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철도 부품업체 1위. 삼표그룹이 세상에 알려진 건 불과 몇달 전이다.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한해 1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지만 ‘철도 비리’ 중심에 서기 전까지는 회사명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세간에 ‘삼표’라는 사명이 오르내리기 시작하면서 정도원 회장과 그 일가를 덮고 있던 베일도 하나둘 벗겨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철피아 몸통’으로, 그 다음엔 사업보다 화려한 재계 혼맥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번엔 정 회장 일가의 땅 매입과 관련한 탈세 의혹에 휩싸이며 국세청의 타깃이 됐다.

본지 취재결과 국세청은 삼표그룹 정 회장 일가의 탈세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정 회장 일가의 강원도 인제 땅 매입과 관련 일부를 탈루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 중이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일명 ‘아침가리’ 일대 전경 /사진=김설아 기자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일명 ‘아침가리’ 일대 전경 /사진=김설아 기자

◆토지 6000평 매입가, 7억9000만원

사정당국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삼표 정 회장 일가가 지난 2011년부터 사들인 강원도 인제 아침가리 땅 매입과 관련해 국세청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던 건 사실”이라며 “탈세 의혹에 대한 조사는 정 회장 일가의 땅 매입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물의 제보로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조사과정에서 정 회장 처남인 이재환 일산레저 회장이 매입한 땅 가운데 실거래가와 신고액이 다른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의 부인 이미숙씨의 동생으로 과거 사채시장의 원조 대부격인 고 이상순 일산실업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로 알려진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일명 ‘아침가리’라 불리는 강원도 인제의 첩첩산중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이 회장은 방동리 19-1번지(3821㎡), 20-1번지(641㎡), 21-1번지(1997㎡), 21-3번지(63㎡), 22-1번지(2456㎡), 22-3번지(188㎡), 23-1번지(813㎡), 24번지(1197㎡), 25번지(2393㎡), 26번지(1660㎡), 27번지(426㎡), 28번지(886㎡), 29번지(1104㎡), 30번지(321㎡), 31번지(641㎡), 32-1번지(2069㎡) 등 15필지 2만676㎡(약 6265평)를 잇따라 사들였다.

문제가 된 것은 해당 부지 매입에 대한 매매가 축소 신고 의혹이다. 이 회장은 3.3㎡당 거래가격이 약 10만원으로 6000여평에 달하는 토지 매입비가 7억9000만원이라고 국세청에 신고했지만, 국세청은 해당 부지의 현 시세가 15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 회장 일가의 땅 매매과정에 직접 관여했던 제보자 A씨 주장에 따르면 3.3㎡당 실 거래가액은 25만원에 달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른 공시지가 기준 가격은 이보다 낮게 책정됐지만, 해당 부지는 지난 2011년부터 매수세가 두드러지면서 공시지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정도원 삼표 회장
정도원 삼표 회장
◆오너일가 수사로 확대 조짐

업계는 국세청 수사 결과에 따라 조사 범위가 이 회장에서 오너 일가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침가리 일대 땅을 매입한 것은 이 회장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표 오너 일가는 현재 아침가리 땅 약 4만9636㎡(약 1만5039평)를 모조리 소유하고 있다.

정 회장의 외아들 정대현 전무는 지난 2011년 11월 방동리 하천 7번지(863㎡)와 전 8-4번지(456㎡)·10-1번지(936㎡)·10-3번지(516㎡)·11번지(2655㎡) 등 5필지 5426㎡(약 1644평)를 매입했고, 두 딸인 지선·지윤씨도 같은 날 전 8-1번지(17818㎡)와 대지 9번지(159㎡) 등 2필지 17977㎡(약 5447평) 규모의 부지를 각각 지분 50%씩 공동명의로 사들였다. 두 자매는 매입 당시 가등기로 이름을 올렸다가 지난 2012년 2월28일 소유권을 이전했다.

세 자녀 땅 매입이 완료되자 정 회장도 직접 나섰다. 정 회장은 지난 2012년 5월 방동리 임야 4번지(476㎡)와 잡종지 5-1번지(4261㎡)·5-3번지(83㎡), 전 6-1번지(436㎡)·6-3번지(96㎡)·8-3번지(205㎡) 등 6필지 5557㎡(약 1683평)를 매입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매도자의 차명 소유, 실명제거래법 위반 등으로도 문제가 많았던 땅”이라며 “이 회장의 조세 포탈 혐의가 확인될 경우 일가에 대한 조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일대에서는 아침가리 약 3000평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 회장 일가 소유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등기 안하고도 매매가 가능한 매매예약, 미등기 전매 등으로 아침가리를 장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일가가 소유한 땅 매매 과정을 모두 조사해보면 실제 탈루액은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표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 착수에 대해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며 “(강원도 땅 매입과 관련) 회장 개인 일이라 회사 측 공식 입장은 따로 없다”고 해명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이래저래 바람 잘 날 없는 ‘삼표’

삼표는 현재 ‘철피아 몸통’으로 지목돼 5개월째 검찰 조사도 받고 있다. 오너 일가가 납품단가를 부풀려 차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됐고, 비자금 중 일부는 시설공단 간부들에게 로비용 금품으로 제공했다는 혐의도 있다. 관련자들의 검찰 줄소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 회장 일가에 대한 소환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민관유착 핵심기업이라는 오명부터 탈세 의혹까지. 세간의 이목을 갑작스레 끌고 있는 삼표의 분위기가 더욱 침울해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