악이 세지 않아도 합이 맞아서 한 번에 에너지가 보일 수 있는 밴드.
(정민) 동경할 수 있는 밴드. '저 밴드에 들어가면 재밌을 것 같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누구라도 들어오고 싶어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
<사진=이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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